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미스코리아 진 당선, ‘고대생’ 덕도 있을 것” [인터뷰]

김소연 2022. 11. 1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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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복 심사·사자머리 다 사라져
정시로 고대 입학, 경제학 다시 선택
2022 미스코리아 진 이승현은 “어릴 때부터 환상이 있었다”며 기뻐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고려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이승현(23)이 지난달 ‘2022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진(眞)의 왕관을 썼다. 매년 미스코리아 진의 주인공에 관심이 쏠리지만 올해는 특히 명문 SKY 재학생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더해졌다.

이승현은 지역 예선을 거쳐 미스 서울을 차지한 뒤 본선에선 29박 30일의 긴 합숙을 마치고 올해 미스코리아 왕관을 썼다. 큰 키에 단아한 이목구비의 맑고 선 고운 미모, 우수한 두뇌까지 겸비한 이승현은 MZ세대 다운 당당하고 솔직한 매력도 겸비하고 있었다. 제66회 미스코리아 진 이승현을 만났다.

이승현은 “부모님의 지지와 도움이 있었다”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 강영국 기자
“미스코리아 어릴 때부터 꿈...거부감 없었다”

Q. 진 당선을 축하한다. 소감은?

어릴 때부터 미스코리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뻤고 감사하다.

Q. 미스코리아에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

어려서부터 꿈이었다. 꿈을 실현시키기엔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1년 휴학을 하고 미스코리아를 준비했다.

Q. 미스코리아가 많은 스타들을 배출하긴 했지만 MZ세대에게 크게 와닿진 않았을 것 같은데.

주변에 미스코리아 대회에 도전했던 분들이 계시는데 추천해주더라. 당선이 안되더라도 출전하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그래서 한 번쯤 나가보고 싶었다.

Q. 미스코리아 대회가 성 상품화, 성 대상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출전을 준비하기 전부터 부정적 시선도 있고 미스코리아라는 수식어가 가지는 편견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Q. 그래서 주저하진 않았나?

그렇진 않았다. 큰 거부감 없이 도전하게 됐다.

Q. 대회 참가 전후로 ‘미스코리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나?

이번에 출전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미스코리아가 더이상 예전에 멈춰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스코리아라고 하면, 수영복 심사나 사자머리 등이 가장 크게 알려져 있지 않나. 그런데 이런게 다 사라졌다. 현대 사회에 맞는 방식으로 바뀌어 무대 위에서 패션쇼를 하거나, 음원을 내는 등 트렌디하게 변화를 추구하고 있더라.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치중해서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Q.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부모님 반대는 없었다.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네가 하고 싶은 것 다 해봐라’라고 하셨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이번에도 반대는 커녕 지지와 도움, 격렬한 응원을 받았다. 부모님은 늘 무한정으로 저를 믿어주신다. 아버지는 ‘늘 겸손하고 자세를 낮추라’는 조언해주셨다. 2살 많은 친오빠가 있는데 오빠도 응원해줬다.

이승현은 고대생이라는 수식어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미코 동기들도, 고대 친구들도 신기해 해”

Q. 고대생 미스코리아 진으로 주목을 받았다. ‘재색을 겸비한 재원’이다, ‘고대생이 미스코리아까지 나오냐’ 등 반응이 다양하더라.

미스코리아 동기들은 제가 고려대생인걸 신기해하고, 학교 친구들은 제가 미스코리아에 출전한 것을 신기해하더라, 하하. 저는 고려대생이라는 타이틀이 저에게 더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진으로 선발되어 왕관을 쓸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이력이 어느 정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Q. 진이 될 줄 알았나?

솔직히 말해서 미스코리아에 도전하면 ‘내가 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든 하지 않나. 바람은 늘 있었지만 진짜로 진이 될 줄은 몰랐다. 다만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동기들 중에 끼가 많은 친구들이 많더라. 그래서 걱정하기도 했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게 뭘지 고민도 많이 했다.

Q. 누구나 되고 싶었던 ‘진’ 왕관을 썼다. 실감나나?

사실 아직 실감은 안난다. ‘진이 된 기분은 어때?’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는데 그것 외엔 일상이 크게 변한게 없다. 저를 찾아주는 분들이 많아지면 그때 실감하지 않을까. 앞으로 홍보대사나 모델, 연기, 브랜드 론칭 등 다방면으로 찾아뵐 예정이다. 기대를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Q.예선부터 본선 29박 30일 합숙까지 일정이 길었다. 심사 과정은 어땠나?

