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우리아빠가 최고야"... '금쪽이' 딸이 남긴 마지막 생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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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많은 부모가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 더미에 짓눌려 숨진 자식의 부고 소식을 받아 들었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000님 좋은 날에 저를 세상에 빛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아빠의 딸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데 생일이라서 그런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날이네요.
맛 없단말이야 다른사람들껀... 히히 마지막은 철 없는 말이지만 그만큼 아빠가 건강하게 우리랑 오래 좋은 것만 보고 맛있는거 많이 먹으면서 행복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얘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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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많은 부모가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 더미에 짓눌려 숨진 자식의 부고 소식을 받아 들었다. 이날 종일 서울과 경기 40곳에 시신이 분산 배치된 병원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족들의 오열과 분노가 끊이지 않았다.
딸 A(25)씨를 잃은 아버지 B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남매를 홀로 키웠고, 3년 전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딸은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3년 전 스스로 골수를 기증했다
B씨는 이날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숨진 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사랑해요”, “진지 꼭 챙겨 드세요”, 문장 끝에 꼭 따라붙는 '하트(♥)'. 최근 생일에 딸이 보냈다는 편지에는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애틋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A씨의 메시지는 “친구랑 친구 남친(남자친구) 소개받는데 같이 놀다가 친구네서 잘 것 같아요. 오늘 집 올 때 조심해서 오십쇼”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아버지는 휴대폰에 딸을 ‘보배’라는 별칭으로 저장해뒀다. 골수를 줄 만큼 효심 깊은 딸은 그에게 보물이나 다름 없었다. A씨는 흐느끼며 말했다.
“혼자 어렵게 키운 큰 딸인데, 걔가 날 살리고 가는 것 같아요. 내가 죽어야 하는데... 우리 딸,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꽃도 못 피우고 가서 어떡해요.”
사랑하는 우리 아빠 000님
좋은 날에 저를 세상에 빛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큰 축복인 것 같아요. 항상 아빠의 딸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데 생일이라서 그런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날이네요.
이런 건 문자가 아니라 편지로 써드려야 하는데 내가 글씨를 안 쓰다 보니까 안 이쁘기도 하고~~ 이런 건 또 내가 부끄럽더라구~~~ 아빠랑 뽀뽀하는 건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데 말이야~~
아빠 내가 성인이 되면서 아빠랑 의견이나 성격이 부딪히는 일이 많았고(이건 아빠랑 너무 닮아서 싸운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ㅎㅎ) 다 커서 성질도 내고 말대꾸도 했는데 그건 내가 아니더라고!!! 하고나면 마음이 불편하고 아프고 죄송하더라고. 난 내가 죽을 때까지 울 아빠는 힘들게,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그 전에 내가 말 안 듣고 엇나갈려고 한 건 잠깐의 애교?ㅋㅋ 일탈로 받아주시오♥ 아빠는 00의 하나뿐인 엄마, 아빠이자 내 유일한 버팀목이야. 그리고 언제든지 편하게 눈치보지않고 내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아빠잖앙.
히히 말로는 표현 못해서 아침에 간단하게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지만 정말 너무나도 감사해! 이런 사회에서 우리 남매 기 죽지도 않게 올바르게 키우려고 아빠 혼자서 고생 많이 하신거 다 알아. 이건 울 아빠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ㅠㅠ
내가 돈 벌어서 효도할게! 그러니까 아빠!!ㅋㅋ 내 통장에 빨대 꽂아!!!ㅋㅋㅋ
그럴려면 뭘 해야하지?!! 건강을 잘 챙겨야지~~~ 나 마음 많이 약한거 알지?? 아프지 말고 항상 지금처럼만 관리하면서 욕심은 안부릴게 ^ㅡ^ 딱 내 옆에 70년 있어줘. 나 96살 때까지 알겠지? 그때까지 미역국은 아빠가 끓여주라. 맛 없단말이야 다른사람들껀...
히히 마지막은 철 없는 말이지만 그만큼 아빠가 건강하게 우리랑 오래 좋은 것만 보고 맛있는거 많이 먹으면서 행복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얘기했어. 아무튼! 나 술 마셔도 적당히 먹을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구~~ 오랜만에 출근이신데 조심해서 다녀오시고!
내가 이번 달에 약속이 많을거 같아서 아빠랑 저녁 가끔 못 먹을 때 있겠지만 그래도 잘 챙겨드셔. 내가 다 알아. 다 보고 있어 우씨. 내 걱정말고 아빠 걱정해 우씨 아라쬬. 그럼 아빠의 1호 금쪽이의 편지였습니다. 사랑해 아빠♥ 우리아빠가 최고야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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