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이태원 참사 거리 8곳 무단불법증축”···구청 방기가 골목 혼잡 불렀나

권정혁·이홍근 기자 2022. 11. 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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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보고서 갈무리.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장소와 그 주변인 이른바 세계음식거리 ‘T존’에 불법으로 증축된 건물이 8개 있다는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거 불법 증축 사실이 적발됐다가 현재는 위반이 해제된 건물도 6개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공개 회의에서 불법건축물을 집중점검해 고발과 철거를 진행하기로 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1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무단불법증축 관련 국토부 자체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건물 17곳 중 위반건축물이 8곳, 위반건축물 지정 후 해제된 곳은 6곳이다.

국토부 조사 결과,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진입로인 ‘T존’ 부근 건물들 가운데는 9년 전 적발된 무단증축이 아직까지 시정되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스트’, ‘글램라운지’, ‘데이앤나잇’ 등의 클럽 라운지가 위치한 이태원동 116-1번지 해밀톤호텔 별관 1층은 경량철골과 렉산(폴리카보네이트,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51㎡ 넓이를, 같은 건물 1,2층에는 경량철골과 유리로 78㎡ 를 무단증축한 사실이 2013년 12월9일 적발됐다. 해당 건물은 현재까지도 불법 증축을 시정하지 않고 있다.

이태원동 116-22번지 지하1층은 판넬과 쇠파이프로 10.50㎡를 무단증축됐다. 클럽 ‘아틀리에’ 등이 위치한 이태원동 116-2번지 지상 2층도 철골조와 H빔(건물의 뼈대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강철 기둥)으로 180㎡ 넓이를 무단 증축해 2018년 6월20일 적발됐다. 119-17번지 상가는 샤시와 유리로 3㎡, 경량철판과 나무기둥으로 2.2㎡를 무단증축한 사실이 2015년 2월26일 적발됐다. 지난 9월22일에는 이태원동 119-8번지 유리와 샤시로 20㎡ 넓이를 증축한 6층 영업장이 단속되기도 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특히 T존 일대는 해당 가로구조에서 보행흐름에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면서 “3방향으로 인파가 집중되는 지점이므로 불법증축으로 인한 영향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직접 통행을 방해하지 않았더라도 인파의 증가를 유발하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불법증축 및 무단용도변경으로 인해) 해당 사업장의 면적과 사용성이 증가되면서 많은 이용객이 집중되거나 근처에서 대기하는 인파의 증가를 유발해 보행로 혼잡과 밀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청은 이 같은 무단증축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관할 구청은 위반건축물 적발 시 사전통지 후 2차례에 걸쳐 시정명령을 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문제는 실효성이 약해 이행강제금을 감수하고 영업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도 불법증축이 너무 많아 전부 단속하지는 못 한다”며 “이행강제금 부과 외에는 손을 잘 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2월26일 불법증축이 적발된 이태원동 116-7, 112-5, 119-17, 119-10, 119-9번지 중에서 119-17번지 상가는 위반사실을 시정하지 않은 채 7년째 영업을 지속해왔다. 해밀톤호텔의 경우에도 위반사실을 전부 시정하지 않은 채 이행강제금을 내고 영업을 이어왔다.

해밀톤호텔 본관과 B동이 위치한 이태원동 108-9번지 판매시설 건물 전면 1층에 경량철골과 새시로 10.2㎡, 건물 측면 1층에 경량철골로 7.84㎡가 무단증축된 사실은 2013년 5월6일 적발됐다. 특히 건물 전면 1층은 49㎡ 무단증축(철골조) 사실이 2018년 4월23일 추가로 적발됐다. 본관 2층 후면에는 경량철골과 유리로 174㎡를 무단으로 증축해 지난해 11월10일 적발되기도 했다. 해밀톤호텔은 불법증축이 최초 적발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총 5억553만3850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청은 참사 발생 9일 만인 지난 7일에야 서울 용산경찰서에 건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비판이 제기되자 서울시는 지난 9일 중대본 비공개 회의에서 불법건축물 관련 안전대책을 내놨다. 서울 전역의 위반건축물 종합대책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예외 없이 대상 건물을 고발하기로 했다. 이후 공익침해와 위험 여부를 판단해 위반 구조물을 철거할 예정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불법 증축된 건물 때문에 밀집도가 높아졌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며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증축물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이 행정대집행을 통해 대신 철거할 수 있다”며 “불법증축은 (행정법규 위반이라) 형사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했다. 이어 “불법적인 상태가 제거되는 게 목적이므로 (현행) 이행강제금을 증액하여 자진철거 가능성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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