지역 예선인 서울 대회가 당초 4월에서 미뤄져 8월에 열렸다. 본선이 10월 말이었으니 준비 기간까지 하면 미스코리아로 거의 올 한해를 채운 것이다. 출전을 결정한 뒤엔 ‘왜 출전했냐’, ‘장래희망이 뭐냐’ 등 기본적으로 물어볼 법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말하기 위해선 내가 진짜 하고픈게 뭔지 알아야 하지 않나. 고민을 통해 내 꿈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Q. 합숙은 어땠나? 선의의 경쟁이었나.

본선에 진출한 뒤 합숙을 시작했다. 2인 1실을 썼고 방 두 개가 붙어 있었다. 제가 참가번호 2번이라 1, 2, 3, 4번이 함께 썼다. 같은 목표를 향하는 친구들이다보니 많이 친해졌고 서로 많이 도와줬다. 경쟁인 만큼 누가 늦게 일어나면 준비할 시간이 줄어드니 이득일 수도 있는데 그런 욕심을 내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못 일어나면 서로 깨워주고 준비하는 것 도와주고 화장 수정도 해주면서 평화롭고 즐겁게 보냈다. 덕분에 계속 만나고 연락도 하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Q.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본선 1차 심사가 끝난 뒤 2차에 올라간 동기들이 함께 ‘꿈을 꿔’라는 곡을 녹음했다. 지난 8일 음원 사이트에서 공개되고 11일 방송된 미스코리아 시상식에도 나왔다. 노래하고 춤까지 춰야해 연습을 많이 해야 했다. 그런데 제가 무대를 하기 며칠 전, 넘어져서 무릎 인대를 다쳤다. 모두 함께 열심히 준비한 군무이니 만큼 저만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함께 연습한 다른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사실 제가 바닥에 둔 물건을 밟고 넘어져서 다친 거라 누구 탓을 할 수도 없었다. 다 제 탓이었다, 하하. 노래가 상당히 중독성 있다. 꼭 들어봐주셨으면 좋겠다.

이승현은 대회를 통해 성장했다면서, 다만 가족들이 악플을 볼 땐 마음 아프다고 했다. 사진| 강영국 기자
“가족들이 악플 볼 땐 마음 아파...딱 한번 댓글”

Q. 미스코리아 진 당선 기사가 많이 났다. 그중에는 악플(악성댓글)도 있던데 혹시 봤나?

댓글 아주 많이 봤다. 악플들이 보이더라. 입상자들이 똑같이 생겼다는 말도 봤는데 실제로 보면 전혀 닮지 않아서 ‘그런 의견도 있구나?’하고 넘겼다. 저희를 지목해서 안좋게 생각하고 말한다기 보다는 그냥 미스코리아라는 대회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아닐까 싶었다.

Q. 악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상처 받진 않았나?

제게 미스코리아 대회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계기다. 그래서 많이 애정하고 있다.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당선자들끼리 이와 관련해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우리에게 달렸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꾸며진 모습보다는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거리감이나 편견이 나아지지 않겠냐’는 다짐을 했다.

악플들로 인해 직접적으로 제가 상처를 받진 않았다. 그런데 악플을 보는 엄마와 가족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더라. 가족들이 댓글을 보면서 상처를 받고 속상해 하는데 그 모습이 더욱 상처로 다가왔다.

Q. 내년에 복학하면 학교로 돌아간다. 미스코리아가 되기 전과 후가 달라질까?

제가 미스 서울이 된 뒤에는 학교 게시판에 제 이야기가 종종 올라오더라. 이전에는 단 한번도 제 이야기가 올라오지 않았는데. 전엔 추리닝에 마스크를 끼고 다녀서 그랬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복학하면 이전보다는 좀 더 예쁘게 하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싶다.

Q. 교내 아이돌 정도는 됐겠다. 미모로 유명하진 않았나?

전혀. 아무도 절 몰랐다. 미스 서울이 된 다음엔 학교 커뮤니티 게시판에 본교 학생이 맞는지 의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을 정도다. 친구들이 댓글을 달아줘서 금방 사라지긴 했다.

Q. 학교 게시판에는 주로 어떤 글이 올라왔나?

좋은 반응과 악플이 섞여서 올라오더라. 사실 딱 한 번 관련 글에 댓글을 써봤다. 실명을 밝히고 ‘안좋은 시선이 있는 것 알지만 예쁘게 봐달라. 관심 감사하다’라고 했다.

Q. 이제는 학생들이 많이 알아보나?

미스코리아 대회가 끝나고, 고연전을 했다. (학교 앞) 안암 거리에서 몇몇 분들이 저를 알아보더라. 매일 지나다니던 길에서 갑자기 절 알아봐주는 분들이 생기니까 신기하더라. 인사해주는 분들도 있었다.

