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시작 김장철 입동…절임 배추와 수육 [다시 보는 24절기 – 입동(立冬)]

2022. 11. 7. 17: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입동 기점으로 시작되는 김장
갓 버무린 김치에 수육 한쌈
가족과 이웃이 정나눔 장으로
뛰는 고춧가루·마늘 등 양념 가격에
일찌감치 김장 포기하는 ‘김포족’ 늘어

부모님이 계신 시골집에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먼저 김장 이야기를 꺼내셨다. 11월 둘째 주 주말, 김장하려 한다는 말은 일정을 조정해서 다녀가라는 뜻일 것이다. 벌써 김장하시냐는 반문에 예년에도 그전에도 그맘때 김장을 하셨다는 대답에 나의 무딤과 ‘올 한해도 벌써 다 가버렸네’라는 헛헛함이 밀려온다.

속설에 ‘음력 10월에 입동이 들면 추위가 늦게 온다’라고 전한다. 올해의 경우 입동(立冬)이 든 7일(음력 10월 14일)은 겨울 채비의 시작을 알리는 24절기 중 19번째 절기로 김장철과도 맞물린다. 음력 10월 입동이 들었으니 김장 때 추위 걱정은 덜 듯싶다.

겨울나기 중요 행사 중 하나인 김장은 대개 입동(양력 11월 7~8일)을 기준으로 한다. 너무 일찍 서두르면 따뜻한 날씨에 쉽게 물러지고, 잠시 게으름을 피우면 배추나 무가 얼어버려 재료 조달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계절 구애 없이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배추나 무를 구할 수 있지만 제철만큼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포기당 1만 원을 호가하는 ‘금(金)치’의 시대, 배추나 무 가격에 민감해지는 게 현실이다.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넘치고 서구화된 식단에 외식문화가 보편화된 2022년. 일반 가정에서도 김치의 소비량은 점차 주는 추세다. 여기에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의 대중화로 김장은 아무 때나 담가 먹을 수 있는 연례행사로 변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의 경우 긴 장마와 이상기온으로 배춧속 주재료인 고춧가루와 마늘 등 양념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 또한 늘고 있다.

그럼에도 김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맛 때문이다. 지역은 물론이고 집마다 맛 내는 비법이 다르고, 내 입맛에 맞는 김치를 담기 위해 고된 노동을 기꺼운 마음으로 맞이한다. 여기에 ‘수육을 먹기 위해 김장을 한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할 정도로 김장철 특식에 대한 진심도 김장의 당위성(?)에 힘을 보탠다.

김장철 수육을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배추를 절여야 한다.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양의 배추를 한꺼번에 절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김장 때가 되면 주부들은 골치를 앓아야 했다. 그나마 욕조가 있는 집은 욕조에, 베란다가 넓은 집은 빨간색 고무대야가 넘치도록 배추를 절였다. 2010년대 들어 절임 배추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주부들의 일손은 물론이고 김장의 시간도 상당히 줄어들게 됐다. 여기에 양념으로 들어가는 김칫소와 각종 양념 소스 제품까지 개발·유통되면서 김장은 누구나 쉽게 즐기는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김장철하면 생각나는 수육은 원래 소고기 양지 부위를 사용해 왔다. 그러다 가격이 저렴하고 맛이 부드러운 돼지고기 수육이 일반화됐다. 돼지고기 수육의 선호 부위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넓은 평야가 있어 농사가 주를 이루던 남쪽 지역에서는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서울에서는 지방이 적은 목살을 즐겨왔다. 여기에 돼지고기 냄새를 잡기 위해 된장과 간장을 베이스로, 양파와 대파, 통후추, 통마늘, 그리고 올리브잎 등이 사용된다. 물을 넣지 않고 굽는 에어플라이어기가 대중화되면서 여러 가지 향신료를 배합해 돼지고기와 함께 숙성시키는 럽(rub)수육이 인기다. 하지만 김장철 수육이라 함은, 적당히 보드랍게 삶아져 나온 돼지고기와 남은 김칫소에 쭉쭉 찢은 절임 배추를 버무려 준 후 통깨와 생굴 등을 듬뿍 넣고 참기름까지 보탠 생김치의 조합이다(물론 필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으니 오해 없으시길). 김장 당일, 딱 하루 맛볼 수 있는 김장 김치와 수육의 조합은 힘든 노동으로 땀을 흘린 후 즐기는 최고의 가족 만찬이자 이웃과 함께 나눌수 있는 맛 이상의 끈끈한 정(情)의 문화이지 않을까.

