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놀이터'서 젊은층 표밭으로 진화.. 틱톡 선거판 흔든다 [이슈 속으로]

이지민 2022. 10. 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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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선거전 주요 플랫폼 변신
세계 정치인들 틱톡 앞으로!
伊 총선 투표 연령 25→18세로 하향되며
86세 베를루스코니 등 거물도 계정 개설
11월 美 중간선거 파급력에도 관심 쏠려
'1020' 표심을 잡아라
출시 4년 만에 세계 이용자 10억명 돌파
63%가 10·20대.. 최대시장은 단연 미국
젊은층 구글 대신 뉴스·검색도 틱톡으로
쉬운 활용법 '양날의 검'
美 초등학교 총기난사 조작설 7만회 조회
사실확인 어려워 가짜뉴스 유통창구 지목
中 소유.. 불법정보수집 의혹도 해소 안돼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탈리아에서) 이 플랫폼 사용자는 500만명이 넘고, 그중 60%는 30대 미만이라죠. 여러분의 젊음이 조금 부럽네요.”

지난달 이탈리아 총선을 앞두고 정치 거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6) 전 총리가 틱톡에 데뷔했다. 1분짜리 첫 틱톡 영상이 올라가자 베를루스코니의 팔로어 수는 하루 만에 35만명이 됐다. 현재 팔로어는 58만4000명이다.
독일 쾰른에서 지난 8월25일(현지시간) 국제 게임 전시회 게임스컴이 열려 한 방문객이 틱톡 부스를 지나가고 있다. 쾰른=AP연합뉴스
이탈리아 매체들은 지난달 총선 과정에서 양복을 차려입은 정치인들이 틱톡에 몰린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상원 투표 가능 연령이 25세에서 18세로 낮아진 영향이었다. 마테오 렌치(47) 전 총리나 총선에서 승리한 ‘여자 무솔리니’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탈리아 매체 일 메사제로는 “틱톡 부상 이후 치러지는 첫 번째 총선답다”고 평가했다.

2017년 세상에 나와 연예인이나 사이버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던 틱톡은 최근 지구촌에서 중요 선거가 잇따라 치러지면서 정치수단으로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정치인들이 정책대결보다는 대중에게 즉흥적으로 어필할 수단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에도 틱톡에서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은 ‘15초에 숨은 마력(魔力)’ 때문이다.

◆Z세대 인기 업고 유튜브·구글 위협

틱톡은 최소 15초, 최대 3분 사이의 영상을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2018년 2분기 1억3300만명이었던 이용자 수는 6월 기준 17억명을 넘어 12배나 증가했다. 이용자 수 10억명을 넘어선 시점은 지난해 9월. 출시 4년 만에 이룬 이용자 수 10억명 돌파는 유튜브가 7년이 걸린 일을 3년 앞당긴 것이다.
틱톡의 급성장 배경에는 쇼트폼(짧은 동영상)이라는 형식이 있다. 콘텐츠 소비 행태가 글에서 사진, 사진에서 영상으로 옮겨 가는 추세와 딱 맞아떨어졌다. 특히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폭발적 인기를 흡수하며 성장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비즈니스오브앱스에 따르면 전 세계 틱톡 사용자 중 63%가 10∼20대다.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에게 틱톡이 새로운 검색엔진이나 다름없다”(뉴욕타임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사는 저코비 무어(15)는 사립고교 지원 시 교사추천서가 필요해 틱톡 창에 ‘교사추천서’를 입력, 영상 두 개를 찾았다. 하나는 추천서 예시였고, 다른 하나는 교사에게 추천서를 요청하는 방법이었다. 두 영상 모두 현직 교사가 만든 것으로 무어는 “구글 검색이나 유튜브보다 이해가 쉬웠다”고 했다.

구글도 Z세대의 틱톡 사랑을 경계하고 있다. 프라바카르 라그하반 구글 수석부사장은 지난 7월 “우리 연구에 따르면 미국 Z세대 중 약 40%는 점심을 먹을 식당을 찾을 때 구글 지도나 구글 검색엔진 대신에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이용한다”고 했다.
◆‘가짜뉴스 온상’ 우려도

틱톡의 최대 시장은 단연 미국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틱톡 이용자의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82분이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2배, 스냅챗이나 트위터의 3배가량이다.

