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깜깜이 인테리어' 해답될까..한샘 新직종 'PM' 동행해보니

신윤하 기자 2022. 10. 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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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공정 책임지는 현장관리자..'마이너스 옵션'도 한달이면 시공 끝
늘어지는 일정·속터지는 AS 막을까.."소비자·작업자 만족도 ↑"
19일 경기 하남시 인테리어 현장을 점검하는 한샘 PM의 모습.(한샘 제공)

(하남=뉴스1) 신윤하 기자 = "화장실에 변기도 없고 방에 문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시공을 시작합니다. PM은 고객님이 문의한 디자인의 집이 완성될 때까지 시공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달 19일 오후 찾은 경기 하남시 A아파트에서는 인테리어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공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주방 중앙에는 한샘 작업복을 입은 직원 한 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용현 한샘 PM은 주방, 거실, 방을 오가며 공사 현장을 감독했다.

PM(Package Manager)은 한샘이 새롭게 만든 시공품질관리 직무다. 쉽게 말해 인테리어 현장 관리자다.

PM은 국가공인자격을 보유한 전문성있는 전문가다. 실측·견적, 공정 관리, 시공감리, AS 등 인테리어 전 과정을 총괄한다. 주택·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안전하게 끝날 수 있도록 관리하는 현장 관리자 직무를 인테리어 현장에 적용했다.

19일 경기 하남시 인테리어 현장서 부엌 시공 중인 한샘 시공 협력기사의 모습.(한샘 제공(

조용현 PM은 끊임없이 현장을 둘러보며 시공 마감과 갖추지 못한(미비) 자재 입고 상황을 체크했다.

체크리스트에는 '입구방 에어컨 커버 마감 체크', '빨래건조대 시공', '미비 자재-2구 스위치 2ea 추가 입고 체크' 등이 적혀 있었다.

조 PM은 "현재 8개 현장을 관리하고 있는데 저녁에 다음날 현장에서 체크해야 할 부분은 뭔지 특이사항은 있었는지 미리 정리해서 아침에 출력해 온다"고 말했다.

한샘은 PM을 건설사와 리모델링 현장 관리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있다. 조용현 PM도 인테리어 업체 현장소장으로 9년 간 근무한 인테리어 베테랑이다. 현장의 문제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해 한샘 PM 100명 중 최우수 PM으로 꼽힌 바 있다. 실내건축 기능사, 도장 기능사 등 6개 자격증도 소유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이전에는 인테리어 직군이 소위 막노동으로 인식됐지만, 인테리어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기술직으로서 일하고자 하는 젊은 인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게 PM이라는 전문 기술직을 적극 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9월 19일 시공 시작 전 마이너스 옵션 아파트의 모습.(한샘 제공)

◇'마이너스 옵션'이 한달만에 '올수리 인테리어'로…늘어지는 일정 막는다

이날 현장에서는 마이너스 옵션(제외선택권)의 신축 아파트에 대한 전체 인테리어가 이뤄지고 있었다.

마이너스 옵션은 사업시행자가 신축 아파트의 골조 공사와 미장 마감공사까지만 실시하고 실내 인테리어 등은 입주자가 직접 선택해 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시설을 철거할 필요가 없어 입주자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현장을 지키고 있던 양초은 한샘 디자이너는 인테리어 전 집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콘크리트 바닥에 화장실 공간만 비워져 있을 뿐 방문도, 변기도, 심지어 방이 있어야 할 곳에 벽도 세워지지 않았다.

지난달 19일부터 시공이 시작돼 현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뚫려있던 공간에는 벽이 세워지면서 방이 생겼고, 화장실은 한샘 바스로 채워졌다. 도배는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맞췄다. 조 PM은 "최대 24일 이내 공정을 마무리하는 게 원칙이고 견적 금액이 큰 경우에도 30~35일 안에 시공을 마치려 한다"고 말했다.

9월 19일 시공 시작 전 마이너스 옵션 아파트 욕실의 모습.(한샘 제공)

통상적으로 PM의 업무과정은 '실측 ·견적→공사→공사관리→현장완료' 순으로 이뤄진다. 우선 시공 전 현장을 방문해 실측 후 담당 디자이너, 현장 소장과 함께 공사 견적을 산출한다. 견적이 나온 후 시공 중에는 체계적인 공정 스케줄 관리로 정해진 기간에 지연 없이 공사가 끝나도록 지시·감독한다.

조 PM은 "21일 고객님께 인테리어가 끝난 집을 인계하기 전 공사 막바지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후 2시30분쯤 현장소장이 현장을 방문하자 디자이너, PM, 현장소장의 회의가 진행됐다. PM이 오전에 발견한 시공 문제 사항들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PM은 현관, 거실, 주방, 방, 화장실을 오고가며 디자이너, 현장소장과 함께 보완해야 할 점들을 점검했다.

19일 경기 하남시 인테리어 현장에서 부엌 벽장을 조립 중인 한샘 시공 협력기사의 모습.(한샘 제공)

◇"속터지는 AS에 PM 찾는다"…책임 떠넘기는 인테리어 '그만'

조 PM은 "현장의 디자이너와 소통하면서 소비자가 의뢰한 디자인을 구현하고, 각 공정의 작업자들을 책임·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시공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며 "시공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PM이 현장에서 관리·처리할 수 있으니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보통 인테리어 하자는 입주자가 집에서 생활하면서 차차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는 공정 별로 소속이 다른 시공업자가 시공을 진행해 하자가 발생하면 책임소재가 모호하다. 철거, 설비, 목공, 필름, 도배, 도장, 타일, 부엌 및 붙박이장 설치 등 공정이 복잡한만큼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 쉽다.

한샘은 전 공정을 책임지는 PM을 통해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2020년 약 34명이었던 PM은 전국적으로 100명으로 늘었다. 한샘은 전공정 직시공, 다중감리, 1년 무상 AS 등의 내용을 포함한 '무한책임 리모델링' 시스템을 이달 도입했다.

마이너스 옵션 신축 아파트와 리모델링 현장에서 적용되는 시스템이다. 인테리어를 바꾸는 경우는 리모델링 현장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시스템 명칭을 '무한책임 리모델링'으로 달았다.

19일 경기 하남시 인테리어 현장에서 벽지 시공 품질을 점검하는 한샘 PM의 모습.(한샘 제공)

인테리어 현장을 둘러보고나서 취재진은 '공정이 이렇게 복잡한데 어떻게 PM 한 사람이 책임질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사실 전 공정의 제품이 한 기업의 제품이 아니고, 시공 작업자 소속이 다 다르면 PM이 현장에서 지시를 내릴 수가 없다"며 "시공 인력과 제품이 모두 한샘이므로 가능한 '무한책임'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을 둘러보던 디자이너는 요즘 PM을 가장 많이 찾는 이들은 임대인이라고 귀띔했다. 양초은 한샘 디자이너는 "임대인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데 임차인이 AS를 의뢰하는 경우, 해당 집을 찾아가는 일이 임대인에게는 번거롭다"며 "아예 인테리어를 한샘에 맡긴 뒤, 하자가 생기면 임차인에게 한샘 PM에 연락하라고 하는 임대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PM이 전 공정을 책임진다는 입소문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PM으로 인해 시공이 원활해져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양초은 한샘 디자이너는 "고객과 만나 인테리어 디자인을 상담하는 사람은 디자이너인데, 실제로 디자인을 구현하는 사람은 시공 작업자"라며 "양측이 인테리어와 관련해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는데 PM이 이를 조율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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