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지역 상관없이 LTV 50%… 청약당첨땐 기존 주택 2년내 팔면 돼
얼어붙은 부동산, 대못 규제 완화
집값 하락 큰 안산·화성·김포 등
수도권 규제지역 내달 해제 검토
전문가 “시장 연착륙에 도움될 것”
정부가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예상보다 큰 폭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주택 시장 침체로 실물 경제 전반이 위축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애초 대출 규제 완화가 가계 부채를 늘리고, 집값 불안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되자 시장 연착륙을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를 단행한 것이다. 최근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고, 레고랜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태로 건설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퍼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주택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 아파트 중도금 대출 적용 대상 확대,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담보 대출 허용 등은 모두 법 개정 사항이 아니라 정부 규칙이나 공기업 내부 지침을 바꾸면 가능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강조했던 ‘반시장적 규제의 정상화’ 정책 기조에 들어맞는 조치”라며 “위축된 부동산 시장이 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출·청약 ‘대못 규제’ 한 방에 해제
올 들어 주택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위축되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과 1주택자의 주거 이동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매달 5000~1만건씩 체결되던 서울 아파트 거래가 최근엔 월 1000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청약 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 시한을 기존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는 것은 이런 ‘거래 절벽’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 집이 안 팔려서 새 아파트 입주를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던 사람들은 1년6개월의 시간을 번 셈이다. 앞서 청약에 당첨된 사람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수요가 거래 절벽 때문에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도금 대출 기준을 분양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린 것은 지난 정부 때 집값이 급등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도금 대출 규제는 2016년 8월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생겼는데, 당시 서울 강남권을 빼고는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곳이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 강북이나 경기·인천에서도 ‘국민 평형’인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
지역과 집값에 따라 0~70%로 차등 적용되던 LTV를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50%로 통일하고, 15억원이 넘는 주택에도 담보 대출을 허용한 것은 내년 초쯤 시행될 전망이다. 2019년 12월 도입된 15억원 초과 주택 대출 금지는 특정 주택만 처분을 어렵게 만들어 국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리가 오르고 정책 여건이 바뀌었으니 (대출) 규제도 과감하게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 지역 풀리나… 내달 심의
정부는 다음 달 중 규제 지역을 추가 해제하고, 연말까지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방안을 발표해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지방의 경우 세종시만 빼고 모두 비규제 지역인 상황이라 세종이나 경기도 안산·화성·김포 등 집값 내림세가 두드러진 수도권 외곽 지역이 해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11월 이른 시점에 (규제 지역 해제를 논의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시장적 규제의 상징과 같던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금지를 없앤 것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 거래 급감, 가격 하락, 미분양 증가, 자금 경색 등 시장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감안한 대책”이라며 “다만, 최근의 매수 심리나 금리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주택 수요가 되살아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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