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노지감귤 ‘토양피복재배’ 지원예산 턱없이 부족

심재웅 2022. 11. 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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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자재 구입 비용 60% 지원
신청 579곳 중 161곳만 ‘혜택’
올해 추경확보 못해 21% 그쳐
“농가수요 감안해 사업비 확대
지원주기도 2년으로 단축해야”
 

농민 강성관씨가 구멍이 뚫려 임시로 보수한 노지감귤 과수원 토양피복재를 살피고 있다.


제주도가 고품질 감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시행하는 ‘노지감귤 토양피복재배 지원사업’에 대한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도는 해마다 농가 신청을 받아 자재 구입 비용의 60%를 지원하는데 사업에 배정된 예산이 농가 수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토양피복재배는 노지감귤 과수원 바닥에 <타이벡> <하이브릭스> 등의 토양피복재를 깔아 빗물이 토양에 스며드는 것을 막고 감귤에 햇빛을 고르게 반사시켜 당도를 높이는 재배법이다. 토양피복재를 활용해 생산한 감귤은 일반 감귤보다 당도가 약 2.4브릭스(Brix)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도에 따르면 올해 사업신청자는 모두 579농가인 반면 혜택을 받은 농가는 161곳뿐이다. 면적 기준 농가 수요가 371.5㏊인 반면 지원 규모는 79㏊ 수준이다. 지원율이 21.3%에 그친 셈이다.

제주시 애월읍 상귀리·광령리에서 1만5537㎡(4700평) 규모로 노지감귤을 생산하는 강성관씨(64)는 “올해 도 지원을 받아보려고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면서 “심사 기준을 대부분 충족했다고 판단했는데 예산 부족으로 탈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근 노지감귤농가들도 혜택을 받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는 매년 사업 신청량이 당초 편성된 예산을 초과하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수요를 감당해왔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평균 지원면적은 약 146㏊인데 이마저도 전체 수요량의 60% 수준이다.

설상가상 올해는 추경마저 확보하지 못했다. 올 6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의 영향으로 추경이 7월말 확정돼서다. 농가는 이르면 5월부터 토양피복재를 깔기 시작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추경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매년 농가 수요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증액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행정에서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토양피복재 지원주기를 현재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토양피복재는 사용할수록 광택이 줄어 빛 반사율이 감소하고 맨바닥에 깔다보니 찢어지면 빗물 차단 효과도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2년까지는 어느 정도 효과가 유지되지만 3년이나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강씨는 “같은 토양피복재를 3년째 쓰고 있는데 곳곳에 구멍이 나고 물로 씻어도 광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날씨 등 다양한 변수가 있겠지만 토양피복재 사용 1년차보다 3년차인 올해 감귤 당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 상예동과 안덕면 상창리에서 노지감귤을 재배하는 김보성씨(55)도 “농가가 토양피복재 관리를 철저히 하더라도 2년 정도 쓰면 내구성이 떨어진다”면서 “지원주기를 2년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도는 올해부터 성목이식(나무 사이 거리를 넓혀 다시 심는 것)을 진행한 원지정비 농가에 한해 토양피복재 지원주기를 2년으로 줄였지만 이는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다는 의견이다.

김씨는 “성목이식을 하면 최소 3년은 감귤을 생산할 수 없어 그 기간 소득을 포기해야 한다”며 “소규모 과수원에 의지해 생계를 꾸리는 농가 입장에선 와닿지 않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도는 최근 제주시와 서귀포시로부터 내년도 이 사업 소요 예산 규모를 파악했다. 올해 사업 예산(17억5000만원)보다 두배가량 늘어난 규모로 확인됐는데 이는 올해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강씨는 “지원주기는 차치하더라도 농가수요를 감안한 예산편성으로 한번이라도 제대로 지원해주길 바란다”며 “일반 재배에서 토양피복재배로 변경하려는 농가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농가 눈높이에 맞는 토양피복재배 지원사업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가도 우량 품종 갱신과 원지정비 등으로 지속가능한 고품질 감귤 생산 기반을 다져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서귀포=심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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