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멈추니 벌어진 일들.. 130개 넘는 계열사 생활 곳곳 영향 [뉴스+]
모임·업무 등 차질.. 화재로 콜택시 못 부르고, 이체 불편
올 상반기 기준 계열사 130개 넘어.. "100개 이하 조정"
정치권 "김범수 의장 국회 소환"..정부도 우려 목소리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으로 대한민국의 일상생활이 부분 중단되거나 영향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사실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 국민이 이용하는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 중단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카카오톡 월간 순이용자(MAU)는 4703만5000명에 이른다. 국민 대부분이 최소 한 달에 한번은 카카오톡을 쓴다는 뜻이다.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자 중요한 문자를 놓치거나, 전화 통화로 문자가 잘 갔는지 확인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주말이긴 했지만, 카카오톡으로 업무지시 등을 하는 일부 기업은 소통에 차질이 불가피했다. 데이트 약속을 잡으려는 ‘연인’과 만남을 위해 단체 대화방을 이용하던 ‘친구들’은 우왕좌왕해야 했다. 왜 카카오톡이 안되는지, 언제부터 되는지 묻는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줄을 이었고, 화재 소식도 빠르게 입소문과 뉴스를 탔다.
카카오톡뿐만이 아니다. 그간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고, 관련 서비스들 역시 이번 화재에 작동 중단이나 지연 등 이상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전날 밤 카카오 교통 관련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내비게이션, 카카오T 택시기사 앱, 카카오T 대리기사 앱 등도 이용할 수 없었다. 이런 여파로 오히려 홍대에서 주말에 택시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는 게시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간 카카오 택시 앱 호출, 그중에서도 주말이나 늦은 밤의 경우 추가 요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택시 잡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카카오가 콜택시 시장을 주도해온 영향이다.
물론 축의금 등은 다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지만, 혼주 등에게 다시 계좌 번호를 물어보는 수고를 더해야 한다. 그간 카카오 서비스의 편리함에 익숙해졌던 사용자들에게는 번거로운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 계정과 연동된 음원서비스인 멜론,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서비스도 멈췄다. 멜론은 MAU가 70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의 음원서비스다. 이벤트 등을 수행하지 못한 게임 사용자들은 이미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포털서비스인 다음은 이날 오후까지도 검색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카카오가 제공하는 대여 킥보드, 자전거 서비스도 영향을 받았다. 관련 기기를 빌리지 못하거나, 빌렸다가 서버 먹통으로 이를 반납하지 못해 요금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는 등의 웃지 못할 소식도 전해졌다.
카카오뱅크의 경우에는 화재 초기 일부 서비스가 영향을 받았으나, 다행히 메인 서버가 다른 곳에 있어, 핵심 서비스에는 큰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단일 기업 화재와 관련해 국민의 불편에 대해 걱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카카오는 일개 기업이지만, 관련 서비스의 중단을 단일 기업의 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열거한 사례처럼 카카오는 이미 다방면으로, 국민의 생활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통신·교통·금융·정보·엔터테인먼트 등의 플랫폼 사업자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130개가 넘는다. 카카오는 올해 연말까지 이 계열사 수를 100개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잖아도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골목 상권 침해 논란, 잦은 기업 분할 상장 등으로 쓴소리를 듣고 있는 카카오는 이번 사태로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됐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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