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테라스에서 여중 교실 다 보여”… 뿔난 성남 학부모들, 집단행동 예고
“아파트 들어서면 학교 교실 훤히 보일 것”
LH “법적인 문제 없고 주민 불편 최소화할 것”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성남여중과 성남신흥초 바로 뒤에 100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사생활과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가 학교에서 불과 15m 뒤에 지어지는 데다 학교 건물을 내려다보는 구조로 세워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공사 과정에서 안전 문제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며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6일 방문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복정2지구 일대 현장에선 성남여중과 신흥초와 불과 15m 떨어진 거리에서 대규모 택지 개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성남복정2지구에 1026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LH 사업의 일환이다. 지금은 아파트를 세우기 전 대지를 정비하는 단계로 벌목이 한창이다. 아파트는 오는 2025년 착공해 2027년 준공 예정이다.
문제는 아파트 일부 동과 학교 거리가 가까워 아파트에서 교실을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공사가 진행 중인 비탈면에서 학교를 바라보니 교실 내부 사람들의 움직임이 다 보일 정도였다.
공사가 완료되면 학교 건물과 15m가량 떨어진 높은 지대에 7층짜리 테라스형 아파트가 들어선다. 테라스 아파트란 경사지에 계단식으로 아파트를 지어 아래층 세대의 지붕이 위층 세대의 앞마당처럼 활용하는 형태를 뜻한다. 성남여중 학부모들은 아파트가 지어지면 해당 아파트 테라스에서 교실을 내려다 볼 수 있다며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성남여중 학부모인 김모(51)씨는 “성남여중 건물이 내려다보이는 건물에 만에 하나 어떤 불순한 생각을 가진 주민이 들어올지도 모르고 누구든 의도하지 않더라도 여중생들의 생활을 보게 될 것”이라며 “해당 건물은 범죄를 만드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성남여중 학부모회장은 “성남여중 학생들이 체육 시간에 교실에서 옷을 갈아입기도 하는데 아파트에서 교실이 보이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반발했다.
땅을 개발하는 과정에 진행되는 암반 발파 과정도 학부모들의 걱정거리다. 학부모들은 발파의 진동이 학교 건물에 직접 충격을 주거나 높은 지대 공사장의 흙과 돌이 낮은 지대의 학교로 굴러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성남여중엔 공사장과 학교 사이 1.5m 높이의 콘크리트 벽이 있지만 신흥초엔 따로 벽이 없다. 공사장 비탈면과 학교 건물 사이 철조망만 설치된 상태다. 신흥초 학부모 한모(45)씨는 “공사가 4~5년은 할 테니 그동안 불안 요소가 계속 생길 것”이라며 “공사 발파 때 돌무더기가 학교로 떠내려올까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 21일 학부모연합은 성남시청을 방문해 학교와 아파트의 거리를 50m 이상으로 떨어뜨리고 테라스의 방향을 학교 방면이 아닌 다른 방면으로 바꾸는 설계 변경을 요청했다. 오는 11월 1일엔 학부모연합과 신상진 성남시장이 간담회에서 만나 다시 한번 주민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학부모연합은 성남시 수정구가 지역구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 간담회도 요청한 상태다.
학부모들의 반발은 거세지만 성남시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LH에서 사업을 주관하는 데다 학교와 아파트 건물 사이 거리를 떨어뜨려야 할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성남시는 LH에 주민 의견인 설계 변경 요청을 전달한 상태고 성남시 내부적으로도 이 사안에 대해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LH와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H는 아파트와 학교 건물 사이 거리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성남복정2지구 공공주택 단지와 인근 학교 사이 거리는 지난해 사업 승인 과정에서 법적 기준을 준수해 관련기관과 협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LH 관계자는 “필요시 (아파트 입주민들의) 시선을 막을 조치도 강구할 예정”이며 “낙석 사고를 막기 위해 공사 펜스 안에 추가적인 방호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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