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기적이었지만, 위험은 늘 줄줄 흘렀다
2022. 11. 11. 16:38
ㆍ광산 측, 자체구조한다며 14시간 지연 신고
ㆍ슬러지 반복적 매립…“과거 매립 탓”주장
ㆍ상시적 위험 당연시… 관리 당국, 알고도 방치
지난 11월 4일 밤 11시쯤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이날도 사고 현장을 방문했던 천정대 한국진폐피해자협회 정선지회 소장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지금 나왔습니다. 2명 다 살아 있습니다. 건강도 양호한 것 같습니다. 들것을 가져갔는데 자기들이 걸어서 나가겠다고 했답니다.”
ㆍ슬러지 반복적 매립…“과거 매립 탓”주장
ㆍ상시적 위험 당연시… 관리 당국, 알고도 방치
지난 11월 4일 밤 11시쯤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이날도 사고 현장을 방문했던 천정대 한국진폐피해자협회 정선지회 소장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지금 나왔습니다. 2명 다 살아 있습니다. 건강도 양호한 것 같습니다. 들것을 가져갔는데 자기들이 걸어서 나가겠다고 했답니다.”

10월 26일 오후 6시쯤 갱도 입구가 매몰돼 고립된 광산 노동자 박정하씨(62)와 박모씨(56)는 이날 아흐레 만에 지상으로 돌아왔다. 기적 같은 생환이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슬픔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이들의 생환 소식은 값졌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절망에 또 다른 절망을 더하는 사고가 될 수도 있었다. 두 광산 노동자는 오롯이 자신들이 가진 지혜와 경험, 기지로 스스로의 목숨을 지켜냈다. 평균 연령 68세의 동료 광부 구조대는 밤낮없는 구조작업으로 이들을 지상으로 끌어냈다.
이들을 살린 것은 회사도 관리감독 기관도 아니다. 광산 운영사는 인명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수차례 위기 경보에도 작업을 강행, 사고 발생을 방치했다. 관리감독 기관은 사고의 예후를 감지하고도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사고를 막는 데 실패했다. 사고 이후 구조작업이 지연된 것도 두 주체 모두가 광산 안전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극적인 기적 못지않게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 그 자체에 눈길을 둬야 하는 이유다.
왜 14시간 만에 신고했나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였죠.” 박정하씨는 지난 8일 사고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10월 26일 오후 6시, 경북 봉화군 소천면 소재의 아연광산 금호광업소에서는 벼락이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갱도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사업장 일대는 전기가 끊겼다. 광산에서 27년간 일했던 조장 박정하씨는 보조작업자 박씨와 함께 지하 190m 지점에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혔다. 당시 사고가 일어난 1수직갱도에서 작업 중이던 이들은 박정하씨를 포함해 모두 7명. 지하 30m 지점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2명은 전기가 끊기자 2시간 만에 빠져나왔다. 지하 90m 지점에 있던 노동자 3명은 갱도 안에 고립됐다가 5시간 만에 구조됐다.
사고 직후부터 금호광업소를 운영하는 성안엠엔피코리아의 대응은 부자연스러웠다. 땅 밑에 노동자들이 고립되는 중대 사고에도 성안 측은 당국에 신고하거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기보다 자체구조를 택했다. 밤샘 구조가 무위로 돌아간 이후에야 업체는 당국에 신고했다. 경북소방본부에 구조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27일 오전 8시 34분. 사고 발생 후 14시간이 지난 뒤였다.
업체 측은 “밤샘 구조를 하다 보니 경황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사고 직후 신고하고 시추기 등 당국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을 동원했어야 한다. 그보다 “사고를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동료 노동자들의 추정이 설득력 있다. 금호광업소에서는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두 달 전인 8월 29일 작업자 2명이 매몰되는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1명이 사망해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 8월의 사고는 1수직갱도 1편(지하 90m 지점)에서 일어났다. 아연광산은 수직으로 이동통로를 뚫고 실제 광석을 캐는 작업은 광맥을 따라 수평으로 낸 갱도(편)에서 한다. 당시 1편에서는 두가지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사고를 당한 작업자 2명은 광석이 쌓여 있는 광석 더미 상부에서 천공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는 다른 작업자들이 쌓여 있는 광석을 캐 광차에 담는 상차작업을 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금호광업소 관계자는 “광석 더미 위에서 누군가 작업을 하고 있을 때는 밑에서 상차작업을 해선 안 된다. 한꺼번에 함몰돼 위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이날 작업을 시작한 지 1~2시간 만인 오전 10시쯤 상부에서 작업하던 2명의 작업자가 무너지는 광석 더미에 깔렸다. 작업자 1명은 광석 더미에 전신이 매몰돼 사고 6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작업자 역시 서서히 광석 더미에 매몰되고 있었다. 밧줄로 몸을 고정한 뒤 구조돼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촉박한 납기일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광산에서는 아연뿐 아니라 철광석도 나온다. 당시 회사는 8월 말까지 철광석 400t을 한 제련소에 납품하기로 했다. 납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무리하게 천공작업과 상차작업을 동시에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 한 작업자는 “무조건 하라고 했다. 이건 전형적인 인재다. 그때 우리 작업자들도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았는데, 우리가 실수했다. 곧이곧대로 다 말을 안 했다”고 했다.