[영상] 산사(山寺)식 김장과 돌산갓김치& 무섞박지 담기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을 전후로 김장철이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젓갈 없이 간편하게 만드는 산사(山寺)식 김치는 끝맛이 개운하고 시원해 한 번 맛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젓갈 대신 집간장(조선간장)을, 설탕은 제철인 홍시를 이용해 김칫소를 준비해보자. 물론 준비된 김칫소에 젓갈 양념 하나만 첨가하면 돌산갓김치와 섞박지(넓적하게 썬 무를 절여 양념소에 한데 버무린 후 김칫소에 넣거나 따로 통에 담아 익혀 먹는 김치)도 담글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준비물: 통배추 3개, 집간장(조선간장) 3컵(간을 본 후 첨가 가능), 무 2, 1/2개, 홍갓 1단, 배 1/2개, 홍시 6개, 생강 2톨, 쪽파 1단(작은 것), 당근 1/2/개(※ 모든 계량컵 기준은 종이컵), 돌산갓 1단, 홍갓 1단, 무 섞박지용 3, 1/2개, 찹쌀가루 1컵

채수: 다시마(10×5㎝ 3장, 건표고 6~7개, 늙은호박(작은 것 1개), 사과·무말랭이(없어도 무방)

▶ 김장 1차 준비

① 채수: 다시마, 마른 표고버섯, 늙은호박, 사과·무말랭이(없어도 무방) 넣고 강한 불에서 물이 팔팔 끓으면 중불로 줄여 물을 보충해 가며 2~3시간 끓여 내용물을 체로 걸러낸 후 식혀둔다

② 찹쌀풀: 채수를 이용해 찹쌀가루 1컵을 넣어 묽게 끓여 식혀줌. 주의해야 할 점은 찹쌀풀은 끓고 나서 약 중불에서 30분가량 뭉글하게 끓여내야 쓴맛이 없다. 인내와 끈기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③ 홍시(6개): 겉껍질과 씨를 빼고 체에 밭쳐 곱게 내려서 준비(굳이 체로 안 내려도 됨).

▶ 김장 2차 준비

배추절임: 3년 간수를 뺀 천일염 2컵을 넣고 녹인 후 통배추를 반으로 가른 후 이것을 다시 끝 쪽만 나눠준다. 여기에 소금물을 끼얹어 준 후 배춧속 줄기 부분에 소금 한 줌을 3~4번 나눠 안쪽 깊숙이 골고루 뿌려준다. 마지막으로 굵은 줄기 부분에 다시 소금 한 줌을 얹어준 후 4~4시간 30분 절여준 후 2~3번 깨끗이 씻어 채반에 놓아 물기를 빼준다.

▶ 김장 3차 준비

① 무는 채를 썰어 준다. 김장에 들어갈 무채는 너무 얇지 않게 썰어야 뭉개지지 않는다. 배는 즙을, 생강은 다져내고 쪽파(안 써도 무방)와 당근도 채를 썰어 준비한다

② 큰 대야에 고춧가루, 찹쌀풀, 생강, 배즙, 채수, 걸러낸 홍시를 넣고 고루 섞어 준 후 집간장(조선간장)을 넣고 고루 섞어준다(간을 보고 싱거우면 집간장이나 천일염으로 간한다. 중요한 건 소금을 적게 써야 담백하고 시원한 절집 김치맛을 낼 수 있다는 것).

③ 물기를 뺀 절임 배추에 양념으로 옷을 입히듯 골고루 김칫소를 발라 준다. 무채 등 양념은 줄기 부분에 주로 넣는다. 김치 겉잎을 이용해 양념이 빠지지 않게 전체를 보자기처럼 감싸 마무리한다.

▶ 돌산갓김치&섞박지 담기

남은 김칫소에 멸치액젓(1컵)과 채수 1컵, 고춧가루 1, 1/2컵을 고루 섞어 준 후 돌산갓 줄기를 중심으로 고루 발라준다. 잎은 문지르듯 양념이 지나가도 괜찮다. 남은 소에 소금에 절여 놓은 섞박지를 무쳐내 배춧속이나 따로 담아낸다. 섞박지의 경우 양념이 적어도 무방하다.

yihan@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