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드문 공포 독립영화 '미혹'.."슬픈 정서와 결핍 표현"

라제기 2022. 10. 1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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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개봉하는 '미혹'은 공포영화다.

김 감독은 "공포와 스릴러 장르를 많이 좋아해서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먼저 하고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포영화는 슬픈 정서나 결핍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놓고 표현해도 세련돼 보이는 장점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불이 사람의 고통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어 공포영화랑 어울리지만, 물이 사람을 덮쳐 가라앉혔을 때 만들어내는 정서가 은근히 더 공포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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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미혹'의 김진영 감독
김진영 감독은 “스릴러, 공포, 판타지 장르를 선호한다”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영화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류효진 기자

19일 개봉하는 ‘미혹’은 공포영화다. 셋째 아이를 사고로 잃은 현우(박효주)와 석호(김민재) 부부가 아이 이삭을 입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이삭은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본다. 이삭이 집에 들어온 후 현우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가 공포를 자아낸다. 독립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공포영화로 종교에 대한 맹신과 가부장제의 억압을 교차시키는 점이 인상적이다. ‘미혹’의 김진영(41) 감독을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미혹’은 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14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CJ ENM 산학협력 작업 일환으로 잉태됐다. 육아 스트레스, 아이들 간의 시기 등이 빚어낼 수 있는 공포를 소재로 삼았으나 “너무 세다”는 말을 들으며 제작이 지연됐다. 2020년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을 받으며 제작이 본격화됐고 구상한 지 8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김 감독은 “공포와 스릴러 장르를 많이 좋아해서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먼저 하고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포영화는 슬픈 정서나 결핍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놓고 표현해도 세련돼 보이는 장점이 있다”고도 했다.

영화 '미혹'은 아이를 입양한 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통해 공포를 자아낸다. 엔케이콘텐츠 제공

‘미혹’에서 종교는 중요한 소재다. 목사인 석호는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듯하나 광신도 못지않게 종교에 대한 강박이 있다. 이삭의 입양을 종교적 의무로 여기면서 아내 현우의 정신적 고통은 외면한다. 자녀의 악행을 의심하는 현우에게 구마 의식을 시도하기도 한다. “구마사제 한 분이 아픈 상처나 나쁜 기억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그걸 마귀로 정의할 수 있다고 한 점”을 착안해 영화에 반영했다. 김 감독은 “절대적인 믿음이 있기 힘든 시대, 사람들이 여전히 용서와 구원을 언급하며 왜 눈물을 흘릴까라는 궁금증이 있었고 이를 영화에 반영해 보려 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저수지와 안개를 화면에 종종 등장시키며 공포와 미스터리 분위기를 조성한다. 김 감독은 “바다나 호수와 달리 음산한 느낌을 주는 저수지를 주요 공간으로 활용했다”며 “가족들이 처한 알 수 없는 상황을 안개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이 사람의 고통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어 공포영화랑 어울리지만, 물이 사람을 덮쳐 가라앉혔을 때 만들어내는 정서가 은근히 더 공포스럽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2018년 소설가로 먼저 데뷔했다. 스릴러 소설 ‘마당이 있는 집’을 통해서다. 시나리오로 구상했던 이야기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소설을 쓰게 됐다. 유명 출판사 문학동네의 미스터리 장르 소설 전문 브랜드 엘릭시르가 출간했다. 이사 간 단독주택 마당에서 시체 냄새를 맡게 되는 여성을 중심으로 내세운 소설이었다. ‘마당이 있는 집’은 11쇄까지 찍었고, 동명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정지현 PD가 연출하고, 배우 김태희와 임지연이 출연자로 거론되고 있다.

김 감독은 “소설가를 한 번도 꿈꾼 적은 없다”면서 “소설은 쓰고선 바로 작품으로 인정받는 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는 아무리 많이 써도 영화화가 되지 않는 한 이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 감독은 엘릭시르와 또 다른 소설을 출간하기로 계약을 한 상황이다. 그는 “범죄 스릴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소설을 쓰면서 힘이 들었는데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영화 촬영 일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정작 영화를 다 마치고 나니 힘들어서 소설을 다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와 소설을 병행하면 제가 좀 더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것 같아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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