[직업의 재발견]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도서관을 만들어요

한겨레 2022. 11. 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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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전지혜 사서.사진 박태양

책을 펴면 눈이 반짝반짝해지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꿈과 상상력, 미래를 향한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정보의 바다가 되어준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한 도서관에서 갈 길을 비추는 등대처럼 길잡이가 되어주는 사서. 이 직업에 대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전지혜 사서에게 물었다.

Q,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에서 사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A, 사서는 이용자를 직접 만나는 정보 서비스 제공자이면서 독서 진흥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획자이기도 해요. 그리고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장서 관리 업무도 하고 있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자료를 납본(도서관법에 따라 새로 발행하거나 제작한 출판물을 도서관에 견본으로 제출하는 것) 또는 기증받거나 구입해서 모은 뒤 책 제목이나 저자, 주제, 크기, 페이지 수 등 정리하는 규칙에 따라 자세한 정보를 프로그램에 입력합니다. 이용자가 필요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여기에 더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는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을 지원하는 사업과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전국의 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들의 연구도 돕고요. 우리나라와 해외의 도서관 서비스, 서평, 독자의 이야기와 책에 관한 소식 등을 알리는 월간지 <도서관 이야기>도 만들고 있답니다.

사진 박태양

Q, 도서관에서 빌린 책등에는 꼭 몇 자리 숫자가 적혀 있던데 이 숫자가 바로 규칙에 따라 정리한 숫자였군요. A, 맞아요. 이건 도서관의 많은 자료를 특정 주제별로 나누고, 또 세세한 순서대로 배열하기 위해 표현하는 ‘분류 기호’예요. 분류기호는 도서관과 나라마다 달라요.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분류법은 ‘한국십진분류법(KDC)’이죠. 세 자리 숫자를 기본으로 하는데요, 예를 들어 한국소설은 문학을 뜻하는 8, 한국을 뜻하는 1, 소설을 뜻하는 3이 합쳐져 813으로 시작한답니다. 알파벳과 숫자를 함께 사용하는 분류법도 있고요. 가끔 이용자가 엉뚱한 곳에 꽂아둔 책을 발견해도 바로 제자리를 찾아줄 수 있는 것은 분류 기호 덕분이죠.

Q,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살펴보니 전자책을 읽는 학생 비율이 2019년에 비해 높아졌더라고요. 특히 중학생은 30.6%에서 50.9%로 큰 폭으로 늘었고요. 사서로서 전자책과 종이책 중 어떤 것을 읽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많이 접하고 모바일콘텐츠를 보는 게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종이책을 넘길 때의 소리와 촉감이 재미를 주고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모바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편리하고 효율적이거든요.

사실 사서들은 전자책과 종이책 중 무엇을 읽는 게 더 좋은 독서 방법인지 선택하기보다는 독서를 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드는 현상에 더 주목하고 있어요. 자극적인 콘텐츠를 너무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앞으로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어떤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올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용자를 도서관에 오게 만들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합니다. 그래서 도서관에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재미있는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죠.

사진 박태양

Q, 그러고 보니 이제 도서관은 지루하고 따분한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아요. 도서관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도 독서 문화를 이끄는 방법이 되나요? A, 그럼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특히 도서관에서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어요. 우선 영상과 음악 등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들고, 3D 모델링과 로봇, 인공지능, 코딩 등을 배워볼 수 있는 ‘미래꿈희망창작소’를 운영하고요. ‘희망창작실’은 청소년의진로 탐색을 돕고 창의적으로 활동해볼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 곳이죠.

‘체험형 동화구연’ 역시 도서관과 사서의 노력이 담긴 프로그램인데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실감 콘텐츠를 활용해 동화 속에 푹 빠진 경험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책 속의 공룡도 만나고, 남극에 가서 펭귄과 친구가 되어볼 수도 있죠. 이렇게 재미있고 신나는 방법으로 이야기에 빠져들면 자연스럽게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질 거라고 믿어요. 도서관에서 보낸 즐거운 기억을 통해 궁금한 것이 생기면 책에서 답을 찾고, 위로가 필요할 때도 책을 펴 위안을 얻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코로나19가 심각했을 때 도서관에 직접 방문할 수 없어서 많은 이용자가 아쉬워했어요. 사서들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A, 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도서관에서 신나게 놀고, 책과 함께 좋은 경험을 했으면 해요. 그래서 코로나19로 어린이, 청소년 이용자를 만나지 못했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온라인 프로그램으로도 다양한 도서관 서비스가 제공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하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다행히 올해 5월 5일 ‘어린이날 100회 기념 도서관 큰 잔치’를 오프라인으로 열 수 있었는데요, 오전 10시에 행사 접수대에서 만난 어린이가 오후 늦은 시간까지 도서관을 즐기고 있으면서 “너무 재밌어서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해줘 정말 고마웠죠. 오랜만에 이용자들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답니다.

