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그 세무사는 왜 양도세를 포기했나
복잡한 세금에 세무사 기피, 납세자 수수료 부담은 커져
"양도소득세 상담은 받지 않습니다"
서울의 한 세무사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양도소득세 상담을 받지 않겠다는 공지가 떠 있다. 자신은 부가가치세 전문이니 양도소득세는 더 잘하는 세무사에게 찾아가라는 친절한 안내까지 덧붙였다.
한동안 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렸던 이른바 '양포세무사'다. 양포세무사는 국가전문자격사인 세무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할법한 호칭이다. 하지만 그만큼 양도세가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이라는 것에 국민적인 이견이 없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 보면 포기했다기 보다는 버린 것에 가까워 보인다.
양도세 관련 세법이 너무 자주 바뀌고 복잡하다보니 세무사 입장에서는 받는 수수료와 투입하는 시간 대비 채산성이 떨어졌고, 그러면서 양도세를 아예 상담영역에서 배제해 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너무 자주, 복잡하게 바뀌는 양도세 규정들 때문에 주택 보유현황에 따라 세무대리인이 검토해야할 것이 너무 많아졌다. 자칫 날짜 하나를 잘 못 봐서 수억원의 세금이 추징될 수도 있는 환경이다.
절세상담을 하고, 세금신고까지 대신 해줬는데 결과가 잘못된다면 세무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 거액의 가산세를 대신 물기도 하고, 고객도 잃는다.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법인세 등 양도세 외에도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세무사 입장에서는 양도세는 기피해도 되는 영역으로 구분된다.
물론 양도세를 포기하는 세무사들이 늘면서 양도세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세무사도 늘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을 파헤치고 연구해서 양도분야를 자신만의 영역으로 구축한 세무사들이다.
문제는 수수료다. 복잡하고 어려워진 세금문제를 풀어내는 만큼 일반 상담이나 세무대리에 비해 수수료가 더욱 비싸졌다.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기본으로 요구하는 세무사무소도 있고, 거래금액에 따라 1~3% 수준의 초과수수료가 청구되기도 한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세금이 오가기에 비싼 수수료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세금에 수수료까지 부담은 갑절로 늘었다. 모두 세금이 복잡하고 어려워지면서 생긴 나비효과다.
집값 변동만큼 자주 바뀐 양도세제
주택 양도소득세는 살 때와 팔 때의 가격차이를 소득으로 보고 부과하는 세금이다.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정책수단으로 많이 활용됐다.
양도세는 1975년 부동산투기억제세(1967년 도입)를 흡수통합하면서 투기억제 기능을 처음 장착했다. 1970년대 초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부동산경기가 과열되거나 그 반대의 상황이 되면 어김없이 개정과 뒤집기를 거듭했다.
부동산 과열시기에는 세율을 올리고 공제를 줄였고, 시장이 식거나 얼어붙으면 세율을 낮추고, 공제를 늘리는식으로 변화가 잦았다.
1980년대 후반 집값이 뛰면서 1988년 누진세율체계를 처음으로 도입했고, 단기매매에는 별도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또 2000년대 초반에는 보유세인 종부세제 도입과 함께, 양도세에서도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체계가 도입됐다.
2017년~2020년 서울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하자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추가과세로 다주택중과를 되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양도세제 개편이 실제 부동산 가격안정을 이끌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IMF와 서브프라임모지기 사태 등 거시적인 경제위기를 겪어야만 집값은 겨우 내리막을 걸었다.
역으로 집값이 떨어졌을 때 양도세 규제를 풀어준 덕분에 다시 거래가 활성화된 것도 아니었다.
2000년대 초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후 2004년에 다주택중과세율이 도입됐지만, 집값 상승폭은 오히려 2003년부터 꺾였고, 제도 도입 이후인 2005년부터는 다시 상승해 2006년 정점을 찍었다.
2018년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중과가 도입됐고, 2021년에 그 중과세율도 인상됐지만, 집값은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양도세 정책 취지와 시장의 변화가 전혀 연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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