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빌런 없애고 싶다고? 똑똑하기만 한 문제아 뽑지 마라”

오윤희 기자 2022. 11. 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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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헨리 스튜어트 해피 Ltd 최고행복책임자(CHO)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커스 버킹엄(Marcus Buckingham)은 1999년 저서 ‘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유능한 관리자(원제 First, Break All the Rules)’에서 직장인들이 조직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낮은 연봉이나 비전 없는 조직이 아니라, 상사의 무관심을 꼽았다. 하지만 직원의 근로 의욕을 꺾는 것이 비단 상사만은 아니다. ‘유능한 동료가 최고의 (사내) 복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떤 동료를 만나는가에 따라 직장인의 만족도는 크게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조직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조직의 적(敵) ‘오피스 빌런’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주]

해피 Ltd 창업자 겸 최고행복책임자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2011년 싱커스 50(Thinkers 50)선정, ‘해피 매니페스토’ 저자

1987년 연금 투자 회사에 취업한 20대 청년 헨리 스튜어트(Henry Stewart)는 입사 12일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태도(attitude)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신이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그해 직접 런던에 기업 전문 IT 교육용 서비스 업체를 차렸다. 행복한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뜻에서 회사 이름도 ‘해피 Ltd(Happy Ltd·이하 해피)’라고 지었다.

직원 50여 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지만, 그의 바람대로 해피는 2006년부터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영국에서 최고로 일하기 좋은 회사’ 중 하나로 5년 연속 선정됐다. 직원 만족도 조사에서도 ‘조직 생활에 기쁨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평균 80% 전후다.

‘직원이 행복하고 자유롭게 일할 때 가장 훌륭한 결과를 얻는다’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30여 년째 전도하고 있는 스튜어트는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들을 선정하는 ‘싱커스 50(Thinkers 50)’에 선정된 바 있다. 또한 2020년엔 그의 책 ‘해피 매니페스토(원제 The Happy Manifesto, 2012년 출간)’가 국내에 출간되기도 했다.

현재 해피에서 ‘최고행복책임자(CHO·Chief Happiness Officer)’라는 직함을 가진 스튜어트를 10월 7일 화상으로 만났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영국시각 오전 8시) 생기가 넘쳤던 그는 회사 이름과 직함에 걸맞게 밝고 유쾌해 보였다.

CHO가 하는 일은 뭔가.

”내가 맡은 역할은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행복할수록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우리 회사의 신념이다.”

직원들의 행복이 회사에 이득이라는 걸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있나.

”책에도 소개했지만, 영국에서 인기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난도스(Nando’s)는 특별히 매출이 높은 지점들을 조사해 봤다. 그랬더니 공통적으로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국 백화점 체인 존 루이스(John Lewis)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게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에 근거해 결정한다. 그것이 창업 초기부터 그들이 지켜 온 핵심 경영 이념이다. (1864년에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단촐하게 시작한) 존 루이스는 지금 직원 8만5000여 명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직원들의 행복이 회사의 이득이라는 걸 보여주는 학문적 연구도 있다. 알렉스 에드먼스(Alex Edmans)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교수는 ‘포천(Fortune)’이 선정하는 ‘직원들이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의 약 20년치(1998~2005) 주식 투자 수익률을 조사해 분석한 논문을 2008년 게재했다. 조사 결과, 직원들이 행복을 느끼는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 수익률이 다른 일반 기업에 대한 투자 수익률보다 13.6%포인트 더 높았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분위기를 흐리는 문제 사원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가장 좋은 대비책은 채용 과정에서 그런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거르는 것이다. 지원자들이 우리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에 걸맞은 사람인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사람을 뽑아야 한다. 때로는 조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 섞이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일부는 노력하면 조직에 맞출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내 고객사 중 한 곳은 동료 평가를 시행하는데, 그곳 직원 가운데 하나가 최하 점수를 받았다. 그 직원은 자신이 받은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나쁜 점수를 준 모든 사람을 찾아가 ‘왜 내가 이런 점수를 받아야 하느냐’고 따졌다. 동료들은 ‘넌 절대 (업무 관련) 전화를 받지 않잖아’라고 했고, 그제야 자기 잘못을 깨달은 그 직원은 3개월 뒤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비슷한 맥락인데 넷플릭스엔 매년 모든 직원에게 ‘CSS(Continue·Stop·Start) 피드백’이라는 걸 줘서 그들이 계속해야 하는 부분(continue), 그만둬야 하는 부분(stop), 시작해야 하는 부분(start)이 뭔지 알려준다. 조직에서 매니저 역할을 하는 직원들이 부하 직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면, 이들이 문제 직원들을 서포트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엔 동료 평가 및 동료들의 도움이 문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해피엔 문제 사원이 없었나.

