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묶어놓은 규제지역 풀어, 대출·세금 ‘허들’도 낮췄다
정부가 10일 서울과 경기도 4개 지역만 남기고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하기로 결정한 것은 최근의 주택시장 침체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값이 매주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경신하고, 주택 거래량 역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전국(-0.39%), 수도권(-0.47%), 서울(-0.38%) 아파트값은 모두 2012년 통계 집계 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올 들어 9월까지 전국 주택 거래량은 41만7000여 건으로 작년의 절반에 불과하다.
정부는 대출·세금·청약 등의 규제가 패키지로 묶인 규제 지역을 파격적으로 해제해 주택 거래량을 회복시키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과거 과도하게 오른 집값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 추세와 결합한 급격한 시장 냉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시장 정상화 관점에서 규제지역 해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금리 인상 기조와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해 거래량을 예년 수준으로 회복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文정부 출범 전으로 돌아간 규제지역
이번 규제지역 완화 조치가 14일 적용되면 올해 초만 해도 전국 지자체의 절반에 육박했던 규제지역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줄어든다. 2017년 문 정부의 첫 전방위 부동산 규제안인 ‘8·2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전국에서 규제지역은 서울과 세종, 경기도와 부산 일부 지역에 불과했다. 그러나 ‘핀셋 규제’라는 명목으로 규제지역이 계속 추가됐고, 2020년 12월엔 전국 시·군·구 226곳 중 111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6월부터 세 차례나 규제지역 해제를 발표했다.
비(非)규제지역이 되면 주택 거래와 보유 때 적용되는 세금, 대출 등의 규제가 일시에 풀린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가 집값의 50%에서 70%로 완화된다. 다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담보대출이 불가능하지만, 비규제지역은 집값의 60%까지 빌릴 수 있다. 다주택자 취득세도 중과세율(8~12%)이 아닌 일반세율(1~3%)을 적용받고, 양도세 최고세율은 75%에서 45%로 낮아진다. 2주택자까진 종부세율도 최고 6%에서 3.2%로 낮아진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요즘 같은 시장 침체기엔 규제로 투자 수요를 제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구매자 부담을 낮춰 거래를 늘리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규제지역 해제는 청약을 기다리는 젊은 층에도 희소식이다. 규제지역에서 분양되는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을 따지는 가점제 비중이 75~100%에 달하지만, 비규제지역에선 60%가 추첨제로 공급된다.
◇거래 활성화 쉽지 않아…”서울도 풀었어야”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발표가 과도한 규제를 되돌리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극심한 ‘거래 절벽’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지역 해제로 대출·세금 같은 주택 구매를 어렵게 하는 ‘허들’이 없어지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설 만큼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이 많이 내렸어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금리 때문에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도 여전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출범 6개월 만에 3번의 규제지역 완화를 발표하면서 정부가 시장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집값이 더 내릴 것이라는 심리가 워낙 강해서 단기간에 주택 거래량이 반등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대출이 어렵고 이자 부담만 계속 커지고 있다”며 “매수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서울을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에서도 집값 하락 폭이 큰 강북 일부 지역은 규제지역 해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서울과 인접지는 개발 기대감이나 주택 수요가 많아 규제지역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집값 상승률, 청약 경쟁률 같은 지표를 바탕으로 투기 수요 유입이나 시장 과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규제지역. 가계 대출을 비롯해 아파트 청약이나 분양권 전매 등에 제한을 받고, 다주택자는 주택 취득세·양도세가 크게 늘어난다. 조정대상지역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더 강한 규제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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