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증샷 5점” 외식업중앙회 ‘1인1당 갖기 운동’···입당 강요냐 권유냐 논란

윤기은 기자 2022. 10. 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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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수 늘려 단체에 유리한 후보 지지 목적
최저임금, 김영란법 등 숙원사업 해결 노려
정당 가입 인증 점수화 등 정당법 위반 소지
외식업중앙회 “법적 검토 결과 문제 없어”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 작성한 ‘조직활성화 위한 1인 1당 갖기 운동’ 문건. 윤기은 기자

한국외식업중앙회가 회원들을 상대로 ‘1인 1당 갖기 운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세력화를 통해 ‘최저임금 자율제’ ‘김영란법 한도 완화’ 등 단체의 숙원사업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 운동이 강제입당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외식업중앙회는 국회의원들에게 편법으로 정치후원금을 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이다.

그러나 외식업중앙회는 “회원들에게 정당 가입을 권유한 것으로 법적 검토 결과 위법하지 않다”며 ‘강제’가 아닌 ‘권유’라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외식업중앙회의 ‘조직 활성화를 위한 1인 1당 갖기 운동 교육자료’ 문건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달 각 지회·지부에 담당직원명, 회원명, 회원 휴대전화번호, 회원별 정당 가입 인증 방법 등을 중앙회에 보고하라는 공지를 전달했다. 해당 문건에는 ‘9.30. 주간단위 보고 결과를 토대로 10.31. 1차 실적종합, 성과분석 후 필요시 부장·과장급 소집교육 등 1인 1당 갖기 운동 활성화 지속 추진’이라고 적혀 있다. 또 ‘월별 성과분석 통해 활동 우수 지회, 직원을 선발, 중앙회장 표창 수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외식업중앙회는 ‘1인 1당 갖기 운동’ 파워포인트 문서에서 정당 가입 인증 방식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부·지회에 점수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회원 구두확인은 0.5점, 직원 확인 1점, 사진 첨부 5점을 주겠다는 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진 첨부’는 회원들의 정당 가입을 인증하는 정당 발신 카카오톡 메시지나 당비 지불내역 등 증빙 자료가 될 만한 사진 제출을 의미한다.

지회장이나 지부장 등이 회원들과 1대 1로 접촉해 운동 취지를 설명하고 정당 가입을 유도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파워포인트 문서에는 ‘정치자금(후원금·기탁금·당비)은 10만원 이하 전액 세액공제’라며 ‘당비납부: 기존 협회비 납부, 정당비 납부로 인한 회원들의 손실금 없음을 고지’라고 기재돼 있다. 그러면서 정당 가입을 통해 외식업중앙회 요구 조건 수용자 중 당선 가능성 우세 후보를 지원해 각당 경선 등에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작성한 ‘1인 1당 갖기 운동’ 파워포인트 문서. 윤기은 기자

외식업중앙회의 이 같은 대대적인 당원 가입 운동은 정치세력화를 통해 단체에 유리한 정책이 관철되도록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기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이들은 내부 문건에서 ‘정치세력화를 통한 기대효과’로 외식업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제 혹은 자율제 신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식사비 한도액 기존 3만원에서 5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 외식업 간이과세자 범위 기존 연매출 8000만원에서 3억원 상향 등을 제시했다.

외식업중앙회는 이미 비슷한 정치세력화 과정에서 불거진 일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지난 4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회원들을 동원해 19~20대 국회의원들에게 편법으로 정치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외식업중앙회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당법 42조는 본인의 승낙 없이 정당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54조에는 이를 위반해 입당·탈당을 강요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외식업중앙회는 ‘1인 1당 갖기 운동’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파워포인트 문건에서 ‘회원들에게 정치 활동을 독려하면서 정당 가입은 권유하는 것 자체는 적법하고 이를 금지할 수 없는 것이지만 강제 내지 강요, 심리적 압박 등의 행위는 허용되지 않으므로 주의를 요한다’고 밝혔다. 단체 고위관계자는 “문건을 살펴봤을 때 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문건 내부 공유를 결제했다”고 말했다.

신동희 변호사는 “정당 가입을 독려하는 수준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가입을 인증하라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은 정당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정당 가입 강요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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