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구 도서관장 ‘갑질에 주술’까지···노동자들, 해임 촉구

백경열 기자 2022. 11. 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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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립 한 도서관 직원의 책상 아래에서 지난달 발견된 부적의 모습. 도서관 노동자측 제공

대구 수성구의 한 도서관 소속 노동자들이 갑질과 비정상적인 행위 등을 일삼았다며 도서관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자들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수성문화재단에서 해당 인물에 대한 징계에 소극적이라고 점도 지적했다. 재단은 수성구의 출자·출연기관 중 하나로 구청장이 당연직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3일 수성문화재단 노사협의회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수성구립 한 도서관의 A관장은 예산을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직원들에게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다수의 부적절한 행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협의회 소속 노동자들은 A관장이 도서관 환경정비를 위해 화단에 꽃을 심는 등의 목적으로 쓰는 화훼조성비(연간 500만원) 일부를 개인적으로 써 왔다고 주장했다.

한 직원은 “A관장이 재단 직원 및 공무원의 승진이나 전보, 변호사 사무실 개소 등 계기가 있으면 개인 명의로 꽃다발이나 난을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이 관장이 팀장 등 다수의 부하직원에게 꽃배달까지 지시했으며, 이 때문에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A관장이 업무추진비 등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대구 수성문화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노동자들은 사적인 심부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직원은 “도서관장이 자신의 세탁물을 찾아오라고 하거나 개인 용무에 직원의 차량을 이용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며 “개인적으로 사용할 자료 작성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도서관 직원들은 지난 4월 한 직원이 A관장에 임신 사실을 알리며 업무를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직원은 정규 시간을 넘어서까지 일했지만, 업무 특성 상 ‘시간외근무’ 처리도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단이 마련한 직원 취업규정 41조 5항는 ‘임신 중의 여성 직원에게 시간외 근로를 하게 해서는 안되며, 그 직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쉬운 종류의 근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정한다.

한 노동자는 “당시 (임신한 직원의) 근무를 바꿔줄 수 있는 직원이 20여명이나 됐지만 A관장은 ‘할 사람이 없다’ ‘이해해라’는 식으로 얘기하며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른바 ‘부적사건’도 문제가 됐다.

지난달 4일 해당 도서관에 인사발령을 받은 노동자 2명의 사무실 책상 아래에서 부적이 발견됐다. 책상 정리작업을 하다 이를 발견한 직원들은 당황한 나머지 누가 이러한 행동을 했는지 수소문했다. A관장은 처음에는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부인하다가 나중에 자신이 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노동자 측은 “A관장이 구청장과 대통령도 부적을 붙인다며 오히려 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식으로 뻔뻔하게 행동했다”며 “이전에도 A관장은 막걸리나 소금, 모래 등을 도서관 안팎에 뿌리는 주술행위를 해 왔다”고 말했다.

도서관에 몸담고 있는 노동자들은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으로 여러 직원을 통해 확인됐지만, 수성문화재단에서 감찰의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단이 개별적으로 직원을 회유하는 등 A관장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와 처벌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이 도서관 직원 61명 중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자를 뺀 54명 전원이 A관장에 대한 징계 동의서에 서명해 재단 측에 제출한 상태다. 이에 재단은 지난 2일 회의를 열고 수성구 감사부서와 함께 조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배선주 수성문화재단 상임이사는 “화훼비 유용 등 일부 의혹이 불거졌지만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조사를 벌인 뒤에 문제가 확인된 경우 징계위에서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A관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도서관에서 큰 사고가 있다보니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적을 붙였다. 나쁜 의도가 아니었다”며 “공금을 사적으로 쓰고 심부름을 시켰다는 등 의혹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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