사고 직후부터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광산안전법 위반 혐의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성안 측을 조사하고 있다. 당국의 동시다발 조사가 이뤄지는 와중에 작업자들의 고립 사고가 또 발생하자 신고를 의도적으로 지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
지난 11월 4일 박정하씨 등의 구조에 성공한 직후, 경찰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이번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수사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8월 사고와 병합 수사하기로 하고 최근 8월 사고의 생존자를 조사했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는 “8월 사고와 이번 사고는 사고 유형이 전혀 다르다”며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민간전문가, 경찰과 합동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 등을 명명백백히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사고 유형은 다를지라도 두 사고는 미리 예견된 사고였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두 사고 모두에서 업체의 관리자와 경영진은 위험을 예상하고도 작업을 강행해 사고 발생을 방치했다.
이번 사고는 1수직갱도의 폐갱도에 매립한 광물폐기물(슬러지)이 쏟아져 작업자들이 지상으로 이동하는 통로인 수직갱도를 막으면서 발생했다. 광물찌꺼기 등이 액체와 섞여 걸쭉한 뻘과 같은 성질을 띠는 슬러지는 사고 당일 최소 300t에서 최대 900t까지 쏟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왜 슬러지가 쏟아졌을까. 금호광업소의 작업자들은 회사의 슬러지 매립을 원인으로 꼽는다. 폐갱도에 반복적으로 슬러지를 매립한 결과, 슬러지가 무거워졌고 이내 터져나왔다는 얘기다. 박정하씨는 11월 8일 가족을 통해 이뤄진 인터뷰에서 “(회사가 슬러지를) 덤프를 이용해 1수직갱 폐갱도에 충전하는 식으로 처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갖다 부은 슬러지가 쉽게 물을 따라서 미끄러지면서 내밀리는 상황으로 붕괴가 이뤄졌다. 폐갱도 폐쇄조치를 완벽하게 하고 난 다음에 슬러지를 충전했다면 이렇게까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텐데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이런 큰 피해가 왔다고 본다”고 했다.
작업자들 상당수는 회사가 폐갱도에 슬러지를 묻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 작업자는 “여기서 발생한 슬러지를 그대로 묻었다. 폐기물 업체에 맡기든지 해야 하는데 비용 때문인지 자체적으로 해결한 것”이라며 “채광작업 중에도 슬러지가 흘러내려 따로 보수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정하씨도 “장마철 같은 경우 비가 많이 오고 하면 틈새를 타고 물에 섞인 슬러지가 1수직갱 전체로 다 퍼져나갔다”며 “항상 줄줄 흐르는 상황에서 작업을 해왔고, 이번 사고처럼 갑작스럽게 (슬러지가) 터지는 일도 없었기에 크게 위험하다는 생각은 못 했다. 염려는 많이 했다”고 말했다.

