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준 집주인들 내년에도 어렵다는데… “금리 더오르고 입주량은 늘어”
2020년 9월 준공해 입주 2년차를 맞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개포포레스트의 전용면적 59㎡ 전세가격은 최근 7억9000만원까지 하락했다. 8억원대 전세물건도 여럿이다. 입주로 한꺼번에 전세 물건이 쏟아졌던 2년 전 가격이 9억원 수준이었는데 그보다도 떨어진 것이다. 세입자에게 돈을 내줘야 할 집주인(임대인)들은 고민에 빠졌다. 임대인 A씨는 “몇천만원씩 내줄 돈은 사실 없어서 고민”이라면서 “만기가 내년에 돌아오는 사람들은 전세금이 더 내릴까봐 전전긍긍 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역전세난’이 서울 전역에서 심화하며 임대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전세금까지 하향세라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추가로 구해야 할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전세자금대출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자 임차인들이 월세로 계약을 바꾸거나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 등지로 이사를 가는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비싼 전셋값을 감당할 수요 자체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엔 역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임대인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당분간 전셋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높아지는 금리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전셋값이 약세전환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면서 “기준금리가 이렇게 급속도로 오를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지난해 8월부터 여덟 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이로써 한국의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연 3.0% 시대를 맞았다.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올랐다. 지난 20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4.8~7.0%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지난해만해도 전세대출 금리는 연 2.3~3.8% 수준이었다. 불과 1년새 이자 부담이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연 3% 금리로 2억원의 전세자금을 빌린 사람은 한 달에 은행에 50만원 정도만 내면 됐지만 연 6%로 전세자금대출 이율이 오르면 한달 이자는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결국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로 집을 구하는 것이 싼 상황이 됐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 부담에 전세수요가 줄고 반전세, 월세 수요가 늘었다”면서 “기준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당분간은 없어 전세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적었던 올해 이례적으로 역전세난이 생긴 상황에서 내년인 신규 주택 공급까지 늘어난다는 점도 임대인의 역전세난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공개한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정보’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서울 입주 물량은 3만8886가구다. 올해 입주물량(1만8840가구)의 2배 수준이다. 통상 입주물량이 늘면 전세공급이 는다.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를 계획으로 분양받은 사람이 많아서다. 공급이 늘면 세입자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전세금은 더 내릴 가능성이 크다.
내년 서울의 주요 입주 단지를 보면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프레지던스자이(3375가구)를 시작으로 5월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1152가구), 7월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1425가구)와 서울 은평구 수색동의 DMC SK뷰 아이파크포레(1464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8월엔 서울 서초구 원베일리(2990가구) 입주도 예정돼 있다. 대단지 입주가 많은 셈이다.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일시에 임차 물량이 나오면서 전세 가격은 큰 폭으로 내릴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송파구의 헬리오시티다. 9510가구의 대단지인 헬리오시티가 2019년 1월에 입주를 시작하자 전용면적 84㎡짜리 주택 전셋값이 5억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2018년 가을에 인근 아파트에서 체결됐던 전셋값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싼 값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역전세 분위기와 겹치면서 2년 전보다 낮은 전세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만큼 집주인들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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