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넘는 아파트 주담대 허용…5조 미분양 PF대출보증 신설

황재성 기자 2022. 11. 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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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착륙 방지 대책
세종시 생활권에 들어서 있는 아파트 단지. 뉴스1 자료사진. ⓒ News1
정부가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투기과열지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달 14일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경기 수원, 안양, 안산 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동탄2 등 9곳이 해제된다. 또 조정대상지역에서 인천 전체와 경기도 22곳, 세종시 등 모두 31곳이 풀려난다.

정부는 실수요자의 구매력을 높여주기 위해 규제지역에서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50%로 단일화하고,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허용해주는 등 금융 규제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무주택 청약자격 시 거주지 요건을 폐지하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미분양으로 고통 받는 건설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10조 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동산사업을 담보로 받는 대출) 보증을 추가 공급하는 등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공적 보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공공택지 사전청약 의무제는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10일(오늘) 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대책(이하 ‘11·10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급랭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금융과 부동산 규제 관련 대책이 두루 담겨 있다.

핵심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부동산시장 수요를 되살리고, 주택공급기반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대책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묶었던 규제들을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왜 하나…부동산시장 경착륙에 따른 경제 위기 조기 차단

정부가 ‘11·10 대책’을 내놓은 데에는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정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추 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회의에 앞선 모두발언을 통해 “과거 과도하게 상승했던 주택가격의 일정 부분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최근의 가파른 금리인상 추세와 결합한 급격한 시장 냉각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시장은 수도권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8월 이후부터는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이 정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택 거래는 거의 단절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러한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침체 상황은 실물경제나 금융시장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공인중개업소나 인테리어업체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등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중심으로 자금경색이 심화하면서 금융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진 상태다.
● 수요 되살리기…규제지역 대거 해제

추 부총리가 모두발언을 통해 밝힌 이번 대책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확고히 하면서도 중장기적인 주택수급의 안정, 서민·실수요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맞춤형 대응방안”이다.

이 가운데 맨 먼저 제시된 것이 규제지역의 과감한 해제이다. 이미 현 정부는 올해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규제지역 해제조치를 단행했다.

이번에는 나머지 지역 가운데 서울과 서울에 붙어 있는 ▲경기 과천 ▲성남 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4곳을 제외한 전체를 모두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에서 ▲경기 수원 ▲안양 ▲안산 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화성 동탄2 등 9곳이 풀려난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던 곳 가운데에선 인천의 중·동·미추홀·연수·남동·부평·계양·서구와 세종시가 모두 해제된다. 또 경기도에서는 ▲수원팔달· 영통·권선·장안·광교지구 ▲안양 만안·동안 ▲안산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처인 ▲고양 ▲남양주 ▲화성 ▲부천 ▲시흥 ▲오산 ▲광주 ▲의정부 ▲김포 ▲화성 동탄2 ▲성남 중원 등 22곳이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된다.

이번 조치는 11월 14일(다음주 월요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규제 단계 중 가장 높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에서 벗어나면 우선 가계대출 규제가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가능해진다. LTV 규제도 풀리고, 총부채상환비율(DTI) 40% 적용도 사라진다. 정비사업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풀린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후부터,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후부터 양도가 금지된다. 또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어도 특별공급이 가능해진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LTV, DTI 등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LTV는 비규제 지역과 동일하게 70% 수준까지 적용받는다. 조정대상지역에 까다롭게 적용됐던 세제 규제도 해제된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가 없어진다. 1주택 이상 소유자의 신규 취·등록 임대주택 세제혜택도 정상화된다.

주택 분양권 거래도 쉬워진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소유권이전등기일까지 최대 5년간 전매가 금지, 조정대상지역에서는 3년간 금지된다. 청약 재당첨제한도 각각 10년 제한, 7년 제한이 없어진다. 주택 취득 시에도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 증빙자료 제출 의무도 없다.
● 수요 되살리기…주택금융 규제 완화 조기 시행

실수요자의 구매능력을 높이기 위해 금융 규제도 완화된다.

우선 내년 초 시행될 예정이었던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에 대한 LTV 50% 단일화와 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허용 조치가 12월 초로 앞당겨진다.

