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아파트 한방에 10억 뚝…급락장 틈 탄 '수상한 직거래'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멈췄다. 이사를 가려해도 살던 집이 안나간다. 파는 것도 전세를 주는 것도 녹록지 않다. 거래급감과 시세하락이 맞물리며 계약을 해지하거나 이사를 포기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실수요자의 거주 자유까지 눌린 '거래 실종' 현상을 들여다봤다.
역대급 거래절벽으로 인해 취득세 세입이 급감할 전망이다. 취득세는 지방세의 최대 30%를 차지해 지자체 재정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지방 재정 안정 차원에서라도 거래 정상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월평균 거래량 14만건→11만건 급감…올해 목표 세입도 달성 어려워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취득세 세입 전망'을 발표했다. 연구원이 전망한 2023년 우리나라 취득세 세입액은 가장 낙관적으로 봐도 26조원 수준이다. 중립적인 전망은 24조3900억원, 비관적인 전망은 22조3580억원으로 떨어진다. 지난해 세수 33조 8170억원과 비교하면 최대 9조원 하락한 수치다.
취득세 세입이 줄어드는 원인은 부동산 거래 절벽 때문이다. 2014년 이후 월 평균 부동산 거래량은 꾸준히 14만건(2020년 제외)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작년 9월 이후 11만건으로 급감했다. 이같은 수준이 내년 3월까지 지속되면 취득세 세수는 26조원이 되고, 내년 6월까지 지속되면 22조원까지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취득세 목표 세입액 30조3130억원도 지금 같은 주택 거래절벽이 이어진다면 달성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미 세입 감소는 시작된 상황이다. 서울시 오픈 API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시 취득세 수입은 4조8397억원(이달 초 기준)으로 전년 동기 6조1997억원보다 1조3600억원(21.9%) 줄었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670건으로 전년 동기(4064건)의 1/6 수준이다.
수도권도 다르지 않다. 경기도의 취득세 수입은(8월 기준) 6조19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조4083억원 대비 16% 줄었다. 인천시 역시 같은 기간 취득세 수입이 3.3%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의 경우 더욱 심각한 수준일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 전국 지자체들의 예산에서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0% 수준이다. 그리고 이 취득세의 81%가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한다. 거래절벽이 지방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통상 부동산 거래로 인한 취득세가 20~30% 줄어들 경우, 전체 예산의 5~9%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 재정 악화는 중앙정부의 교부금 부담을 늘리고 결국 국가 전반의 재정 위험을 높인다. 거래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중개업소·이사업체 폐업↑…인테리어·가구업계도 실적 악화
거래 절벽은 부동산 관련 산업의 불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신규개업 공인중개업소는 906개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달 폐업 공인중개업소는 994개로 집계돼 개업보다 폐업이 더 많았다. 휴업에 들어간 업소도 72개로 조사됐다.
주택 거래량과 비례하는 가구·인테리어업계, 이사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샘의 2분기 영업이익은 22억원으로 전년 277억원 대비 급감했다. 같은 기간 현대리바트와 신세계까사도 각각 50억원에서 -2억원, -26억원에서 -42억원으로 악화됐다. 서울 이사업체 폐업건수는 2020년 48건, 2021년 63건이었는데 올해는 7월까지만 벌써 39건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20층)가 13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의 시세는 19억6500만~23억원. 시세 상한 대비 10억원 가까이 낮게 팔린 것. 같은달 중순 전용면적 39㎡(5층)는 11억원에 중개거래됐다. 전체 9510가구에 달하는 이 단지에선 9월 이 2건의 거래가 유일한 매매사례다. 시세보다 10억원이 싼 매도가격의 비밀은 '직거래'에 있다.
# 지난 달 15일 용산구 이촌동 '삼익아파트'에서는 전용면적 104㎡가 17억72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같은 평형의 매도호가는 22억~26억원대. 올해 1월 실거래가 대비 5억6300만원이 빠졌다. 호가 대비 4억원 이상, 많게는 8억원 가량 낮다. 역시 중개업소를 끼지 않은 당사자 간 직거래됐다.
거래절벽 속 가족 간 특수거래를 포함한 직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자산가들이 시세 하락을 역으로 자녀에게 저가 양도할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 세법상 '저가양수도' 규정을 활용하면 시세보다 3억원 가량 낮게 거래해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5건 중 1건이 직거래, 가족 간 증여보다 3억 낮게 '저가매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 305건 중 직거래는 62건(20.32%)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매매 거래 5건 중 1건 꼴로 직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아파트 매매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직거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직거래 비중은 올해 6월 8.11%(전체 1827건 중 370건) 7월 11.41%(666건 중 76건) 8월 14.74%(685건 중 101건) 9월엔 20.32%(305건 중 62건)로 3개월 연속 높아졌다.
중개업소를 끼지 않는 직거래는 가족 간 특수거래에 주로 활용된다. 현행 세법상 부부 사이 혹은 6촌 혈족 등 특수관계인끼리 집을 사고팔 면 시세의 30% 또는 최대 3억원 중 적은 금액을 깎아줘도 세무 당국이 '정상 매매'로 인정한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요즘 같은 시장에선 떨어진 가격을 기준 시세로 잡고 그 가격에서 다시 3억원 낮춰 양도해도 증여세가 '제로(0)'다. 사실상 저가증여 수단이다.