”굉장히 똑똑했지만,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직원이 있었다. 그 결과, 다른 직원들이 똘똘 뭉쳐 ‘저 사람과는 같이 일을 못 하겠다’라고 했다. 결국엔 그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뒤 똑똑한 문제아(brilliant jerk)는 뽑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대신 겸손하고, 긍정적이며, 동료를 서포트할 수 있을 사람을 뽑는다.”

사원을 뽑을 때 이력서를 안 본다고 들었다. 똑똑한 문제아를 뽑지 않기 위해서인가.

”정답이다! 우리는 이력서 대신 그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본다. ‘당신은 긍정적이고, 타인을 서포트해 줄 수 있는 사람인가요’라고 묻는 대신, 6명의 지원자로 그룹을 만들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학생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나요’라고 묻는 대신, 학생들과 직접 관계를 맺고 교류하도록 훈련해서 그들의 행동을 본다.”

조직에서 직원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뭘까.

”어떤 방법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전략과 의사 결정 과정에 사람들을 참여(involve)시켜라. 예를 들어 이번 주에 우리 회사에선 임금 인상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임금 인상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하면 좋겠냐’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경영자들의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그런다고 아무도 비현실적인 인상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들 회사의 재정 상태를 파악하고, 무엇이 책임감 있는 결정인지 인지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원들의 행복도를 낮추는 고질적 문제다. 원인은 무엇이고, 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경영진이 괴롭힘을 절대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잘나가는 직원이라도, 심지어 조직 내 최고 인재라 하더라도 다른 사원들을 괴롭히면 제재를 가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하는 근본적 이유는 이를 단절할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다.”

저서에서 소개한 ‘해피 매니페스토’를 대기업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구글을 창업하기 전, 당시 상사에게 ‘내 방식대로 하면 당신이 3개월간 해도 못 할 일을 일주일에 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상사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페이지는 일주일이면 할 수 있는 일을 3개월간 했다. 그는 절대 그런 조직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고, 훗날 그가 구글의 창업자가 돼 30여 명의 개발자들과 함께 토의할 일이 있었는데 페이지와 개발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결국 페이지가 ‘그럼 당신들이 원하는 걸 내 방식대로 하라’고 하자, 개발자들은 ‘우리가 원하는 걸 우리 방식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때 페이지는 직원이 창업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훌륭한 회사를 세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계 어느 기업이든 노력하면 구글 같은, 거대하면서도 유연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조직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직원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할 것. 무엇을 하라고 일일이 지시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채용할 때 일단 공고에 직무 소개를 적어놓긴 하지만, 뽑고 나서 곧 폐기해 버린다. 뽑힌 직원이 그 일 말고 다른 일을 더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회사 니콜은 행정직으로 채용됐지만, 그 일보다는 사람들을 대하고 서포트하는 걸 더 좋아했다. 그래서 관련 교육을 받도록 도와줬다. 둘째, 직원들을 믿을 것. 상사가 할 일은 직원이 하는 일을 승인(approve)하는 게 아니라, 가이드라인 안에서 그들을 신뢰해 주는 것이다. 대부분이 완벽한 자유를 불편해한다. 그러니 가이드라인 안에서의 자유와 신뢰를 주는 게 상사의 역할이다. 셋째, 직원들에게 ‘지시’하지 말고 ‘코치’할 것. 이 세 가지가 직원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조직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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