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해제·대출완화 연착륙 기여…매수심리 회복엔 역부족"
이자부담에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정부가 10일 내놓은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 규제 완화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매수심리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발표한 부동산 시장 현안 대응 방안에서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전역과 인천, 세종이 규제지역에서 풀린다.
대출 규제도 완화해 다음 달 1일부터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50%로 일원화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허용된다.
생활안정 목적 주담대는 한도가 없어지고, 무주택자 LTV 우대 한도는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된다.
규제지역 대폭 해제로 시장 '숨통'…비규제지역 대출 70%까지
전문가들은 이번에 서울과 인접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체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서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청약 규제도 대폭 풀린다는 점에서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규제지역에서는 15억원 이상 주택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규제지역내 20∼50%에서 70%까지 허용된다.
또 10년 재당첨 제한, 민영주택 가점제 비율, 분양권 전매제한 등 청약규제가 풀리고 다주택자 양도세·종부세 중과 등 세제도 완화된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주택자가 조정대상 지역에서 추가 주택을 살 때 취득세가 8%지만 해제지역에서는 일반 세율로 바뀌므로 급급매 중심 매물 소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제 해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진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여전히 묶여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금리가 치솟고 있어 매수자들이 대출을 많이 내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수요 부족에 따른 집값 하락세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도 "침체기엔 세제, 대출, 청약 규제 등으로 투기수요를 더는 제한할 필요가 없다"면서 "다만 규제지역 해제는 주택 구매에 장애가 없어진 것이지 거래당사자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아니어서 빠른 거래 활력을 기대하기에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 출범 뒤 6개월 남짓한 기간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3번이나 열리는 것은 파격적이나 서울과 인접지역이 규제지역 해제 대상에서 제외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서울 등 규제지역 역시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를 허용하고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 LTV를 50%로 일원화한 것 등도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숨통을 다소 트여주는 효과는 있지만, 위축된 매수심리를 급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LTV를 50%로 일원화 한 점은 근본 없이 제시됐던 '9억원, 15억원'이라는 고가주택 기준을 폐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도 "그러나 DSR 차주 규제 등이 유효한 상황에서 LTV가 다소 완화된 것만으로는 주택거래가 증가하는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수도권 청약시장에도 도움…전문가 "추가 규제도 풀어야"
건설업계는 이번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 규제 완화로 침체한 청약시장에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워지고 재당첨 제한도 사라지는 등 청약 규제가 대거 풀림에 따라 청약시장에 실수요 뿐만 아니라 투자수요도 가세할 여지가 생겼다"며 "대출 규제도 함께 풀리면서 중도금, 잔금 대출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기지역에만 청약 쏠림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다만 최근 집값 하락으로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조차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과열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분양가, 입지 등을 따져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좀 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글로벌 거시경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규제 정상화는 점진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 등도 조정대상 지역은 전부 해제하고 투기과열지구만 최소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랩장도 "규제지역 해제로 인한 집값 재불안 확률은 한동안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취득, 양도단계 세금 중과를 정상화하고 전매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과도한 거래규제도 완화해 주택경기 호황기 집값조절 수단으로 활용한 정책의 빠른 궤도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수정을 비롯해 이달 중 보유세 인하 방안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공시가격 현실화율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덕례 실장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은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공시가격은 세금, 주거복지와도 연결돼있어 단순한 부분이 아니다. 주택가격이 내려가면 현실화율이 높아지는 등 변동성이 있는 기준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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