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상 입은 여성들 한껏 떼창… 흥으로 가득찬 거대 텐트 [박윤정의 알로! 뮌헨]

2022. 11. 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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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옥토버페스트
테레지엔비제 광장서 열리는 맥주축제
놀이기구도 갖춰 아이 동반 가족들 많아
거리마다 뮌헨 소재 맥주 양조장 텐트들
중앙무대엔 팝 밴드가 흥겨운 음악 연주
2.3㎏ 맥주잔 12개 나르는 여성에 감탄만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는 10월이란 뜻의 ‘Oktober’와 축제란 뜻의 ‘fest’가 합쳐진 단어이다. 일반적으로 맥주 축제를 일컫는다.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2주 동안 열리는 축제는 공식적으로는 비즌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가 바로 이곳, 테레지엔비제이기 때문이다. 광장인 이곳에 축제 기간 동안 관람차, 회전목마,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 등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들어서고 맥주 축제를 즐기기 위한 양조장들의 대형 텐트들이 늘어선다. 술에 취해서인지 축제 분위기에 흠뻑 젖어서인지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이 어깨에 내려앉는 것도 모르는 듯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찬바람과 습한 날씨임에도 반바지 차림과 치마를 입은 사람들의 열기는 축제 현장의 날씨에 개의치 않는다.
옥토버페스트. 축제가 열리는 테레지엔비제 거리 풍경.
옥토버페스트. 찬바람과 습한 날씨임에도 반바지 차림과 치마를 입은 사람들의 열기는 축제 현장의 날씨에 개의치 않는다.
2022년 187회 옥토버페스트가 한창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두 번이나 멈춰야 했고 3년 만에 다시 열린 축제는 오랫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보낸 지난 시간을 잊으려는 듯 흥에 취해 있다. 이른 봄, 축제를 개최할 거라는 뉴스를 듣고 벌써? 라는 생각을 했지만, 코로나19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앞서는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방문한다. 축제장 거리에는 독일어뿐 아니라 영어, 스페인어, 불어 등 다양한 유럽 언어가 들린다.
입구에서 어리둥절한 채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선뜻 사진을 찍어 주겠다는 사람들을 보니, 공항에서 봤던 조금은 무뚝뚝해 보이던 독일인들의 표정과는 사뭇 다르다.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 10월 17일, 바이에른의 세자 루트비히 1세와 테레제 공주 결혼 축하연을 계기로 시작되어 벌써 200년이 넘어가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공주의 이름을 딴 테레지엔비제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옥토버페스트. 축제가 열리는 테레지엔비제 거리 풍경들.
맥주 축제인데, 어린아이들이 많아서 의아했지만 이내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궁금증이 사그라졌다. 축제는 영업시간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고 한다. 아침 10시부터 시작되는 축제는 하루 내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기고 저녁 8시 이후는 맥주시간으로 지정되어 미성년자 출입이 금지된다고 한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사라지고 경찰들과 안전 요원들이 더 눈에 띈다. 미성년자 출입 금지 시간이 되어서인지, 텐트 앞에서는 신분증 검사를 하고 취객을 단속하는 안전 요원과 응급처리 요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시지인 브라트부어스트와 구운 아몬드를 팔고 있는 가판대 앞을 지나며 사 먹고 싶었지만, 춥고 습한 날씨 탓에 고소한 냄새만 맡는 것으로 대신하고 따듯한 레드와인을 찾는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옥토버페스트 가판대에서 아이스크림 대신 뜨거운 레드와인을 판매한다는 것을 보면 이상기온으로 으슬으슬한 추위가 낯설기는 한가 보다.
뮌헨 소재 맥주 양조장들의 거대한 텐트 주위 풍경들. 호프브로이하우스, 뢰벤브로이, 파울라너, 아우구스티너브로이, 하커프쇼르, 슈파텐브로이들이 대표적으로 비어텐트라 불리는 큰 천막 술집을 운영하는 6곳이다.
대형 축제 텐트 분위기. 안주와 식사류도 있지만 맥주가 주류를 이룬다. 가슴선이 강조되는 전통의상 디른들을 입고 있는 여성들이 맥주를 나르고 있다.
거리마다 뮌헨 소재 맥주 양조장들의 거대한 텐트가 보인다. 호프브로이하우스, 뢰벤브로이, 파울라너, 아우구스티너브로이, 하커프쇼르, 슈파텐브로이가 대표적으로 비어텐트라 불리는 큰 천막 술집을 운영하는 6곳이다. 천막이라고 하지만 건물처럼 보이는 대형 축제 텐트는 안주와 식사류도 있지만 맥주가 주류를 이룬다. 대형 텐트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어깨를 부딪치며 비집고 들어가 보니 가슴선이 강조되는 전통의상 디른들을 입은 여성들과 한껏 들떠 떼창으로 따라 부르는 노랫소리에 놀란다. 텐트 중앙 무대에는 팝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그 리듬에 맞춰 흥을 돋우며 맥주잔을 기울인다. 텐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규모이다.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프브로이 페스트첼트 천막에서는 알코올 농도 6.3%의 가장 강한 맥주를 마시며 즐긴다고 하니 놀랍기 그지없다.

방송에서 본 듯한 무거운 맥주잔 손잡이에 손가락을 걸고 테이블로 나르는 여성을 보니 입이 닫히지 않는다. 맥주 1ℓ를 담은 맥주잔은 무게가 무려 2.3㎏이란다. 맥주잔 12잔을 들고 나르면 도대체 몇 킬로그램일까? 대단한 체력에 감탄하며 텐트를 빠져나온다. 20여개 중소형 축제 텐트 중에서 야외 테이블을 운영하는 곳을 찾는다. 이 분위기에 마스크를 착용할 수도 없고 벗을 수도 없어 야외 공간이 있는 아늑한 분위기의 작은 텐트에 앉아 맥주 한 잔과 음식을 주문한다. 맥주는 기본이 1000㏄란다. 한 손으로 들기도 벅찬 맥주잔을 들고 한 모금 들이켜며 축제를 즐긴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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