이번 조치로 현재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 및 1주택자에 대해 주택 가격에 따라 20~50%로 적용되던 LTV가 50%로 합쳐진다. 또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15억 원을 넘어서는 주택을 살 때에도 LTV 50%를 적용받아 살 수 있게 된다.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선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그만큼 대출 받기가 쉬워지는 셈이다.

여기에 부부합산 연소득이 9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이면서 8억 원 이하(조정대상지역)또는 9억 원 이하(투기·투기과열지구) 주택을 살 때 적용됐던 LTV 우대혜택도 확대된다. 현재는 4억 원 한도에서 LTV 우대폭이 10~20%포인트(p)로 적용된다.

하지만 12월부터는 6억 원까지 20%p로 단일화돼 적용된다는 것이다. 결국 LTV를 70%까지 인정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 수요 되살리기…청약 규제 및 취득세 감면 요건 완화

6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2.11.6/뉴스1
부동산 수요층을 넓히기 위해 청약 자격 규제가 완화되고, 취득세 감면 대상은 확대된다.

우선 청약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제지역에서 무순위 청약 시 주택이 공급되는 지역(시군)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제한했던 조치가 폐지된다.

또 예비당첨자 범위도 현재 세대수의 40%에서 500% 이상으로 대폭 넓어진다. 또 예비당첨자 명담 보존기간도 최초계약일로부터 60일에서 180일로 늘어난다.

이번 조치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 혜택 확대는 지난 6월에 발표됐고 내년 초 시행될 방안이다. 이번에는 감면 대상이지만 추징받을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한다는 게 포함됐다. 즉 3개월 내 입주하지 않으면 감면한 세금을 추징하겠다던 방침을 바꿔 임대차 권리관계로 입주가 지연되면 3개월이 넘어도 추징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한편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은 연 소득이나 주택가격에 관계없이 누구나 200만 원까지 취득세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는 생애최초 주택 취득세는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이면서 수도권 4억 원·비수도권 3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에만 적용된다.
● 공급 기반 보호…부동산 금융 보증 강화

부동산시장의 경착륙 우려에 고통받는 건설업체에 대한 지원방안도 마련됐다. 공급을 담당하는 주택업체들을 지원해 공급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이를 위해 우선 5조 원 규모로 미분양 주택에 대한 부동산 PF 보증 상품이 신설된다. 현재도 준공 후 미분양에 대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택담보대출 보증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준공 전 미분양에 대해서도 금융기관에서 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분양가 할인 등과 같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건설업체의 자구노력이 선제 조건이다.

HUG와 주택금융공사(HF)가 시행하고 있는 PF 대출 보증 지원 기준도 대폭 완화된다. 현재는 주택만 보증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주거용오피스텔과 같은 준주택과 복리시설도 대상이 된다. 또 지역에 상관없이 100채 이상이면 보증을 받을 수 있다. 또 중소형 사업장 대상 PF 보증이 10조 원으로 확대된다.

주택업체의 자금줄이 될 수 있는 부동산 리츠에 대한 규제도 완화된다. 리츠는 총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데, 리츠가 부동산법인의 지분을 50% 넘게 보유할 때에만 해당 투자지분을 부동산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20% 이상 보유한 경우에도 해당지분을 부동산으로 인정받는다.
● 공급 기반 보호…안전진단 규제 완화와 등록임대사업자 부활

주택업자의 사업성 강화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져 온 안전진단 규제 완화 조치를 연내 마무리하고, 공공택지 사전청약 의무화는 폐지된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방안은 5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안전성의 평가비중을 낮추고,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사 의무화는 필요시 진행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데, 다음달 초 최종 방안을 마련해 공개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지난 정부에서 주택 공급 조기화를 목표로 도입했던 공공택지 사전청약 의무화는 폐지된다. 또 이미 매각된 공공택지의 경우 사전청약시기가 6개월 이내에서 2년 이내로 대폭 늦춰진다.

이번 조치로 민간 사전청약 물량은 2024년까지 7만 4000채에서 1만 5000채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돼온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부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과거 제도 운영 사례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다음달에 공개된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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