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중 교실 보이는 성남 복정2지구 아파트… ‘사업 신청·승인’ 국토부·LH “법적 문제 없다”

성남=김태호 기자 2022. 11. 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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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공간 활용 위해 학교 뒤 아파트 배치
LH·국토부 “건축법상 문제 없는 사업”
2021년 12월 노형욱 장관·김현준 사장 시절 사업신청 승인
LH, 올 7월 학교 인접 세대 설계변경안 신청… 검토중

오는 2027년 준공 목표인 경기 성남시 성남복정2지구 신혼희망타운이 여자중학교(성남여중)와 15m 떨어진 곳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인근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는 고려하지 않은 채 학교가 내려다보이는 경사지에 테라스형 아파트 건설을 결정했고, 사업 승인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작년 12월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이를 통과시켰다. LH는 올 7월 뒤늦게 학교와 인접한 동의 설계를 변경하는 안을 국토부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여중 건물(오른쪽)과 불과 15m 떨어진 곳에 성남복정2지구 신혼희망타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김태호 기자

3일 국토교통부, LH 등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복정2지구 일대 현장에선 성남여중과 신흥초에서 불과 15m 떨어진 곳에 대규모 택지 개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성남복정2지구에 1026세대 규모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는 LH 사업의 일환이다. 해당 아파트는 오는 2025년 착공해 2027년 준공 예정이다.

논란이 되는 건 아파트 일부 세대와 학교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다는 점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학교 건물과 15m가량 떨어진 비탈에 7층짜리 테라스형 아파트가 학교 건물을 바라보게끔 들어선다. 테라스 아파트란 경사지에 계단식으로 아파트를 지어 아래층 세대의 지붕이 위층 세대의 앞마당처럼 활용하는 형태다. 실제 아파트가 들어서면 여중 교실 안을 내려다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배경에는 LH가 택지 개발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프라이버시는 고려하지 않고 ‘효율’에 집중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LH측은 학교가 내려다보이는 경사지에 테라스형 아파트를 배치한 이유를 묻자 “한정된 공간 내에서 효율적으로 경사지를 활용하기 위해 테라스 아파트를 계획했다”며 “법에서 정한 이격거리를 준수했다”고 답변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LH의 사업 신청을 승인했다. 당시 LH와 국토부의 수장은 각각 김현준 전 사장과 노형욱 전 국토부 장관이었다. 국토부는 사업 승인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법에 학교와 이격거리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 없어 신청된 사업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LH와 국토부는 ‘학생들의 사생활·학습권 침해 우려를 예상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LH나 국토부에서 현장을 한 번만 와봤다면 이렇게 황당한 사업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성남여중 학부모인 김모(51)씨는 “공공주택 사업이 어떻게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어이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신흥초 학부모인 황모(45)씨는 “국토부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일상생활이 법만 맞춘다고 불편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성남여중·성남신흥초 주변 성남복정2지구 공동주택 설계도. /독자 제공

학부모들은 논란이 되는 아파트 동과 학교 건물 사이 거리를 50m 이상 떨어뜨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해당 단지는 지난해 사전청약을 이미 받아 세대 수 변경이 어렵다”면서 “인근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여러 안을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LH는 논란이 되는 동의 설계 규모를 축소해 변경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7월 LH에서 학교와 인접한 동의 일부 세대를 다른 곳에 배치하는 변경안을 신청했다”며 “국토부는 LH의 변경안과 여러 상황을 고려해 설계 변경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성남시는 LH와 국토부의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남복정2지구 일대 일부가 성남시가 소유한 땅(시유지)이지만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해 LH가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LH가 수용권을 행사하면 성남시가 시유지 매각을 반대하더라도 사업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 1일 성남시청에서 학부모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성남복정2지구 사업과 관련해 국토부·LH 담당자와 학부모들의 대화를 주선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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