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 집값 50% 폭락, 그러나 일본식 장기침체 가능성은 낮다”
집값 급락 적중시킨 한문도 교수 인터뷰
”국외, 국내 심각한 위기 직면”
“3년 정도 조정 거친후 반등 가능성”
“주택구입부담지수 130~140되면 구매준비”
“대출 규제로 일본식 장기 침체 가능성은 낮아”
일시적 유동성 위기 사업장, 실수요자 지원 필요 차학봉기자의>
“대내외 여건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 고점 대비 최대 50%까지 집값 폭락도 가능하다. 다만 대출이 엄격하게 규제돼 일본처럼 장기하락은 하지 않을 수 있다. 상황이 좋으면 3년에 30% 정도 가격 조정을 받은후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집값 급락을 적중시킨 부동산 전문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한문도 연세대 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내년 상반기 바닥론에 대해 “미국발 금리인상의 영향이 내후년까지 이어질 수 있고 반등을 위한 집값 조정은 3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주택시장의 바닥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택구입 부담지수를 꼽았다. 주택구입 부담지수는 중위소득가구가 표준대출로 중간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때의 대출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로, 100이면 소득의 25%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의미이다. 서울의 경우 지수가 2분기에 사상 최고치인 204를 찍었다. 한 교수는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30~140 정도까지 떨어지고 전세 가격이 오름세로 전환할 때가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 때 주택구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집값 얼마나 떨어질까요?
" 적게는 20~30%, 많게는 40~ 50%까지 하락할 수 있다. 집값 하락 요인은 대외적 요인과 국내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 중국발 버블 붕괴 등 대외 요인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국내 요인도 악화되면 최대 50% 하락도 각오해야 한다. 대외 요인이 악화되지 않고 국내 주택시장이 연착륙을 하면 20~ 30%로 선의 조정에 그칠 수 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PF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가계부도, 건설사 연쇄도산으로 이어지면 대외여건이 좋아도 30~40% 하락할 수 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상황까지 간다고 봐야 하나?
“외환위기의 경우,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은 문제가 없었고 한국 기업 부채문제가 결국 외환부족을 초래해서 발생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 경쟁력이 회복돼 단기간에 위기 극복이 가능했다. 글로벌 시장의 경기가 비교적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금융위기의 경우, 한국 내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 미국 주택가격 하락이 촉발한 금융기관 파산의 충격이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국제, 국내 양쪽으로 심각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외환위기때는 하락폭은 컸지만 금방 회복했고 금융위기 때는 하락폭은 낮았지만 침체가 장기화됐습니다. 현재의 위기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의 중간쯤에 해당되지 않을까 한다.”
- 일부에서는 고가 주택은 별로 떨어지지 않았고 집값 폭락은 거래 감소 탓에 생긴 착시라고 주장한다.
“거래량 감소에 의한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은 전문가적 입장에서 보면 사실 수준 이하의 답변이다. 시장이 안 좋으니까 거래량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매물이 없다면 그 말이 맞지만, 지금 서울 아파트 매물량이 6만 건에서 6만 5000건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현재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 사지 않기 때문에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유효수요가 급감하면서 거래량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
- 작년 하반기부터 거래량이 감소했는데, 정부 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 아닌가?
" 만약에 정부가 대출규제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그때 이미 정부와 금융당국자들은 지금 상황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당시에도 미국이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풀어 놓은 유동성을 회수하고 금리를 올리겠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작정 과거 버블기 일본이나 금융위기이전 미국처럼 대출을 확대할 수 있었겠는가. 만일 그랬다면 버블이 더 부풀어 올라 터지면서 정말 경착륙 위기에 직면했을 것이다.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연착륙했던 이유가 노무현 정부에서 DTI(총부채상환비율, Debt to Income) 등 과다한 대출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를 할 당시에는 주택 구입자들이 불만이 많았지만,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됐다.
대출 많이 받아 집 구입하면 좋을 것 같지만 지금처럼 집값 급락하고 금리 올라가면 경매로 넘길 수 밖에 없다. 작년에 규제한 게 그나마 영끌을 줄여 대량 가계 파산을 줄일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금융위기 막기위해선 건설현장 선별적 지원 필요
-집값이 폭락하면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금융위기 때 PF부실로 저축은행과 건설사 연쇄 부도가 발생했다. 지금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주택시장 연착륙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금리가 치솟고 미분양이 늘면서 부동산 PF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부도를 내는 건설사도 나올 것이다.
다만 과도하게 연착륙을 돕겠다고 무분별하게 지원하면 모르핀(마약성 진통제)이 된다. 지원해서 살릴 수 있는 현장과 그렇지 않은 현장을 구분해서 선별지원해야 한다. 누가 봐도 주택가격이 20~30% 내려가도 문제가 없지만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장이라면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과도하게 수익을 내겠다고 하다 문제가 생긴 부실현장은 지원해도 결국 부도를 낼 수 밖에 없다. 회생불능 부실사업장까지 지원하는 것은 국민 세금만 낭비할 것이다.”
