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자이도 9억원 떨어졌다...서울 대단지 아파트 ‘역전세 공포’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는 지난 5일 13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도 호가가 대부분 13억원대로 형성돼 있다. 지난 6월 최고가(22억원)와 비교하면 약 5개월 만에 9억원 빠진 것이다.
인근 아파트 단지인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지난달 18일 17억85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올해 최고가(23억원)보다 5억원 이상 눈높이를 낮췄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는 14억원짜리 매물이 여러 개 나와 있다. ‘반포리체’(20억원→12억원)와 ‘반포써밋’(19억원→11억원) 역시 올해 최고가 대비 호가가 크게 떨어졌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 1일 13억4000만원에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올해 최고가(18억원)에 비해 4억6000만원 저렴해졌다. 현재 호가는 대부분 13억원 수준이다. 송파구 잠실동 대단지인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전용 84㎡도 호가 기준 10억원대가 모두 붕괴됐다. 1년 사이 5억원가량 급락한 셈이다.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전세 시세도 반 토막 났다.
복수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엘·리·트는 10억원에 출회된 매물도 협의를 통해 9억원대로 낮출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는 추후 보증금을 일부 돌려줘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 소유주들이 쉽게 전세금을 올려받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직전 주 대비 0.43% 하락했다. 지난 2012년 5월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로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전세대출금리도 함께 올라 좀처럼 수요가 확대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융비용 부담에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세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9년 12월 16일 이후 아파트를 매수한 집주인들은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매매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 전세 퇴거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보증금을 세입자의 요구에 맞춰 주면서 시세를 경쟁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특히 서초구는 강남구 대치동·삼성동·청담동·압구정동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한동안 반사이익을 톡톡히 본 곳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매매계약 후 6개월 안에 실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갭투자자들이 강남구를 떠나 서초구로 몰려들었고 그 부작용으로 전셋값 하락세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전세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전셋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역전세 현상이 지속되면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어 퇴거자금대출 부활 등 전세시장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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