관리감독 기관도 알았다
관리감독 기관도 지난해 이미 금호광업소가 슬러지를 폐갱도에 매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지난해 11월 금호광업소의 내부고발자는 “금호광업소가 1만여t의 광물찌꺼기를 매립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다. 광산안전법은 광물찌꺼기·폐석 처리 및 광해 방지를 광업권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광물찌꺼기는 원칙적으로 집적장(광미장)에 쌓아두도록 하고 있지만, 갱내 매립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슬러지를 갱내에 매립했을 때만 불법매립으로 처벌한다. 지난해 민원이 접수된 직후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금호광업소에 대한 조사를 벌여 “폐석, 광미, 슬래그를 폐갱도에 충전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1수직갱 인근 폐갱도 지표관통부(갱내 충전 작업지)는 침하 및 붕괴에 따른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일체의 갱내 충전작업을 중지하고 인원 및 차량의 접근을 통제토록 안전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슬러지를 매립한 폐갱도가 붕괴할 위험이 있으니 매립을 중지하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금호광업소에 전문기관에 의뢰해 정밀안전진단을 받으라고 명했다. 진단 항목은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매립한 슬러지의 환경 유해성 평가였고, 다른 하나는 슬러지 매립지의 갱도 안전성 평가였다. 금호광업소 측은 두 항목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올초 동부광산안전사무소에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광산 운영사인 성안 측 관계자는 “환경적으로 무해하다는 결과를 제출했다”며 “갱도 안전성 평가도 함께 진행해 산자부 측에 보고했고 광미(슬러지)를 (폐)갱도에 투입해도 괜찮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했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의 승인 아래 폐갱도에 슬러지 매입을 했다는 뜻이다. 전문기관이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거나, 동부광산안전사무소의 후속조치가 부적절했을 가능성이 있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성안 측은 슬러지 매립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무너진 폐갱도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들이 슬러지를 매립한 곳이 아니라 과거의 사업자가 슬러지를 매립한 곳이 붕괴해 사고가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업체 사장은 사고 직후인 지난 10월 27일 취재진에 “펄이 터져 나온 갱도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1988년에 회사를 인수했을 때부터 이미 연대 미상의 갱도가 가로로 많이 설치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광산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개발을 시작해 해방 후 국유화됐다. 1976년 민영화가 이뤄져 다른 업체가 채굴하다 1988년 성안엠엔피코리아의 전신인 성안자원이 광산을 인수했다. 업체의 안전관리자도 10월 27일 언론브리핑에서 쏟아져 내린 슬러지에 대해 “일제강점기 때부터 갱도 사이사이에 묻어둔 슬라임 형태의 모래 성분, 광분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금호광업소의 노동자들은 업체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본다. 한 노동자는 “일제강점기 때는 슬러지 대부분을 낙동강에 흘려보낸 것으로 안다. 환경부도 없었는데 갱내 매립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박정하씨 역시 “(업체 주장이) 타당한 해명일 수가 없다. 얼마 전에도 갖다 부었는데”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팀은 제기된 의혹을 모두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11월 7일 슬러지의 환경 유해성, 매립 시기 등을 따져보기 위해 시료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감정을 의뢰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슬러지의 갱내 매립 행위 자체에 대한 법률 검토도 진행 중이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의 갱도 안전성 점검 과정이 타당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박정하씨는 “관리감독 기관도 큰 문제가 있다. 주기적으로 안전 실태 점검을 하고 거기에 따른 시정명령 조치도 취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 안전 점검이라는 게 뭔가. 기관 직원들이 나와서 작업을 하는 막장이든, 작업을 하지 않는 막장이든 안전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실태를 정확히 판단해 결정을 해줘야 한다. 그런 것들을 소홀히 했기에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조 과정도 난맥
사고 발생 이후 박씨 등이 구조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당국과 업체는 1수직갱에 인접한 2수직갱을 통해 구조를 시도하는 동시에 고립 예상 지점으로 통하는 구멍을 뚫기 위해 시추작업을 전개했다. 생사 확인과 식수 공급 등을 위한 조치였다. 당국은 10월 31일까지 시추공 2개를 뚫었지만 광부들을 찾지 못했다. 업체가 구조에 활용한 도면이 20년 전 만들어진 것이어서 바뀐 갱도 구조가 반영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산 운영사가 갱내 지형을 담은 특별안전도를 매년 광산안전사무소에 제출하도록 한 광산안전법 시행규칙을 따르지 않은 셈이다. 특별안전도를 제출받았어야 할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2수직갱의 경우 20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폐갱도였다. 갱도가 변화되면 변화된 부분을 제출하는데 폐갱도는 20년 전 상황이 유지돼 자료도 예전 자료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가족들에게 약속한 구조 시한은 거푸 연장됐다. 그 사이 박정하씨는 베테랑의 지혜와 기지로 일을 시작한 지 고작 나흘 된 보조작업자 박씨를 보듬어 생존에 성공했다. 갱도에 쓰다 남은 비닐로 움막을 만들어 체온을 유지하고, 산소용접기와 라이터로 모닥불을 피웠다. 작업 전 가지고 들어간 커피믹스가 귀중한 식량이 됐다. 갱도에 있던 전기포트의 플라스틱을 떼어내고 모닥불에 올려 커피를 끓였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221시간을 버틴 지난 11월 4일 밤 11시 3분, 박정하씨는 갱도를 파내고 들어온 동료 광부들과 포옹할 수 있었다.
박정하씨와 박씨는 구조 직후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 건강은 순조롭게 회복 중이지만, 캄캄한 갱도에 갇혔던 끔찍한 경험으로 인해 퇴원(11월 11일) 후에도 밤잠을 잘 못 이루고 있다.
9일 동안 구조현장에서 대기하며 마음을 졸였던 박정하씨의 아들은 “이번에 사고가 나면서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갱도에 들어가 봤다. 어떻게 이렇게 어렵고, 위험한 곳에서 근무하실 수 있었는지 눈물부터 났다. 구조 이후에도 자다가 갑자기 깨는 일이 잦다. 살아 돌아오신 두분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관리가 이뤄진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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