틱톡은 2018년 미국 중간선거 땐 글로벌 출시 직후였고, 2020년 대선 때는 젊은층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앱에 불과했다. 다음 달 8일 중간선거를 앞둔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커진 존재감만큼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 창구가 되고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해 9월 독일 총선 땐 틱톡에서 유명 정치인을 사칭하는 계정이 생겨났다. 지난 7월 콜롬비아 대선 때도 유력 대선 후보의 딸 이름을 도용한 거짓 계정이 적발됐다.
지난 5월 24일(현지시간)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밖에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도 정치쟁점화할 수 있는 가짜뉴스 문제가 고개를 들고 있다. 총기 소지 문제가 대선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조작이라는 주장을 담은 영상은 틱톡 측에서 삭제하기 전까지 조회수 7만4000회를 기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가짜뉴스는 해묵은 이슈다. 문제는 틱톡이 텍스트가 아닌 짧은 영상 기반이라 가짜뉴스 대응이 더 어렵다는 점이다. 잘못된 정보가 올라왔을 때 텍스트 기반 콘텐츠보다 수정이 어렵고, 내용의 진실을 판가름할 정보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버드대 언론·정책연구소인 쇼렌슈타인센터 케일리 페이건 연구원은 “제한된 텍스트가 담긴 극도로 짧은 영상만 봐서는 정치에 대해 토론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온라인 정보 분석 단체인 뉴스가드는 틱톡 내 뉴스 주제에 대한 검색 결과, 동영상의 20%는 잘못된 정보라는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 민감한 뉴스와 관련된 5개 영상 중 1개는 가짜라는 의미다. 인디애나대 소셜미디어연구소 필리포 멘처 교수는 “적어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콘텐츠 삭제에서 어느 정도 투명성이 있지만, 틱톡은 아니다”라며 “어떤 콘텐츠를 삭제하는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중 신냉전 속 불안한 미래

이용자 개인정보의 중국 유출 우려도 있다. 미국과 유럽의 서방 정부는 틱톡이 이용자의 정보를 수집해 중국 당국에 제공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용자 정보가 중국에 넘어갈 시 국가안보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런 이유로 2020년 틱톡 소유주인 중국 바이트댄스 측에 미국사업 부문을 미국 기업에 완전히 매각할 것을 압박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엔 압박 수위가 낮아졌으나 내달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이나 하원을 장악하면 틱톡을 향한 규제 당국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

공화당 소속인 브렌던 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은 지난 6월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 보도를 인용해 틱톡이 미국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방대하게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내쫓아야 한다며 “틱톡은 첨단 감시 도구”라고 주장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AFP연합뉴스
바이트댄스 측은 틱톡 사용자 정보를 중국 당국에 넘긴 적이 없다고 거듭 항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요구하면 결국 거부하지 못하고 제출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미국 사용자 정보는 중국 밖에 저장돼 중국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6월 버즈피드의 의혹 제기 후 미국 이용자 데이터 서버를 미국 버지니아주와 싱가포르에 있는 오라클 클라우드로 옮겼다는 설명이다. 바이트댄스 측 해명에도 각국에서는 의심이 계속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취임 전인 지난 7월 “틱톡과 같은 중국 소유 정보기술(IT) 기업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패터슨 호주 자유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틱톡 앱과 관련한 국가안보 우려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앱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틱톡과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우려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바이트댄스 창업자인 중국인 장이밍(張一鳴)이 틱톡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고 후임에 싱가포르 출신의 쇼우지 추(周受資·저우서우쯔)가 앉은 것도 국제사회의 의심을 완화하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와 관련해 틱톡에서 장이밍 창업자가 여전히 막후에서 최종 결정권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경영진 및 투자자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전 페이스북 정책프로그램 국제이사인 케이티 하배스는 “틱톡을 누가 지배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계속 불안해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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