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나면 가장 먼저 폭격맞을 이곳…수십조 투자 몰린다 [더테크웨이브]

황순민 2022. 10. 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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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호텔' 데이터센터 심층 분석

지난 15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가 국민적인 대혼란 상황으로 번졌습니다. 메신저 앱 카카오톡 이용자는 물론이고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에도 동시다발적 장애가 일어나 커다란 혼선과 불편이 잇따랐죠. 화재 발생 2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혔지만 디지털 강국을 자부해왔던 우리나라의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정보기술(IT) 플랫폼의 서비스 부실 운영으로 국가 기간 소통망이 한순간에 멈춰서는 국가 재난급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죠. 더욱이 이번 사고로 카카오가 아직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IT 공룡'으로 성장한 국내 테크 플랫폼 회사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선 사업모델(BM) 다각화와 규모 확장 등 '성장'뿐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와 서비스 안정성 등 '기본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이번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죠.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선 '초연결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에 대해 낱낱이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 [사진 제공 = 네이버]
◆초연결시대 '심장'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란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을 말합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핵심인 서버를 비롯해 인터넷 구축을 위해 중요한 통신 기기인 라우터, 안정적 전원 공급을 위한 UPS 등으로 구성됩니다. 사실상 서버가 요구하는 모든 자원을 건물 자체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빅테크 뿐 아니라 IT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과 개인들은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이용자 간에 오가는 대규모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외부 서버의 성능 좋은 서버에 전달·저장합니다. 이러한 대형 서버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물리적 공간이 바로 데이터센터인 것이죠. 많게는 10만개 이상의 서버를 두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서버호텔'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카카오 안산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 제공 = 카카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데이터센터인 IDC(Internet Data Center),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한 데이터센터인 CDC(Cloud Data Center) 등으로 구분됩니다. 통상적으로는 이를 모두 포괄해 IDC나 데이터센터라고 지칭합니다.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들도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구분이 필요없어진 탓입니다.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시장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란, 인터넷 통신망 어딘가에 '구름'처럼 싸여 보이지 않는 컴퓨팅 자원을 각 기관·기업 내부의 전산실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 외부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가상 서버를 말합니다. 개념 자체는 가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버와 네트워크 장치를 비롯한 컴퓨팅 장비를 갖춘 물리적 공간, 바로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죠. 특히 초거대 데이터센터는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로 통용됩니다. 일종의 거대한 '데이터 물류센터'인 셈이죠.

◆예민한 관리가 필수인 '서버호텔'

데이터센터가 없으면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데이터센터가 서비스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 가장 중요한 핵심 시설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특급 보안시설에 준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매우 높아, 전쟁과 같은 유사 상황 발생시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시설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전 세계에는 1851개의 데이터센터(2021년 기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특히 2만㎡ 이상 규모의 '하이퍼스케일(초대형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에 659개가 있다고 하죠. 우리나라에는 올해 기준 156곳의 데이터센터가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통상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지역인 산 중턱을 깎거나 매립지 등에 주로 세워집니다. 데이터센터는 기반을 깊게 파야 할 필요가 없죠. 설계시엔 일반 사무실이나 공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어져야 합니다. 예컨대 발열량이 막대한 서버 열을 신속하게 식히기 위한 공조 설비 등을 설계할 때부터 반영해야 하죠. 서버는 기본적으로 높은 부하로 돌아가는 고성능 컴퓨터이기 때문에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서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곳이 데이터센터이기 때문에 서버 컴퓨터의 열을 식혀주고, 더 나아가 적절한 온도(21~27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주 중요합니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에 돈 쏟아붓는 이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고 여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해외 빅테크들은 자체 데이터센터와 DR센터 설립 등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뿐만 아니라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과 재해복구(DR) 매뉴얼과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죠. 예를 들어 화재 또는 기타 운영 중단을 야기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데이터 액세스를 다른 데이터센터로 자동으로 전환해 중단 없이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거나, 비상용 백업 발전기를 구비해 정전 시에도 데이터센터에 계속 전력을 공급하는 식이죠.

지난 7월 19일 유럽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으로 구글의 영국 데이터센터가 멈춰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영국 역사상 최초로 섭씨 40.3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으로 구글 클라우드 센터의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가동이 중단됐죠. 구글은 하드웨어 컴포넌트의 영구적 손상으로 장기적으로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즉시 데이터센터를 셧다운하는 조치를 내렸죠. 이후 자체 '재해·재난 대응 매뉴얼'을 가동해 피해를 막았습니다. 구글은 당시 사건보고서에서 "장애 인지부터 완전한 복구에 18시간23분이 걸렸으며, 일부 서비스의 중단은 있었어도 전면 정지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구글은 데이터센터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95억달러(약 13조 6211억원)를 투입하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올해 미국 테네시, 버지니아, 오클라호마에 데이터센터를 신설했고, 아이오와 조지아 등 기존 데이터센터를 업그레이드 했고요. 어떠한 재난 상황에도 안정적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3,4중의 데이터센터 다중화가 필수라는 판단에서죠.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구글이 지난 5년간 미국 26개주에 데이터센터·오피스 구축을 위해 370억달러(약 53조 469억원)을 투자했으면 4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 자랑했죠.

