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과 같은 방식으로.. 2조짜리 '안양판 판교 테크노밸리' 추진

이세영 기자 2022. 10. 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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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일당이 노렸던 안양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

대장동 개발 민간 사업자인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불법 대선 자금 8억4700만원을 주면서 부탁한 사업은 경기 안양시에서 추진 중인 ‘군(軍) 탄약고 이전(移轉)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 일대 육군 50탄약대대 탄약 시설 부지 280만㎡와 주변 사유지 32만㎡를 합쳐 군 부대 대체 시설과 스마트 복합 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1단계로 군 탄약고가 이전하면 2단계로 그 부지에 정보 통신(IT), 연구·개발(R&D) 관련 시설과 주거 단지 등을 만든다는 게 안양시의 구상이다.

총사업비는 약 2조원에 달하며, 2027년까지 부지 조성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이 계획된 박달동 일대는 KTX 광명역과 직선으로 1~2km, 김포국제공항과 18.6km 거리에 있는 교통 요지다.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은 장기적으로 4만2000명을 위한 일자리 창출, 7조9000억원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안양시는 전망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으로 불린다. IT업계 관계자는 “성남시에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수준의 복합 단지가 안양시에 만들어지는 셈”이라며 “군 탄약고가 빠져나간 부지에 대한 개발 사업권을 따는 업체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재임 중 사업 인허가 관련 의혹

이 사업은 작년 9월 안양도시공사가 민간 사업자 공모 절차를 갑자기 취소하면서 의혹의 대상이 됐다. 당시는 대장동 특혜 비리가 언론에 본격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을 위해 설립했던 ‘천화동인 4호’에서 회사 이름만 바꾼 ‘엔에스제이홀딩스’라는 업체를 통해 그해 8월 이 사업에 참여 의향서를 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당초 안양시는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밀어붙이더니 대장동 관련 의혹이 나오자 불쑥 사업을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에 당선될 당시 공약집과 지난 대선 공약집에 모두 포함돼 있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개발 사업에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장동이나 위례 신도시 사업과 비슷하다.

남 변호사는 작년 4~8월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불법 대선 자금’ 8억여 원을 건네면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양 군 탄약고를 이전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은 남 변호사의 청탁을 들어주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 소유 업체가 박달 스마트밸리 민간 사업자 공모에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것은 작년 8월이었다. 불법 대선 자금 제공이 끝나가는 시기와 겹친다. 남 변호사의 회사는 의향서를 낸 업체들 중에서 가장 먼저 부지 내 현황 자료를 열람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이 터지고 안양시가 민간 사업자 공모를 취소하면서 남 변호사 업체의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 참여는 무산됐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은 군 탄약고 이전이 먼저 확정돼야 다음 단계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구조”라며 “군 탄약고 이전은 국방부 협의·승인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해결되기 힘들고 중앙정부가 나서야 풀릴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은 지역 정치권 사이 공방과 각종 소송전 등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안양도시공사는 작년 9월 민간 사업자 공모를 취소한 후 그해 10월 재공모에 나섰다. 그리고 그해 12월 사업 계획서를 제출한 민간 사업자 4곳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심사를 진행했는데, 올해 1월 심사 절차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며 재심사 결정을 내렸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민간 사업자 4곳 중 한 컨소시엄도 반발해 안양도시공사를 상대로 법원에 입찰 절차 속행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2월 컨소시엄 측 손을 들어줬다. 이후 업체 측과 안양도시공사 간 이의신청, 항고 등이 이어지면서 최근까지 법정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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