경제학도인 이승현은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 강영국 기자
“공부에 발목잡히고 싶지 않았다...장래희망은”

Q. 대학 진학 전에 모델로 활동했다.

모델이 된 것은 운이 따라줘서 가능했던 일이다. 중3때, 친구가 모델을 체험하는 캠프에 간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모델 일을 하게 됐다. 중학생때 키가 170cm 이었는데 키가 커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2까지 키가 커서 지금은 173cm다.

Q. 모델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학업을 병행해 고대에 갔나?

고2 즈음,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 모델 일은 쉬게 됐다. 나중에 공부하지 않은 것에 발목을 잡히고 싶지 않아서 수능 공부를 열심히 했다. 갑자기 공부를 시작한 거면 힘들었을텐데 꾸준히 공부해왔기 때문에 수능 공부가 가능했던 것 같다.

Q. 공부도 상당히 잘했겠다.

정시로 입시를 했는데 수능에서 3~4문제 정도 틀렸던 것 같다. 고3때 현역으로 고려대 영문과에 갔다가 다시 수능을 봐서 경제학과로 갔다. 학교에 전과 제도가 없어서 다시 수능을 봤다. 그런데 그 다음 해에 전과 제도가 생겨서 약간 억울하더라. 하하.

Q. 다시 수능을 보면서까지 경제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경제학과에 간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아버지가 경제학과를 나오셔서 경제 쪽에 종사하신다. 2살 많은 오빠도 경제학과를 나왔다. 저는 3학년 2학기까지 다니고 지금은 휴학 중이다. 또 영어보단 수학이 나을 것 같았다.

Q. 경제학도로서 최근 관심 갖는 분야는.

지금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단연 NFT(대체불가능토큰)다. 제페토(메타버스 플랫폼)를 많이 하던데 이걸 미스코리아와 연관짓게 되더라. 가상의 인물을 NFT 미스코리아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스케줄이나 사생활 문제가 있을텐데 가상 현실에서 NFT로 만든다면 조금 더 효율적인 경제 창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또 제페토에서 캐릭터를 꾸미기 위해 아이템을 사는 것을 보면서 저런 방향으로도 수익 창출을 꾀해볼 수 있을 것 같더라.

Q. 장래희망은?

장래희망으로 구체적인 직업을 생각한 것은 얼마 안됐다. 옷 좋아하고 하고픈거 하다보면 찾겠거니 했다. 지난해에 옷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이 생겼다.

Q. 그 꿈을 위해 뭘 하고 있나?

대학에서 제 본 전공은 경제학과인데 융합전공(복수전공)으로 미대와 경영대를 합친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을 지난해 신청해 이수하고 있다. 패션회사들의 마케팅 방법 등을 배우면서 하고픈 일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Q. 직접 브랜드를 만들 예정인가?

그렇다.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서 운영할지 구체적으로 고민 중이다. 제가 디자이너인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회사 경영, 마케팅은 물론 모델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싶다. 미스코리아 본선 무대에 패션쇼같은 심사가 생겼다. 나중에 내가 만든 옷을 후배들에게 입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Q. 또 다른 꿈이 있다면?

브랜드를 론칭해서 직업적인 안정을 찾은 뒤엔 그림을 그려서 전시도 하고 싶다. 모델 일은 원래 좋아하고 하던 일이라 계속 하고 싶기도 하다. 또 여행을 다니면서 책도 쓰고 싶다. 책을 좋아해서 책을 쓰는게 어려서부터의 버킷리스트였다. 이뿐 아니라 기회가 된다면 배우로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대학에 입학한 뒤 연기 학원을 다니면서 잠시 연기를 배웠다가 올해 다시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이것 저것 다 하고 싶은데…제가 욕심이 좀 많은가?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 안 좋은 일이 있지 않았나. 지난달 29일. 집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가 인터넷으로 기사를 우연히 접했는데... 이태원 참사 기사를 보고 나서도 믿기지가 않더라. 미스코리아 대회가 끝나고, 당일에 당선자들이 (사고 현장 근방인) 해밀톤 호텔에 묵었다. 그 거리가 생생히 떠올랐다. SNS를 보면서 지인들에게 안부 연락을 하기도 하고, 함께 마음 아파하면서 그날 밤은 잠을 못이뤘다. 핼러윈은 20대 친구들이 많이 즐기는 문화이고, 이태원은 MZ세대가 많이 가는 거리다. 제 또래들이 참사를 당했다는 생각에 사건이 크게 다가왔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었던 일이고, 먼 일이 아니라 가까운 일이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위로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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