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끓여먹는 김치..'게내장 깊은 맛' '게살 감칠맛' 폭발

서지민 2022. 10. 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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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집집이 김장할 때 '이걸' 만들어 두고 겨우내 꺼내 먹어요. 쿰쿰하고 짭조름한 맛이 머릿속에 자꾸 맴돌아서 쉽게 잊히지 않아요."

"이곳 사람들은 우럭젓국을 오래 푹 끓여 먹어요. 이미 완성된 젓국을 15분 정도 더 팔팔 끓이다보면 우럭포가 충분히 우러나면서 노란 빛깔이 나는데 이때 나는 향이 별미예요. 태안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게국지·우럭젓국 맛보러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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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밥상] (17) 충남 태안 ‘게국지’
게장 빻아 배추에 섞어서 숙성
최소 한달 삭혀…호불호 갈려
요즘엔 그날그날 버무려 요리
꽃게 통으로 넣고 해산물 추가
우럭포 활용 ‘우럭젓국’도 별미
 

충남 태안 향토음식 ‘게국지’. 곰삭은 게장을 배추와 버무려 끓인다. 태안=김병진 기자


“이곳에선 집집이 김장할 때 ‘이걸’ 만들어 두고 겨우내 꺼내 먹어요. 쿰쿰하고 짭조름한 맛이 머릿속에 자꾸 맴돌아서 쉽게 잊히지 않아요.”

‘끓여 먹는 김치’ 게국지 얘기다. 충남 태안을 비롯해 서산·당진 등 서해 태안반도 인근에서 먹는 향토음식이다. 만드는 법도 우리가 아는 김치와는 조금 다르다. 곰삭은 게장을 잘게 빻아서 배추에 버무려 한달 넘게 숙성시켜 만든다. 먹고 싶을 때마다 한 국자씩 퍼내서 끓여 먹기 때문에 얼핏 보면 김치찌개 같기도 하다. 취향에 따라 얼큰하게 고춧가루를 넣어 먹거나 애호박·무 등 각종 채소를 더해 먹어도 좋다.

“서해안지역엔 갯벌이 넓어서 게가 가장 흔한 식재료예요. 태안 사람들은 칠게·붉은발농게·돌게 등 다양한 게를 잡자마자 간장을 넣고 간장게장을 만들어요. 이걸 거의 다 먹어갈 때 즈음 김장철이 다가오는데, 이때 게국지를 만들어 겨울을 나는 거죠.” 23년째 태안읍 동문리에서 게국지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덕수식당’ 주인 문영숙씨(60)의 설명이다.

문씨에 따르면 요즘 식당에서 파는 것은 처음 맛보는 사람도 쉽게 먹도록 약간 변형한 형태다. 원래 게국지는 최소 한달, 길게는 2∼3년 삭혀서 끓여 먹는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해서 요즘은 게장과 배추를 그날그날 버무려 끓여 내놓는 방식이다. 또 빻은 게를 내놓기보다는 게 형태가 보이게 통으로 넣어 끓이고, 새우·조개 등 다른 해산물을 추가해 해물탕처럼 먹기도 한다.

태안지역 소울푸드인 게국지를 직접 먹어보려고 문씨 가게를 찾았다. 주문을 하자 꽃게 3∼4마리가 한가득 들어간 냄비가 나온다. 문씨는 가스불 위에 냄비를 올리며 “끓일수록 게 내장이 우러나니 좀 기다리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귀띔한다.

팔팔 끓는 게국지를 한숟갈 떠먹었다. 국물에서 짙은 바다향이 난다. 시원한 국물이 꽃게탕과 비슷한 듯하다가도 살이 통통하게 차 있는 꽃게를 한입 베어 물면 게장의 감칠맛이 혀끝에 맴돌아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된다.

“10년 전쯤 게국지가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나와서 전국적으로 알려졌어요. 그전엔 태안 사람 말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요즘은 1년에 한두번씩 게국지가 생각난다고 찾아오는 단골도 생겼어요.”

우럭젓국


이곳 주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또 있으니 다름 아닌 ‘우럭젓국’이다. 충남지역에선 보통 제사상에 우럭포를 올리곤 하는데, 우럭젓국은 제사가 끝난 후 우럭포를 활용해 만든 음식이다. 우럭포를 큼직하게 3∼4등분 하고 두부·무와 함께 쌀뜨물에 넣어 끓인다.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면 완성이다. 간간하게 간이 밴 두부도 맛있지만 속을 풀어주는 국물이 우럭젓국의 별미다. 덕수식당에서도 우럭젓국을 만날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우럭젓국을 오래 푹 끓여 먹어요. 이미 완성된 젓국을 15분 정도 더 팔팔 끓이다보면 우럭포가 충분히 우러나면서 노란 빛깔이 나는데 이때 나는 향이 별미예요. 태안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게국지·우럭젓국 맛보러 놀러오세요.”

태안=서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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