사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Q, 책에 둘러싸여 일할 수 있으니 독서를 좋아하면 사서라는 직업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A, 책을 좋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책만큼 사람을 좋아해야 좋은 사서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어요. 이용자는 도서관을 직접 찾아오기도 하고, 전화나 ‘사서에게 물어보세요’ 같은 온라인 서비스로 사서와 소통하기도 하거든요.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 도서관에 한 번이라도 더 찾아오게 만드는 것 또한 사서의 역할입니다. 늘 새로운 정보와 자료에 호기심을 가지고 이용자를 배려하는 자세,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추는 것도 중요해요.

Q, 사서의 일이 이렇게 다양한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책을 관리하고 대출과 반납을 대신 해주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 같아요. 해외에서는 사서가 전문성을 가진 직업으로 인정받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편견이 아쉽지는 않나요? A, 장서 관리는 사서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업무는 맞아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발행하는 어린이, 청소년 분야의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기관인 만큼 더욱 다양한 장서를 확보해서 이용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그렇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사서는 정보 서비스 제공, 프로그램 기획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고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자료 중에서 양질의 정보를 골라낼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정보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도록 주제에 대한 지식, 학문 분야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죠.

Q, 하지만 마음과 자세만으로 사서가 될 순 없겠죠? 어떻게 하면 사서가 될 수 있나요? A, 사서가 되려면 먼저 전문대학이나 대학교 또는 사서교육원에서 공부를 해야 해요. 전문대학이나 사서교육원을 졸업하면 준사서 자격을 갖게 되고요. 4년제 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과나 도서관학과를 전공하면 2급 정사서 자격을 갖게 됩니다. 책과 도서관의 역사, 책을 다루는 방법과 독서지도 방식, 정보학 등을 공부할 수 있죠. 만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싶다면 2급 정사서 자격을 갖고,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실시하는 사서직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해야 해요. 자료조직개론, 정보학개론, 도서관경영론 3개 과목의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쳐야 한답니다.

Q, 이용자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사서가 되려면 어떤 활동을 해보면 좋을까요? A, 다양한 종류의 도서관을 많이 이용해보길 바라요.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국립도서관, 작은도서관까지, 도서관의 종류마다 사서의 역할도 조금씩 다르니 사서의 업무를 관찰해보는 것도 좋겠죠. 지역을 대표하는 도서관은 각 지역의 도서관 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드는 핵심적인 장소가 되곤 해요. 그러니 지역 대표 도서관에 자주 방문해보고, 기회가 된다면 도서관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Q, 사서만의 재미있는 책을 고르는 비법도 알려주세요! A, 책에 흥미를 가지는 방법은 아주 다양해요. 저 같은 경우는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 자유롭게 골라보면서 마음에 드는 책을 찾는 편이에요. 어떤 책은 첫인상, 즉 표지에 끌려 보게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책은 목차가 마음에 들기도 하고, 가끔은 삽화가 마음에 들어 고르기도 하죠. 마음에 드는 책이 나올 때까지 계속 찾아봐도 좋답니다. 그리고 독서 노트나 독후감을 쓰는 게 어려워서 책 읽는 게 두렵다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데 독후감은 꼭 책의 요점과 주제를 확실히 파악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책에서 느꼈던 작은 감상, 사소한 이야기에서 시작하면 훨씬 쉽게 독후감을 쓸 수 있을 거예요. 첫 단어, 첫 문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일단 쓰기 시작하는 게 어때요?

•이 인터뷰는 경기도 어린이 신문 <내가 그린 꿈> 2022년 가을호 제휴 콘텐츠입니다.

글 전정아 ●사진 박태양,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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