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뚝뚝 소음 잡은 백조씽크…유럽 도전장

안대규 2022. 11. 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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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이 주방에서 제일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싱크대다.

1964년 설립된 백조씽크는 58년간 '싱크볼 제조' 외길을 걸어온 업계 최장수 기업이다.

지난 9일 방문한 서울 청계천로 백조씽크 본사 2층에는 업계 유일의 싱크볼 전용 쇼룸이 있다.

국내 싱크볼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백조씽크는 지난해 내수와 수출 호황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대비 36%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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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수기업을 가다
(1) 이종욱 백조씽크 대표
국내 싱크볼 시장 점유율 50%
수출 호황 힘입어 매출 36% 급증
내년부터 세계 1위 업체에 납품
"中企 승계 멈추면 기술도 멈춰
기업승계 정책적인 지원 필요"
이종욱 백조씽크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청계천로 본사에서 프리미엄 싱크볼 ‘깜포르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주부들이 주방에서 제일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싱크대다. ‘개수대’로 불리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싱크볼’에서 요리 재료를 씻거나 다듬고, 설거지를 한다. 1964년 설립된 백조씽크는 58년간 ‘싱크볼 제조’ 외길을 걸어온 업계 최장수 기업이다. 중장년층에겐 ‘백조표’로 널리 알려진 친근한 브랜드다.

지난 9일 방문한 서울 청계천로 백조씽크 본사 2층에는 업계 유일의 싱크볼 전용 쇼룸이 있다. 이 회사가 내수 및 수출용으로 판매하는 30여 가지 싱크볼이 전시돼 있다. 국내에선 대우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건설사와 한샘 리바트 에넥스 등 가구업체,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을 통해 싱크볼을 판매하고 있다. 이종욱 백조씽크 대표는 “3중 특수패드가 부착돼 물이 떨어질 때 나는 소음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 기술은 주방가구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에서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싱크볼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백조씽크는 지난해 내수와 수출 호황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대비 36% 급증했다.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미국에 싱크볼을 수출하는 이 회사는 내년 1월부터 세계 최대 싱크대 제조업체에 납품하기로 해 유럽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3중 특수패드를 적용한 프리미엄 싱크볼 ‘깜포르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백조씽크의 강점은 기술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회사 제품은 스테인리스 재질의 가장 큰 약점인 흠집(기스)이 생기지 않는다. 이중 엠보 패턴으로 표면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특수 코팅을 거쳐 물 얼룩이나 녹 발생도 거의 생기지 않는다. 자체 프레스 금형을 직접 제작하는 성형 기술로 디자인도 돋보인다. 이 회사는 업계 유일의 디자인팀과 기술연구소를 갖췄다.

그 결과 업계 최초로 프레스기술을 이용해 싱크볼 모서리별 곡률 반경을 ‘20R’(반지름이 20㎜인 원의 휘어진 정도)로 만들어 일반 제품보다 20%가량 더 많은 물을 담을 수 있다.

한국 싱크대 발전의 역사는 이 회사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백조씽크는 1960년대에 배관용 신주를 납품하는 삼화금속공업사로 출발했다. 창업주인 이성진 회장의 부인 조화자 여사가 매일 40여 명의 공장 직원 식사를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준비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입식 부엌을 만든 것을 계기로 싱크볼 시장에 진출했다. 1971년 에넥스의 ‘오리표’ 싱크대가 나오자, 이를 뛰어넘고자 1972년 ‘백조표’ 싱크대를 출시했다.

이종욱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992년부터 백조씽크의 사후서비스(AS) 기사 일을 하면서 싱크볼 사업에 발을 디뎠다. 1996년 부친이 갑자기 별세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500만원이 없어 부도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당시 경기 침체로 싱크볼 업체 10곳 중 3~4곳이 폐업하는 가운데서도 살아남았다. 2018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성장성을 자신할 수 없는 사업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회사 규모가 부쩍 커졌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507억원으로 전년(373억원)보다 36% 급증했다.

이 대표는 기업승계와 관련해 “자전거가 멈추면 쓰러지듯, 중소기업도 승계를 멈추면 기술이 사장되고 멈출 수밖에 없다”며 “기업승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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