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사진 입문] '정상석 손가락하트'는 그만…움직이는 순간을 잡아라

서현우 2022. 11. 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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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사진 입문기 5회] 인물사진
북한산 하루재로 오르는숲길에서 역광, 망원으로 촬영한 인물 사진. 자연스러운 동작과 적절한 조리개 값으로 표현한 아웃포커싱이 포인트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선 프로필 사진이 유행하고 있다. 바디프로필처럼 건강한 몸 사진을 찍는 경우도 많고, 스티커사진, 셀프사진관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색 프로필사진을 찍으려는 물결은 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인물이 등산스냅사진

백경록 작가. 카메라를 2대 들고 다니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 서현우 기자.

전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경록(@rok_ tographer) 작가다. 백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다 사진의 매력에 빠져 사진작가로 전업, 지난해 초부터는 좋아하던 산을 스튜디오로 삼아 등산스냅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백 작가와 함께 북한산 영봉에서 인물사진 촬영 노하우를 살펴본다. 모델은 '산타민정' 이민정씨(@rachelly_runs).

1. 장비는?

백경록 작가의 픽은 캐논. 카메라는 EOS R6, 렌즈는 광각 줌렌즈 RF 15-35mm F2.8L IS USM, 망원화각 RF 85mm F1.2L USM 두 개를 번갈아 기용한다. 그는 "등산스냅은 움직이는 순간을 주로 촬영해 AF자동 초점 성능이 중요한데 EOS R6는 저조도 AF와 SERVO움직임 추적 성능이 뛰어나 대부분의 상황에서 피사체를 놓치지 않고 초점을 잡아줘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논 EOS R6.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카메라를 2대를 사용한다는 것. 보통 사진작가들은 바디 하나에 렌즈를 여러 개 갖고 다니며 교체하며 사진을 찍는다. 이유는 촬영 환경 때문. 산이라는 환경의 특성 상 렌즈 교환 시 먼지가 유입될 가능성도 높고 렌즈를 갈아 끼우다 실수로 떨어뜨릴 위험도 높아 아예 렌즈를 결합해 두고 촬영한다.

1 조리개값 F6.3으로 촬영한 아웃포커싱 인물 사진. 배경이 적당히 선명해 인물과 조화를 이룬다. 2 조리개값 F1.2로 촬영한 아웃포커싱 인물 사진. 인물은 더 강조됐지만 배경인 인수봉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려져 조화롭지 못하다.

2 촬영 시 세팅은?

보통 인물 사진은 망원으로 줌을 당겨 아웃포커싱으로 배경을 흐리게 만들어 인물이 더 선명하고 강조되게끔 만든다.

하지만 백 작가는 "산에서는 무조건 아웃포커싱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풍경과 인물이 적절히 조화될 수 있도록 배경을 선명하게 유지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는 "피사체와의 거리 등 촬영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풀 프레임 카메라 기준 조리개값을 최소 F4 이상으로 설정한다"고 했다.

광각 구도로 촬영한 인물 사진. 시원한 전망과 쾌청한 날씨 속에 담긴 인물을 표현했다.

3 촬영 시 구도는?

먼저 광각과 망원 둘 중 어느 구도로 촬영할지 결정한다. 백 작가는 보통 전망이 좋고 날씨나 계절감을 강조하고 싶은 경우에는 35mm 이하의 광각으로, 인물에만 집중하고 싶을 때는 망원으로 촬영한다.

2 순광 사진 예시. 얼굴에 그림자가 없어 입체감이 사라진다. 3 역광 사진 예시. 얼굴에 입체감이 생겼고 인물 주변에 빛이 들어와 전체적인 인상이 부드러워졌다.

또한 그는 인물의 얼굴에 빛을 받는 순광보다는 인물 측면이나 측후면에 태양이 위치하는 역광이나 역사광을 더 추천한다. 그는 "순광으로 촬영할 경우 얼굴에 그림자가 없어 입체감이 사라지며 너무 달덩이처럼 나온다"며 "또 순광이면 나뭇잎 그림자가 얼굴에 드리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역광이면 어차피 전체가 다 그림자가 돼 이러한 애로사항이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비추천하는 구도 능선이 얼굴에 걸린 사진 예시. 사람을 아예 능선 아래에 집어넣든지, 아니면 얼굴이 능선 위로 솟아 있도록 촬영 각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정답은 없지만 팁을 드리자면 3가지 정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능선에 얼굴이 걸치게 찍지 말라는 것. 아예 얼굴을 배경 속에 넣거나, 얼굴이 능선 밖으로 나오도록 촬영하는 게 보통 더 예뻐요.

또 배경을 인수봉처럼 밝은 바위로 두고 인물을 넣으면 배경과 인물이 잘 분리돼 인물이 훨씬 잘 살아나요. 반대로 어두운 숲에 넣으면 인물이 다소 묻히는 경향이 있죠.

마지막은 뒷모습도 좋다는 것. 뒷모습 사진을 촬영할 땐 인물의 시선과 렌즈의 각도를 맞추고, 인물이 바라보는 방향을 더 프레임에 담으면 한결 자연스럽습니다."

4 촬영 시 선호하는 장소는?

인스타그램을 보면 이른바 '사진 맛집'이 있다.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오는 포인트다.

백 작가는 "단순히 전망이 시원한 곳보다는 그 산이나 코스만의 상징적인 배경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며 "북한산 숨은벽 능선, 비봉, 아차산 고구려정, 인왕산 범바위 같은 곳들이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포인트"라고 했다.

감각적인 사진을 찍는 등산 인스타그래머를 팔로우해 뒀다가 요즘 시기에 예쁜 산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 물론 가장 좋은 건 직접 다양한 산의 다양한 코스를 다녀보면서 자신만의 포인트를 찾는 것이다.

점프샷은 역동적인 사진의 대명사다.

5 인물 동작은 어떻게 요구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뻣뻣하게 몸과 표정이 굳어버린다. 손이 어색하다고 지적하면 손가락하트나 브이가 튀어나온다. 십중팔구 부자연스럽다. 백 작가는 이런 경우 "선글라스나 모자, 등산 스틱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걸어오도록 유도하면 한결 낫다"고 팁을 전했다.

모델이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진은 바위를 오르는 순간을 촬영했다. 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촬영 각도를 지면과 반대로 비튼 것이 포인트.

"등산 장비들은 안전한 산행을 위한 장비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양한 연출을 도와주는 소품이 되기도 합니다. 그 장비를 어떻게든 사용하도록 하면 한결 자연스럽게 포즈가 나오거든요. 이런 소품이 없다면 등산로 중간 중간에 잡고 오를 수 있는 로프나 상징적인 바위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평범하게 가만히 있으라고 주문하는 것보다는 등산사진인 만큼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도 좋고요.

마지막으로 예쁜 사진 찍겠다고 너무 위험한 곳을 가는 건 절대 지양해야 합니다. 산에서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에요."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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