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로 해안 쓰레기 10년간 수거.. 멸종위기 뇌조 개체수 복원 앞장

박상현 기자 2022. 10. 25.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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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회 한일 국제환경상] 韓日 환경 지킴이 영광의 수상자들

올해 28회를 맞은 한일 국제환경상(The Asian Environmental Awards) 수상자로 지난 10년간 전국 해안가를 누비며 쓰레기 5236t을 수거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해온 조상희씨와 일본 멸종위기종인 ‘뇌조’ 개체 수 복원에 앞장선 비영리단체 ‘나카무라히토시(中村浩志)국제조류연구소’가 선정됐다. 지난 7일 열린 한국 측 본선 심사에는 김명자 심사위원장 등 심사위원이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수상자를 결정했다.

[한국 수상자] 조상희씨

잠수사로 37년, 사고로 오른손 잃고 봉사 시작

1만5000시간 들여서 1t트럭 5000대분 치워

바다를 사랑한 조상희(68)씨는 10년 전 사고로 손목이 절단되고 나서도 해안가를 떠나지 못했다. 부산 앞바다에서 출발해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 제주 전역을 차례로 돌며 주운 쓰레기가 5236t, 80㎏ 마대 6만5450개에 달한다. 누군가 해변에 남기고 간 맥주 캔, 과자 봉지, 폐비닐 따위로 뒤덮여 있던 모래사장은 그가 한번 지나가면 황금 빛깔을 되찾는다. 그는 오전 7시 숙소를 떠나 오후 2시까지 쓰레기 줍는 자원봉사 활동을 1년 내내 하고 있다.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인근 방조제에서 조상희씨가 해안 쓰레기 수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 9월부터 인천공항 인근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그는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 깨끗한 첫인상을 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련성 기자

조씨는 1975년 해군에 입대해 3년간 해군특수전전단(UDT)에서 수중파괴요원으로 복무했다. 전역 후에도 방파제, 방조제, 부두를 만드는 수중공사(水中工事) 회사에 취업해 물 곁을 떠나지 않았다. 민간 잠수사로도 활동하며 천안함 피격 사건 때 인명 구조와 함수 인양 작업에 참여했다.

그렇게 군과 민간에서 37년간 잠수사로 살아온 그의 인생에 커다란 시련이 닥친 것은 2012년이었다. 그해 7월 경남 통영 수중터널공사 현장에서 물 밑에 있는 진흙·모래를 퍼올리는 ‘샌드 펌프’(sand pump)에 오른손이 빨려 들어간 것이다.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로 그는 오른손을 잃었다. “수많은 험지를 다녀도 늘 심지는 굳건했지만, 손을 잃은 순간만큼은 단단했던 마음도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바다를 떠나 살 수 없는 ‘바다 사나이’였다. 남은 한 손으로 평생 봉사하며 살자고 다짐하고 다시 일어섰다.”

사고 3개월 후부터 그는 전국 해안가를 돌며 쓰레기 줍는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출발지인 부산에서 80㎏짜리 마대 1만5910개를 쓰레기로 채웠다. 이후 동해안에서 2085개, 서해안 5615개, 남해안 1964개, 제주 전역에선 3만8060개 마대를 쓰레기로 채웠다. 손이 불편하거나 일손이 부족할 때면 이따금 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할 때도 있었다. “얼마나 받고 이런 일 하느냐며 사람들이 비아냥하고 업신여길 때, 쓰레기를 모아 가져가면 ‘이 많은 쓰레기를 어쩌란 거냐’며 공무원이 역정 낼 때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그래도 옳은 일이라 생각해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10년 동안 1t 트럭 5000대가 넘는 쓰레기를 치운 그는 지난 8월까지 1만5000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을 채웠다. 작년 3월에는 환경 개선 자원봉사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는 등 현재까지 30여 차례 상을 받았다.

“중국 명언에 ‘평생 즐겁게 살려면 남을 위해 봉사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다의 사나이’로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평생 봉사 활동을 삶의 낙(樂)으로 삼으며 노년의 건강과 행복을 찾아갈 겁니다.”

[수상 소감]

조상희 “봉사로 세상도 인생도 더 빛나게 만들 것”

해수(海水) 온도가 아무리 낮아도 바다란 존재가 늘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잠수부로 살아온 37년을 물 안에서 보냈다면, 사고로 오른 손목을 잃은 2012년부터 10년간은 뭍에서 쓰레기 주우며 매일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매일 오전 7시 바다로 나와 오후 2시까지 쓰레기를 줍고 숙소로 돌아가는 삶을 365일 반복해도 깨끗해진 바다의 풍경은 늘 새롭습니다. ‘바다 사나이’로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결국 바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9월 말부턴 인천에 머물고 있습니다. 7년 전 지인이 “비행기 착륙 때 인천공항 인근 방파제에 보이는 쓰레기를 치워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인천을 찾아 낚시꾼이 버린 장비들, 만조(滿潮) 때 떠밀려온 바다 쓰레기를 줍습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을 때 깨끗한 첫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요. 하나뿐인 딸이 “봉사 활동하며 아빠의 인생을 스스로 더 값지게 만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로 세상도, 인생도 더 빛나게 만들겠습니다.

[일본 수상자] 나카무라히로시 조류연구소

인공사육 뇌조 등 야생에 풀어 번식시켜

장마철 새끼 보호 위해 야외 새장 고안

“어린 뇌조(雷鳥)가 순조롭게 자라고 있네요.”

