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英총리 트러스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갔다"

김상윤 2022. 10. 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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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저지른 것에 대해 사과"
"정책 바꾸지 않으면 무책임한 것"
사퇴요구 선그어 "다음 총선 이끌 것"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갔다(We went too far and too fast.)”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결국 고개를 떨궜다.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금융시장 혼란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다음 총선까지 당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리더십에 흠집이 크게 난 상황에서 트러스의 사퇴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지난 14일(현지시간)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17일(현지시간) 트러스 총리는 영국 BBC와 인터뷰를 통해 “책임을 통감하고 실수를 저지른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며 “감세를 통해 국민을 돕고자 했지만, 우리는 (감세를 통한 성장 정책을)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갔다”고 밝혔다.

BBC인터뷰는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부 장관이 ‘트러스표’ 감세안을 전면 폐기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직후 나왔다. 헌트 장관은 최저 소득세율을 20%에서 19%로 낮추는 시기를 1년 앞당기려던 것을 취소하고, 보편적 에너지 요금 지원을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내년 4월부터는 취약계층 위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배당세율 인하, 관광객 면세 등도 뒤집었다. 지난달 발표한 450억파운드(약 69조원) 규모의 감세안 중 취소된 부분이 320억파운드에 달한다.

트러스 총리는 정책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헌트 장관을 임명했다고 강조했다. 헌트 신임 재무장관은 지난 보수당 당 대표 선거에서 트러스 총리의 경쟁자인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을 지지했던 인사다. 그는 “우리가 정책을 바꾼 것은 옳았다”면서 “나의 방식으로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속했다면 완전히 무책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러스 총리는 고조되고 있는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이 나라를 봉사하기 위해 선출됐기 때문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다음 총선에서 보수당을 이끌겠다”고 말하며 사퇴는 거부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보수당 내부의 논쟁이 아닌 눈앞에 놓인 현안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우리는 지금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러스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의 ‘감세를 통한 성장’ 정책이 사실상 전면 폐기된 상황에서 그가 자리를 지킬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영국 언론들은 헌트 장관이 사실상 총리처럼 보이는 상황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은 트러스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의원들이 이번 주 트러스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수당 소속 하원 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에게 100명이 넘는 보수당 하원의원이 트러스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하려 한다고 전했다. 현재 보수당은 당 대표 취임 후 1년까지 불신임 투표는 면제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불신임 투표를 제안할 수 있도록 당규를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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