익명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자산가들에게 하락장은 저가증여의 황금기"라며 "시세보다 3억원씩 빠진 직거래는 대부분 가족 간 특수거래다. 진짜 급매 혹은 급급매라면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놓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소리소문 없이 실거래가만 신고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저가양수도 역시 시세 대비 3억원 이상 낮게 매도한 차액에 대해선 증여세를 낸다. 하지만 이 세금이 부담부증여보다 적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세가 10억원인 아파트를 특수관계자에게 매도하면 7억원까지 시세로 인정해준다. 그보다 낮은 6억원에 매도하면 차액인 1억원에 대한 증여세만 내면 된다. 반면, 전세를 낀 부담부 증여는 시세(10억원)와 전세(6억원) 차액인 4억원을 증여한 것으로 봐 증여세가 더 크다.
증여하는 부모 입장에선 물론 양도소득세는 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배제되고 있어 최고 45%의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증여세율 최고치인 50%보다 낮다. 취득세도 가족 간 증여는 세율이 12%에 달하지만 양도로 인한 취득세는 1주택자는 1~3% 수준이다.
◇자산가들 급락장 틈 탄 '우회 증여', 거래절벽 속 시세 왜곡 부작용도
저가양수도를 통한 우회 증여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부터 증여 시 취득세 부과 기준이 공시가격이 아닌 시가로 바뀌고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적용기간도 늘어 증여받은 집을 사실상 10년간 집을 팔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익명의 세무사는 "자녀가 장성해서 소득과 일정수준 자본이 있는 경우엔 직접 증여하기보다 낮은 가격에 양수도하면 적은 자본을 투입해 소유권을 넘길 수 있다"며 "양도소득세 한시적 중과 배제와 지난달 조정대상지역 일부 해제로 저가양수도를 활용할 여지도 커졌다"고 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다주택자도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직접적인 증여는 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보유세 부과(6월 1일 기준)를 앞둔 4~5월 다주택자 증여가 몰리며 4월 23.1%, 5월 17.2%까지 높아졌으나 7월 다시 한 자릿수(7.2%)로 낮아졌다. 지난 8월에는 8.9%로 소폭 반등했으나, 증여 건수 자체는 245건으로 줄었다.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WM센터 세무사는 "최근엔 집값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자산가들이 증여 시기를 미루고 있다"며 "최고가 실거래 이후 아직 거래가 없는 단지들도 있어서 급매가 찍히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거래 자체가 워낙 없는 데 직거래 비중이 높아지다보니 시세가 왜곡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최 세무사는 "직전 실거래 가격이 있지만, 존재만 할 뿐 거래가 워낙 없다보니 실체가 없다"며 "지금 같은 시장에선 감정평가액이 급매보다 더 낮게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의 거래절벽으로 거주의 자유가 위협 받고 있다. 1주택자들은 기존집이 팔리지 않아 갈아타기가 어렵고 무주택자들은 대출규제, 금리인상, 집값 추가하락 등의 문제로 내집마련에 선뜻 나설수 없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를 위해 현행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선제적 대응 위해선 수도권 규제지역 추가 해제 필요"
대표적인 것이 규제지역 추가 해제다. 정부는 앞서 지난 6월과 9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방 규제지역을 대부분 해제했다. 현재 세종시를 제외하면 지방의 규제지역은 모두 해제됐고 동두천·양주·평택 등 수도권 외곽지역 5곳도 규제지역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세종, 인천 등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여있다. 지금처럼 시장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오는 12월 추가로 규제지역이 해제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규제지역 해제는 대출규제 완화 효과가 있다.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되면 주택담보대출의 LTV(담보인정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이 각각 50%→70%, 50%→60%로 상향 조정된다. 다주택자의 전세퇴거자금대출도 완화되기 때문에 깡통전세 위험도 간접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감에서 규제지역 해제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질의에 "50% 오른 가격이 7% 내렸다고 폭락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매도인 호가도 지나치게 높고 시장의 가격 조정기능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어 현재 상황을 특정 국면으로 단정 짓기는 이르다"고 답변했다.
◇안심전환대출 대상 내달 확대…"일시적2주택 잔금대출도 지원해줘야"
거래절벽을 당장 해소하기 어렵다면 버틸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솟는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도록 '안심전환대출'의 자격 기준을 현실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중순부터 한달 간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았으나 엄격한 기준 탓에 신청률이 저조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시세 4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이면서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 기준을 충족해야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9160만원에 달했고 서울에 시가 4억원 이하인 아파트는 전체의 1.2%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7일부터는 주택가격 기준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6억원 이하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반면, 정치권에서는 9억원 수준으로 대폭 올릴 것을 요청한 상태다. 구체적인 신청요건 및 방법은 이달 말 별도 안내한다.
국토부 역시 거래절벽 국면에 실수요자들을 위한 규제 완화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한다. 원 장관은 최근 국토교통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수요자가 집을 사놓고 기존 집이 안팔려 이사를 못가고 이 때문에 경매 당하는 부분은 없도록 일정 정도 금융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금융위 등 관계부처와 함께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일시적 2주택자들이 기존주택 처분을 못해 이사를 못가는 일이 없도록 일시적으로 잔금을 처리할 수 있는 단기지원 등이 필요해보인다"며 "LTV를 일시적으로 열어주고 기존주택 처분 후 상환을 목적으로 담보설정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생각보다 빨리 터지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화가 되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실수요자들의 거주의 자유, 이동권 제약 등을 막기 위해서는 집주인이 전세퇴거대출을 받아서 세입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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