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기 부동산시장, 주택경기 빙하기… “해 바뀌어도 부동산 추락 지속”

박수진 기자 2022. 11.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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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권호영 기자

■ 창간 31주년 특집 - 내년 부동산 전망

버블 꺼진 국내 부동산

서울 주택매매價 3개월째 하락

9월 전국 974개 중개소 문닫아

위태로운 ‘영끌족’ · 금융권

미분양 속출 · 건설사 자금경색

경매에 갭투자 물건 쏟아질 듯

주택시장 위축이 침체 뇌관

분양가 상한제 등 대못 뽑아야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10년 만에 빙하기에 접어들면서 주택시장 위축이 경제위기의 뇌관(雷管)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하방 리스크(위험)가 본격화한 부동산 시장 흐름이 내년까지 지속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각종 규제를 걷어내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는 연착륙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락하는 부동산 시장 =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오는 각종 지표는 버블 꺼진 국내 부동산 시황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KB부동산의 ‘월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55% 떨어졌다. 서울 주택시장도 -0.45%로 8월(-0.07%), 9월(-0.08%)에 이어 3개월 연속 내림세를 지속했다. 아파트의 경우 전국 기준 매매가는 5억4693만 원으로 약 1년 전인 지난해 11월(5억4954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킹달러’로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한때 불붙었던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구매 열기도 급감세다. 9월 국내 부동산을 사들인 외국인은 1045명으로 월별 기준으로 2017년 2월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활황기 기하급수적으로 늘던 중개업소도 감소세다.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전국에서는 974개 업소가 폐업하고 84개 업소가 휴업했다.

◇내년 침체 가속화…PF 부실 우려 = 전 세계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 등 금리 인상 움직임이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경제 전반에 연쇄 충격파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는 금리 급등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고, 매수심리 위축이 이어지며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의 하석진 수석연구원은 “금융 여건 악화 속에 과거와 달리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동조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경제 전반에 옮겨붙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팽배해 있다. 벌써부터 내년 초 갭투자 물건이 경매시장에 들어오며 물건이 쏟아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부도 공포도 극대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말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총 3만2722가구다. 지방이나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자금경색에 시달리며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금융권 동반 부실로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집값 공포 쇼(House-price horror show)’ 기사에서 “한국과 북유럽 국가들의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가량까지 무서운 급증세를 보여옴에 따라 은행과 유사금융기관들이 위태로운 수준의 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착륙 막는 대책 서둘러야 = 정부도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까지 겹치며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고 난폭한 강제적인 조정 과정을 겪지 않도록 금융을 유예하거나 완화하는 지원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지불 능력이 있는 수요자가 필요한 구매를 할 수 있을 만한 시장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거래량이 2006년 이후 최저치로 물가 상승,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으면 기존 주택뿐 아니라 신규 분양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미분양, 연체율도 치솟을 수밖에 없어 시장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분양 관리지역·조정지역 등 겹겹이 더해져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양도세나 취득세 중과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서 시장이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급등, PF 대출 중단으로 공급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고분양가 심사제나 분양가상한제 완화 등으로 공급 환경을 개선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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