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1인 가구에 대한 단상

2022. 10. 3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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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며 일상 공유야말로
인간 본연의 존재 가치 부합
1인가구 우울·무력감 높아
다인가구 형성 방안 고민을

먼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는 표현이 있다. 피를 나눈 가족 못지않게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필자도 미국 유학 시절 유학생끼리 주말마다 모여 함께 한국 비디오를 보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한 가족처럼 생활했던 기억이 있다. 일상을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인간에게 삶의 일상성을 부여하고, 상호작용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가족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친족집단이다. 하지만 가족이라고 항상 일상을 함께하지는 않는다. 반면 가구는 현실적으로 주거 및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의 집단을 뜻한다. 가족은 관계의 형성 원인이 중심이 되는 개념이지만 가구는 일상적 관계가 중심이 되는 개념이다. 가족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사회조직이자 문화적 습속이지만, 삶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생애 과정에 따른 사회적 이동이 많아지면서 실질적으로는 가구가 가지는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따라서 가구와 관련된 통계를 살펴보면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읽어내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50년 가구 추계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머지않은 시기에 가구의 구성, 분포 등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견된다. 큰 방향에서 보면 2021년 역사상 처음으로 총인구가 감소했고, 큰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인구 감소 추세는 계속될 것이기에 가구의 수가 줄어들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런데 가구 추계는 2020년 현재 2073만가구가 바로 줄어들지 않고 2039년 2387만가구까지 증가한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일 것이라 예측한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가구가 늘어난다는 의미는 간단하다. 가구원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이다.

실제로 2020년 현재 평균 가구원 수는 2.37명이지만 2050년에는 1.91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계는 전망하고 있다. 1인 가구의 비중이 현재 12개 시·도에서 가장 높지만 2050년에는 모든 시·도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이 가장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의 고령화는 가구원 감소에 영향을 준다.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의 비율은 2020년 22.4%에서 2050년에는 49.8%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청년 세대에 확산되고 있는데 비혼 추세 역시 가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0년 현재 60.7%인 유배우(有配偶) 가구의 비율은 2050년 45.3%로 감소하리라 예상된다.

정리하면 인구가 줄어도 생활양식의 변화로 한동안은 가구가 늘 것이다. 하지만 인구는 줄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며 결국 가구 수도 줄어들 것이다. 경험상 대한민국의 인구 관련 추계는 대개 예상보다 더 빨리 현실화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2050년보다도 이른 시기에 결혼하지 않은 청년과 중년, 그리고 배우자를 떠나보낸 노년이 다수를 차지하는 1인 가구 중심의 사회가 될 것이다.

사실 1인 가구가 는다고 해서, 비혼 가구가 는다고 해서, 고령자 가구가 는다고 해서 그 자체가 특정한 가치판단의 준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은 많은 사람 사이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였다. 홀로그램이나 가상현실(VR) 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생활을 같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곱씹어보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서 매일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일상의 가치, 즉 가구의 구성은 결코 가볍게 볼 요소는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사회화 과정은 평생을 통해 지속되며 사회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가치를 깨닫고 자아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일상적 대면생활을 함께하는 가구원의 존재는 사람의 사이라는 의미가 있는 인간(人間) 본연의 존재 가치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친 영향 가운데 사람들과의 단절로 발생한 우울과 무력감이 하나임은 분명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22.1%로 2인 이상 가구(15.6%)에 비해 6.5%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도 1인 가구의 우울증 경감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화상을 통해 소식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함께 눈을 뜨고, 취침 인사를 나누며, 밥을 같이 먹고, 저녁에 산책하러 같이 나가는 일상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회적 행위와 더불어 인생을 구성하는 중요한 경험이다. 물론 함께 살면서 갈등이 생기고 일상의 피곤함을 더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사람,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과 일상을 함께한다면 삶의 목적을 찾고, 새로운 동기를 얻으며, 세상에 대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다.

1인 가구 확대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하지만 1인 가구가 마냥 늘어나는 현상을 넋 놓고 두고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발적인 1인 가구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1인 가구로 남게 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이 누구인지 살피고 다인 가구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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