완연한 가을로 바뀐 9월 하순. 일본 기소산맥 정상인 고마가다케(해발 2956m)에서 연구를 진행 중인 나카무라 히로시(75·中村浩志)씨는 새끼 뇌조의 움직임을 포착한 후 흐뭇해했다.

일본 천연기념물인 뇌조는 환경성이 멸종 위험 최고 단계인 ‘레드 리스트’에 포함한 희귀종이다. 나카무라씨가 찾은 고마가다케 일대는 50년 전부터 서식이 확인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2018년 암컷 한 마리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서식지 부활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정부 사업이긴 하나, 나카무라씨는 신슈대(信州大) 교수 시절부터 자기 이름을 딴 나카무라히로시조류연구소의 대표를 맡은 현재까지 현장 지휘를 맡고 있다.

지난달 22일 오전 일본 나가노현 중앙알프스 정상인 고마가다케에서 나카무라 히로시씨가 개체 식별용 발찌를 채우기 위해 뇌조 한 마리를 안고 있다. 그는 인공사육한 뇌조를 이곳에 풀어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와타나베료 마이니치신문 기자

연구소는 2019년부터 성조(成鳥)와 새끼를 서식지에서 이송해 번식시켜 왔다. 지난 8월에는 처음으로 동물원에서 번식시킨 새끼를 방사했다. 지난 9월 중순 조사에선 방사한 새끼 16마리 중 7마리가 무사히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는 험난한 과정을 거친다. 나카무라씨가 직접 암벽을 걷고, 무성한 잣나무 속 등을 뒤지며 확인해야 한다. 뇌조는 천적인 맹금류를 피하기 위해 이른 아침과 저녁, 그리고 비가 올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조사를 한 지난달 22일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악천후였지만, 이른 아침부터 개체 식별을 위한 발찌를 붙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나카무라씨는 “방사한 새끼는 내년 봄에 번식해 개체 수가 늘어날 것”이라며 “번식지 부활을 향한 커다란 첫걸음”이라고 했다.

뇌조는 약 2만년 전 빙하기 때 일본 열도와 연결됐던 대륙에서 일본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온난화가 진행된 바다에서 멀고 추운 고산 지대로 이동해 독자적 진화를 했다. 서식 개체 수는 1980년대 초 3000마리 안팎이었으나 온난화 등 여파로 2000년대에는 2000마리 이하로 30% 이상이 사라졌다. 일본 환경성은 가까운 장래에 뇌조가 야생에서 멸종할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나카무라씨는 뇌조 개체 수 감소를 막기 위해 새끼의 사망률이 높은 장마철에 야외 새장을 설치해 보호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온난화로 뇌조의 먹이가 되는 고산 식물이 감소함에 따라 고산 식물 보전 필요성도 정부에 호소했다. 교수 퇴임 후 설립한 연구소에선 환경성 위탁을 받아 뇌조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중 대부분을 연구원들과 산에 오르며 보낸다. 연구소 예산으로 뇌조를 디자인한 수건이나 친환경 가방을 만들어 산장에서 등산객들에게 파는 사업도 하고 있다.

“기적적으로 일본에서 살아남은 뇌조는 산의 풍요를 상징합니다. 야생에서 멸종한 따오기나 황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언제나 조치를 해야만 합니다.”

[수상 소감]

나카무라 히로시 “20년 이상 뇌조 보호활동에 종사”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새 연구를 시작해 신슈대학 퇴직 후 명예교수가 된 현재까지 50년 이상 다양한 새의 생태 연구를 해왔습니다.

일본에 서식하는 뇌조는 대륙과 일본 열도가 연결됐던 최종 빙하기에 빙하의 후퇴와 함께 고산으로 이동해 최남단 땅에서 오늘까지 살아온 귀중한 새입니다. 일본의 국가 특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연구 결과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생식 환경이 축소되며 이대로는 일본의 뇌조가 멸종할 위기임을 깨달은 저는 20년 이상 뇌조 보호 활동에도 종사하게 됐습니다.

현재 서식이 끊긴 일본 중앙알프스에서 뇌조를 부활시키는 사업을 환경성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뇌조가 살 만한 땅을 뜻하는 ‘세력권’이 2015년 9곳이다가 2016년 12곳, 2017년 16곳, 2018년에는 23곳으로 점차 증가했습니다. 관심만 쏟는다면 뇌조가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낼 수 있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일본의 뇌조 보호 활동을 한층 더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

[한국 측 심사위원]

김명자 심사위원장

▲김명자(金明子) 심사위원장, 서울국제포럼 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명예회장, 전 환경부 장관

▲문길주(文吉周) 고려대학교 석좌교수, 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최재천(崔在天)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 공동위원장, 전 국립생태원 원장

▲황진택(黃鎭澤) 제주대학교 교수,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이병욱(李炳旭) 전 세종대학교 교수, 전 환경부 차관

▲홍준호(洪準浩) 조선일보 발행인

[일본 측 심사위원]

마에다 히로토모 심사위원장

▲마에다 히로토모(前田浩智) 심사위원장, 마이니치신문 주필

▲이마이 미치코(今井通子) 전 중앙환경심의회 위원, 의사, 등산가

▲오쿠보 나오다케(大久保尙武) 일본경단련자연보호협의회 특별고문

▲가토 사부로(加藤三郞) 환경문명21 고문

▲구라바야시 마사토(倉林眞砂斗) 조사이 국제대학 부학장

▲하라 쓰요시(原剛) 와세다대학 명예교수, 마이니치신문 객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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