이처럼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운영합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회사의 경우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돈을 내고 데이터센터를 빌려쓰기도 합니다. 이번에 화재가 난 판교 데이터센터의 경우 카카오가 SK C&C가 만든 데이터센터를 이용한 것이죠. 네이버의 경우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운영 중입니다.

◆산으로 간 네이버, 대학으로 간 카카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 발생 이후 "카카오도 데이터센터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새로 짓는 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전에 사고가 터져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카카오는 4600억원을 투입해 내년 중 안산 일대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입니다. 또 카카오는 시흥에서 2024년 데이터센터를 착공하는 것도 목표로 추진하고 있죠.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상반된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선 카카오는 예정된 데이터센터를 모두 경기도에 있는 대학에 지을 예정입니다. 수도권 내 용지를 확보하고 산학 협력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데이터센터와 함께 연구 공간을 마련해 학계와 메타버스, 인공지능(AI)과 같은 미래 신사업을 같이 연구하겠다는 것이죠.

반면 네이버는 '산(山)'을 택했죠. 네이버의 경우 2013년 강원도 춘천 구봉산 자락에 첫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후 세종시에서 제2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산속입니다. 네이버는 "춘천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11.1도로 수도권보다 1~2도 낮다. 낮은 기온은 뜨거워진 서버를 냉각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청적지역이라 먼지로 인한 서버 오작동 위험이 적다"고 춘천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춘천 설계도. [각 홈페이지]
넓은 용지 확보도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춘천 '각'의 경우 본관과 서버동을 분리해 총 네 개의 동으로 설계됐습니다. 회사 측은 "서버를 여러 동에 분산한 이유는 안전성을 높이고 데이터 증가 속도에 맞춰 증축이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령 A동에 불이 나더라도 해당 동을 셧다운하고 B, C동은 정상 가동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좁은 용지에 층으로 짓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에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기 먹는 '하마'...첨단데이터센터 숙제로

데이터센터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전력을 소비합니다. 이는 데이터센터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24시간 쉴 새 없이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서버 운용뿐 아니라 실내 냉각과 습도 유지에도 막대한 전력을 소비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2020년 기준 약 200~250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소모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 전력 수요의 1% 수준으로 웬만한 국가의 전력 소비량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메타와 MS와 같은 빅테크들은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풍력을 이용한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 등 새로운 실험을 벌이고 있습니다. 환경·책임·투명경영(ESG)과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데이터센터의 친환경적 운영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는 추세입니다. MS는 2018년부터 2년간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인근 바다에서 해저 데이터센터를 시험 가동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길이 12m, 지름 2.8m 크기의 원형 컨테이너에 864대의 서버를 넣어 차가운 바다 속 36.5m 지점에 배치했습니다. 2017년부터 데이터센터 운영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는 구글은 지난해 태양열,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과 시간대에 맞춰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韓서 큰장...'규제 쓰나미' 경계론도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성장해왔고, 앞으로 더 커질 전망입니다. AI, 6G, 자율주행, 메타버스(AR·VR) 등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분야에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데이터 사용 총량은 16.1ZB(1ZB는 1조 기가바이트)에서 2025년엔 163ZB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도 2016년 2505억1000만달러 규모에서 2027년 4104억2000만달러 커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초거대(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시장에선 특히 한국이 전 세계 '큰손'들로부터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제반시설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업계에서는 향후 2년은 국내 초거대 데이터센터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데이터센터 임대·위탁운영 전문 기업 에퀴닉스는 한국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 2곳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에퀴닉스는 세계 24국에 200개 이상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에퀴닉스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디지털리얼티도 올해 초 서울 상암동에 국내 첫 번째 데이터센터를 열었고, 경기 김포시에 2023년 준공 예정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국내 부동산 개발업체인 퍼시픽자산운용과 합작사를 차리고 경기 용인시에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습니다. 2025년까지 수도권에 건설 예정인 10MW(메가와트)급 이상 대규모 데이터센터만 11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로 당정은 '데이터센터 이중화'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향후 설정될 규제 기준을 봐야겠지만 기본적으로 1만5000여 개의 민간 기업(부가통신사업자)이 규제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분석입니다. 민간 데이터센터를 방송·통신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의무화하겠다는 규제 계획도 나왔습니다. 업계에선 "국내 기업은 물론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계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을 위험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규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한 기업의 경영상 오판에 있으므로 규제 강화에 매몰되기보다는 시장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황순민 기자]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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