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깜깜이' 등록 언제까지…가격표시제 시행됐지만 현장선 '무용지물'

손승환 기자 2022. 11.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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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시제, 계도기간 6월 종료됐지만 공정위 과태료 '0건'
소비자 피해 여전…업계 관행 탓하며 여전히 '쉬쉬'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2022.5.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손승환 기자 = # 직장인 이주원씨(28)는 최근 같은 헬스장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자신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등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뒤늦게 자신만 더 비싼 돈을 내고 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호구 잡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씨는 "정찰제가 아니다보니 바가지 쓴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소비자 권리를 위한 '체육시설 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만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담당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위반 시설·업주에 대한 실질적 제재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체육시설 가격표시제'(가격표시제)는 헬스장·수영장·필라테스 등 체육시설들이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과 가격 △별도 요금 △환불기준을 소비자가 알아보기 쉬운 곳에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체육시설들이 가격 및 환불 규정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이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마련됐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해 가격표시제를 도입했고, 지난 6월26일까지 계도 기간을 둔 바 있다.

◇피트니스업계, 40%가 계도기간 후에도 가격표시제 위반…"등록률 위해"

그러나 계도기간이 종료된 지 5개월 가까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가격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헬스장들이 대다수였다.

서울 성북구의 'A짐' 소속 트레이너는 "방문한 뒤 시설을 투어한 다음, 상담을 통해 가격을 알려드리고 있다"며 "통화로는 알려드리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 내 다른 헬스장 5~6곳도 방문해봤지만, 해당 시설들 역시 상담 전까지 헬스장 게시판 등을 통해 정확한 가격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실제로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 체육시설장 1003곳 중 400곳에서 가격과 환불 기준 등을 게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헬스장 등 피트니스 업계에서는 가격을 공개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회원권이나 PT 등록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전직 트레이너인 조모씨(28)는 "방문객이 오면 먼저 센터를 둘러보게 하고 이후에 상담하면서 가격을 알려주라고 대표한테 교육받는다"고 귀띔했다.

마포구에서 6년째 트레이너로 일하는 이모씨(29)도 "전화 통화보단 대면 상담 후에 가격을 알려주게 된다"며 "우리로서는 회원을 설득할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가격표시제를 안 지키는 것은)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안 지키는 분위기도 한몫한다"며 "다 같이 하면 동참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계도기간 끝난지 4개월 지나도 "자율시정 먼저…과태료는 0건"

가격 명시 기피가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보니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가격표시제가 제대로 이행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공정위 측은 계도 기간의 종료에도 불구하고 가격표시제 위반의 단속과 제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 관계자는 "4월부터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헬스장이 전국에 몇만개쯤 되기 때문에 민간 위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며 "과태료를 빨리 부과하는 것보다 시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자율시정이라는 방식으로 스크린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태료 부과에 대해서는 "아직 과태료가 부과된 곳은 없다"며 "과태료가 하루아침에 부과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개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소비자중앙교육회에서는 가격과 환불 기준 등을 게시하지 않은 400개 시설에 자율 시정하라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공정위 서울사무소 관계자도 "계도 기간 종료 후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가격표시제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다는 민원이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시장 상황이나 가격표시제에 대해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소비자 피해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검토해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체육시설 가격표시제를 지키고 있는 헬스장. 헬스장 가격 및 환불 관련 정보를 게시하고 있다.(더에스핏 제공)/뉴스1

◇"법 안지키는 게 비정상" 쓴소리도…"소비자 정보 제공 취지 살려야"

대전 전민동에서 7년째 헬스장을 운영해 온 이해민 대표(38)는 "가격 표시제가 시행된 지난해부터 가격을 온·오프라인으로 공개해왔다"며 "(법을) 안 지키는 게 비정상이고, 지키는 게 당연한 건데 안 지키는 업주들이 정말 많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표시제는 말 그대로 소비자한테 정보를 충분히 주고, 가격을 비교할 수 있을만한 근거를 주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며 "체육시설 업계에서 주장하는 회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가격표시제를 못 하겠다는 요구는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이번 가격표시제에는 표준화된 게시 방법이나 구체적 지침이 없는 점도 아쉽다"며 "사실과 다른 표기로 소비자를 꾀거나 유혹하는 방법으로 악용될 여지가 없도록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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