-미국이 초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결국 물가는 내년 상반기에는 잡히고 금리도 내려가면서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내년부터 금리가 내릴 가능성은 한 5~10%밖에 안 된다. 90% 이상은 고금리가 내후년까지 갈 것이다. 물가가 잠깐 내려간다고 금리를 낮추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목표 물가가 2%인데 내년에 갑자기 물가가 내리겠는가? 금리판단을 내릴 때 6~12개월 정도 서베이를 한다. 초인플레이션 해소도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너무 낙관적으로 상황을 보면 위기에 처한다. ”
-서울의 아파트 입주량이 적어 집값 폭락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금리, 가격 등 다른 조건들이 동일할 때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전제조건이 달라졌다. 주택가격도 너무 올랐고, 금리도 올랐다. 이른바 주택부담능력이 너무 떨어졌다. 즉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줄었다. 공급보다 훨씬 더 수요가 쪼그라 들고 있는데 어떻게 주택가격이 버틸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대외여건 탓에 심리가 더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난 폭락론 아닌 정상화론”
- 집값이 급락하면서 이른바 영끌한 젊은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 영끌한 젊은 세대도 여러 부류가 있다. 비교적 고소득에 금융권 등 안정적인 직장에서 저리로 대출 받았거나 부모의 도움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들은 집값 하락에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대학교 부동산 투자동아리 등 소득이 많지 않은 젊은층이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까지 활용, 2000만~3000만원으로 빌라를 갭투자한 경우도 많다. 이들은 이자 상승의 직격탄을 받고 지금 멘붕에 빠져 있다.
내년에는 이런 사람들이 소유한 물건들이 경매에 대거 나올 것이다. 무리하게 과도한 수익을 노리고 투자한 분들은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다만 건전한 내집마련을 했는데, 금리 치솟아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실수요자들은 이자 유예 등 정부가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지원은 실거주와 전매제한 등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
- 일본식 버블 붕괴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경제 성장률 저하 등 여러 측면에서 일본과 놀랍도록 유사한 측면이 많다. 그런데 가계대출은 일본과 다른다. 주택담보 대출이 아무리 많아도 집값의 70%정도이다. 반면 버블기 일본은 담보대출이 부동산 가격의 100%가 넘는 경우도 많다. 대출 규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본처럼 집값 하락세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언제쯤 반등할 것으로 보는가.
“큰 변수가 없는 한 3년 정도 조정을 거친 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나는 집값이 무조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집값 폭락론자는 아니다. 너무 치솟은 집값이 적당한 조정을 거쳐 다시 오른다고 보는 집값 정상화론자이다. 집값이 어느 정도 떨어지고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 주택수요가 다시 되살아 나고 집값도 오를 것이다.”
-바닥을 판단하는 방법이 있다면?
“주택 매수는 물가가 잡히고 금리가 내리면 그때 고민해도 늦지 않다. 주택구입 부담지수라는 걸 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다. 중위소득가구가 표준대출로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대출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수인데, 100이면 소득의 25%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의미이다. 분기마다 발표하는데, 서울의 경우 지수가 2분기에 사상 최고치인 204를 찍었다. 200이 넘으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소득의 절반을 쓴다는 의미이다. 이 수치가 130~ 140 정도로 내려갈때 매수 준비를 하면 된다고 본다.
또 하나는 전세시장 동향이다. 지금 치솟던 전세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앞으로 전세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서고 올라가기 시작할 때가 올 것이다. 바닥 신호가 될 가능성이 있다. ”
◇신도시 재건축은 허무맹랑한 공약
-무주택 실수요자는 재건축 재개발과 아파트 청약 중 어떤 것이 좋아 보이나 ?
“현재 시점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 일반 분양이 제일 좋다고 본다. 재건축·재개발 추진 현장은 당분간 조정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추가적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또 3기 신도시 사전 청약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만 하다. 3순위가 재개발 재건축인데, 내년 말이나 내후년 상반기 정도가 좋을 듯하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신도시 재건축은 여야가 대선에서 모두 공약했다. 솔직히 정책적으로 보면 허무맹랑하다. 1기 신도시 30만 가구중 일산과분당 빼면 사업성이 그렇게 좋지 않다. 일산, 분당은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지 않아도 기존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재건축이 가능하다. 역세권은 500%. 그외 지역은 300%로 용적률을 올려 재건축하겠다고 한다. 기존 법률로도 용적률이 250% 정도까지는 가능한데, 용적률 50% 늘려서 절반 기부채납하면 땅 지분이 줄어들고 더 과밀 개발되고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스터플랜 작성에도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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