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관망시네마 띵(Think)작] 벌새 ‘세상의 모든 은희에게 보내는 위로’

이민아 2022. 11. 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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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가 인생을 바꾼다” 라는 말 있죠.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좀 거창하게 들린다면, ‘인생을 관망할 기회를 준다’ 정도는 어떨까요.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내 삶과 닮은 구석을 찾아내 공감하며 때로는 위로받고, 생각의 전환을 맞이하기도 하죠.

이미 지나온 삶, 살아가야 할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를 영화를 통해 한 발짝 떨어져서 살펴보는 <생애관망시네마>.

두 번째 띵(Think)작은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9)입니다.

다음은 세종시 조치원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 시네마 단체 ‘시네마다방’의 시혜지 대표와의 인터뷰입니다.

Q. 생애관망시네마 2회차 상영작 ‘벌새’,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전 세계 영화제 59관왕의 영예를 안은 작품이더라고요. 하지만 상업영화가 주를 이룬 일반 극장가에서는 잘 접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죠.

<벌새>는 14만 관객 집객 영화예요.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영화 중에 특히 한국영화에서 14만 스코어는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독립예술영화, 독립예술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에게는 아트버스터(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예술 영화)로 느껴지는 영화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분들은 제목도 생소해 하시더라고요.

그런 분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것이 독립예술영화를 알리는 시작 지점이라고 봐요.

생애관망시네마가 진행되는 충북 청주 개미실 마을의 하우스 영화관

Q. 그래서 충북 청주의 작은 개미실 마을 하우스 영화관에서 가진 상영회가 더 의미가 있고요.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은 서울, 수도권 지역에 많기 때문에 지방으로 갈수록 이런 다양성 영화를 접하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서울에서만 살다가 시네마다방으로 조치원에서 거주하면서 여실히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말씀하셨듯이 개미실 하우스 영화관에서 8개의 독립예술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뜻깊은 일입니다.

Q. 2회차 상영작으로 ‘벌새’를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생애관망시네마는 유년시절부터 노년시절까지 나의 생애 전체를 돌아보고 내다보는 커리큘럼으로, 1회차는 유년, 2회차는 청소년 이렇게 청년, 중년, 노년으로 이어집니다.

2회차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고민 없이 <벌새>를 선정하였습니다.

벌새는 1초에 19~90회까지 끊임없이 날갯짓을 하는 새라고 해요.

벌새처럼 영화 속 주인공 은희는 현재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쉴새 없이 날개짓을 합니다.

가치관을 만들기 위해 흔들리는 청소년기 개인에게 이성, 친구, 가족, 스승, 사회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영화를 통해 보고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친구를 만나며, 어떤 선생님을 통해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이야기하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벌새 포스터

Q. ‘벌새’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대치동에사는 중학생 은희가 마주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예요.

집, 학교, 학원에서 만나는 사람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사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로 멀리서 보면 잔잔해 보이는 은희의 삶이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은희가 찾아가는 장소,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프기도 하지만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위로 받기도 했어요.

Q. 영화를 연출한 김보라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은희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폭력을 일삼는 오빠 때문에 공동체 안에서도 불안정한 일상을 보내요. 참여자분들의 연령을 고려하면, 많은 공감과 이야기가 오갔을 것 같아요.

네, 60대-70대 여성 참여자가 가장 많아서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라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저도 30대이지만 영화 속 은희가 받는, 행하는 행동 들을 모두 겪어 왔었기에 폭력에 대한 장면이 나올 때 극장에서 숨죽여서 꺽꺽대며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영화 벌새 이미지 스틸컷

하지만 은희가 ‘영지 선생님’을 만나면서 자신을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장면이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시절의 아픔을 떠올리기보다는 나에게 ‘영지 선생님’ 같이 영향을 준 사람을 떠올려 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프고 힘들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났었다는 데 중점을 두고 싶었어요.

친구로 인해 상처받은 은희에게 영지 선생님은 우롱차를 우려준다.
자기를 좋아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 나는 내가 싫어질 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 아, ‘이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하고. -‘영지’의 대사

Q. 지금 은희와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벌새를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이나 다시 보실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나만 힘들었던 게 아니라고, 타인의 아픔을 보면서 위로받는 게 참 웃기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만 그랬던 게 아니었다’는 점에서 크게 위로받았어요.

한 인간이 삶을 살아오면서 현재의 내가 되기까지 많은 일들이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기에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모든 게 좀 더 다정해지고 세심해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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