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왜이리 차갑니”… 병원·장례식장 12시간 돌아 시신 찾기도

김승재 기자 2022. 10. 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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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영안실 40곳에 시신 안치… 가족들 생사확인 발동동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154명의 시신은 서울 순천향대 병원, 경기 일산 동국대 병원 등 40곳에 안치됐다. 병원 영안실에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의 울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실종 신고 접수처인 서울 한남동 주민센터에도 실종자와 사망자를 찾으려는 이들이 몰려와 애타게 소식을 기다렸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후 한남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실종자 접수처 대기실 앞에서 가족들이 사망자 명단을 확인하고 오열하고 있다./뉴시스

30일 오전 의정부 을지대 병원, 사망자 이모(24)씨의 어머니는 “우리 딸 어디 있어. 우리 딸 어디 있어”라며 영안실로 향했다. 딸의 시신을 확인한 이씨 어머니는 “얼굴에 멍이 너무 많고 몸도 차가워서 믿기지 않는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씨의 이모와 외삼촌은 “(이씨는) 시험관 시술로 가진 귀한 딸이었다”고 했다. 이씨의 쌍둥이 오빠도 침통한 표정으로 영안실을 지켰다.

시신이 안치된 곳을 확인할 수 없어 12시간 가까이 병원과 장례식장 등을 찾아다녔다는 유족도 있었다. 서모(19)씨의 어머니는 지난 29일 밤 12시쯤 딸의 남자 친구에게 “(서씨가) 이태원 골목에서 (사람들 틈에) 끼어 죽은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서씨의 어머니는 이 전화를 받자마자 이태원으로 갔다가, 여기에서 시신들이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병원으로 갔다고 한다. 이 병원에서도 딸의 시신을 찾지 못한 서씨 어머니는 원효로 체육관, 한남동 주민센터로 차례로 가봤지만 역시 딸의 시신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후 순천향대병원으로 다시 갔다가 “다른 장례식장으로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 서씨 어머니가 딸 시신이 경기 용인의 한 장례식장에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이날 낮 12시쯤이라고 한다.

서울 한남동 주민센터에서도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과 친구, 지인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모(50)씨는 서울에 살고 있는 딸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서울로 왔다고 했다. 김씨는 “새벽에 파출소에서 연락이 와 딸의 휴대전화만 건네받았다”며 “(시신이 안치된) 병원이 수십곳이나 된다는데 그중 어딘가로 가봐야 하는 것인지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시신에 대해서는 가족이 가지고 온 사진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8시까지 서울시가 한남동 주민센터와 120 다산콜센터 등을 통해 접수한 실종 신고가 4000건이 넘었다. 실종된 아들을 찾으러 온 한 중년 여성은 이날 오전 일산 동국대 병원을 먼저 들렀다가, 점심때쯤 주민센터로 왔다고 했다. 이 여성은 큰 소리로 울면서 “병원에서 그런 환자가 없다고 해서 돌아왔다” “이게 안 믿긴다고 나는,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고”라고 했다.

사망자나 실종자 가족들은 병원을 찾아가더라도 본인 가족인지 확인하기 힘들게 돼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한 중년 여성은 “딸과 함께 있던 친구에게 우리 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병원에 찾아가 ‘내 딸이 맞는지 (시신의) 얼굴만 보게 해 달라’고 애원했는데 ‘신원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안 된다’며 거절했다”고 했다. 자녀가 실종됐다는 50대 남성도 “사망자 얼굴을 확인하게만 해달라고 했지만 (병원에서) 들여 보내주지 않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한남동 주민센터에 있는 실종자 접수처 관계자는 “사망자나 실종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송 당시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이송 당시 사망 상태였는지 아닌지만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망자 이송과 관련한 혼선도 일부 있었다. 이날 소방 당국은 수원 성빈센트병원 장례식장에 총 7명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고 발표했는데, 실제는 4구만 안치됐다. 시신을 안치할 공간이 부족해 나머지 3구는 다른 병원으로 다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태원 참사 관련 문의가 몰리면서 한때 서울시 종합상황실 전화에선 ‘통화 중입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라는 코멘트만 반복되면서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실종자 확인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에선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이 실종자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소재 파악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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