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전투가 전쟁 향방 가른다..우크라-러 대비

강영진 2022. 10. 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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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겨울 되면 이동과 은닉 힘들어 전선 고착 가능성
서방이 대거 방한용품 지원한 우크라군이 유리
침략자 러군, 예전과 달리 '동장군·'진흙장군' 힘 못써

[도네츠크=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모처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미국이 공급한 M777 경량 견인 곡사포를 러시아 진지를 향해 발포할 준비를 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2022.10.24.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겨울이 다가온다. 기온이 떨어지고 차가운 비가 쏟아지고 길과 들판이 진흙탕이 돼 사람과 장비의 이동이 어려워지는 때가 오는 것이다. 뒤이어 극심한 추위와 눈이 내리면 땅은 굳어지지만 전투를 벌이기가 힘들어진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기온이 떨어지고 낮시간이 짧아지면서 병사들의 건강과 사기가 약화하고, 무기의 위력이 줄어들고, 정보수집 센서가 무뎌 지고 보급에 어려움이 커지는데 대비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산하 국가전략연구소 미콜라 비엘리에스코우 연구원은 "겨울 전투는 매우 힘들다. 영하 15도가 되면 양측 모두 대규모 공격에 나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상황도 영향을 받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발전소와 열병합발전소를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전투 의지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또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조이면서 추워지면서 고통을 겪는 유권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를 요구할 것을 기대한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지상전 전문가 벤 배리는 날씨가 악화해 전쟁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면서 "양측이 계속 싸우려 들면 어쨌든 전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겨울 용품 지원을 호소해왔다. 미 국방부는 지난주 우크라이나에 수만개의 겨울용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불가리아 등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도 수천 품목을 지원했다.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는 주민들에게 "군인들을 따듯하게 하기 위한" 기부금을 모금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 뒤 "방한복, 겨울 동안 전투하는데 필요한 발전기, 텐트 등을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달 발령한 동원령으로 징집한 병사들을 훈련과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파병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훈련소를 둘러보면서 징집병들을 위한 방한 장비를 살폈으며 친 정부 블로거들은 이들을 위한 장비 지원 모금을 하고 있다.

서방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군 대비가 러시아군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은 느려질 수밖에 없으며 방어하는 러시아군이 더 유리한 입장이다.

동부 전선의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은 겨울이 되면 은닉이 어려워진다고 밝힌다. 동부 지역 전투는 대체로 포격전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발사한 뒤 재빨리 이동해 러시아군의 반격을 피하는데 눈이 오면 우크라이나군 차량 이동 자국을 러시아군 드론이 훨씬 잘 찾아낼 수 있다. 추위를 막기 위해 불이라도 피우면 잎이 모두 떨어진 숲 때문에 훨씬 잘 노출된다.

비엘리에스코우 연구원은 "봄, 여름처럼 전투할 순 없다. 숨기가 훨씬 어렵다. 새 전투 방법을 찾아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어로 "라스푸티차"라는 진흙탕이 11월과 12월에 이어진 뒤에는 땅이 얼어서 이동하기 쉬워지지만 날씨가 풀리면 다시 진흙탕이 된다. 이에 잘 대비하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러시아 속담에 "동장군"과 "진흙 장군" 덕분에 나폴레옹과 나치의 침략을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러시아가 침략자다. 소련이 1939-40년 핀란드를 침략했을 때 핀란드 사람들이 추위에 훨씬 더 잘 대비돼 있었다. 비록 핀란드가 항복했지만 당시 소련군은 핀란드군보다 사상자가 10배를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비엘리에스코우연구원은 1941년 모스크바 전투 때 11월 하순에 진흙이 얼어붙을 때 소련군이 독일군보다 훨씬 더 기민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국방군 드니프로-1 대대 지휘관 유리 베레자는 휘하의 1500 병사 모두가 여벌의 방한화와 담요를 갖췄다고 밝혔다. 그는 "겨울엔 무엇보다 신발과 양말이 젖지 않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부 슬로뱐스크 주변에 참호를 파고 주둔한 이 부대에는 화목과 야전 난로도 잔뜩 쟁여 놓고 있다.

2014년 이래 소련군과 전투를 벌여온 베레자 지휘관은 영하 20도 아래로 기온이 떨어지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그보다 따듯한 남부 지역이 다르다면서 겨울이 되면 양측 모두 어려워지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보다 훨씬 잘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우리 장비가 더 잘 작동하지만 장비가 고장 나지 않도록 더 많은 연료와 윤활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한 군사 블로거는 "곧 라스푸티차가 시작돼 서리가 내리면서 동절기 전투가 시작된다. 그러면 전선이 고착되고 참호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썼다.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반군 지휘관 알렉산드르 호다코프스키는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14일자에 "적들도 겨울이 온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이 따듯하고 건조한 시기에 돌파구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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