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못' 박하나, 작은 숨결에 담은 노력 [인터뷰]

정한별 2022. 10. 15. 10: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하나가 '귀못'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KBS 한국방송 제공

'귀못' 보영의 작은 숨결에도, 고개를 돌리는 속도에도 배우 박하나의 깊은 고민이 녹아들어 있다. 그는 스크린 정식 데뷔작인 '귀못'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작품을 대하는 박하나의 진심이 묻어나는 지점이다.

박하나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귀못'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귀못'은 수살귀가 살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가득한 저수지 근처,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저택에 숨겨진 보석을 훔치기 위해 치매에 걸린 왕할머니의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된 보영의 이야기를 담는다. 박하나는 주인공 보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하나가 바라본 보영

박하나가 바라본 보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환경 때문에 변한 인물이다. 나쁜 목적을 지니고 온 건데 혼자만 살기 위해 그런 건 아니다. 아이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나쁜 짓을 저지르지만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딸 다정(오은서)을 대하는 보영의 모습은 박하나에게 안타까움을 안겼다. 박하나는 "다정이가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힘들게 한다는 게 더 미치게 만드는 거다. 헤어지고 싶은데 못 헤어지는 마음이 사람을 괴롭게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영이 지닌 모성애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하나는 시선과 호흡에 특히 신경 썼다. 고개를 돌릴 때도 그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에 따라 인물이 갖고 있는 긴장감 정도와 그가 닥친 상황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흡 역시 마찬가지다. 거센지, 간헐적인지가 장면의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박하나는 "숨소리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고민했다"는 말로 보영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들인 정성을 짐작게 했다. 정영주 허진과의 완벽한 호흡은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박하나는 두 사람과의 연기에 대해 "척하면 착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중 촬영의 어려움

수살귀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영화에는 물이 자주 등장한다. 목욕을 위해 욕조에 받아놓은 물부터 극의 중심이 되는 저수지까지 다양한 형태로 된 물이 주는 공포가 존재한다. 수중 촬영도 있었다. 박하나는 "여름이었는데 밖에 계신 분들은 덥다고 했다. 그런데 물속에 있던 난 추웠다"고 했다. 물에 빠졌다가 구해져 숲 바닥에 누워 있어야 하는 장면, 수풀을 헤치고 나오는 장면을 촬영할 때 가시 많은 나무들과 기어오르는 벌레 때문에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허진 역시 수중 촬영을 소화해야 했다. 앞서 허진은 '귀못'의 언론시사회를 찾았을 때 박하나의 미담을 전한 바 있다. 박하나가 허진의 수중 촬영을 걱정하며 탁 감독에게 왜 대역을 쓰지 않는지 물었다는 게 그 내용이었다. 당시 탁 감독은 얼굴이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박하나는 "많은 촬영이 남아 있는 상태라서 허진 선생님이 걱정됐다. '힘드실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보여줬다.


귀못·저택의 으스스한 비주얼

박하나가 '귀못'의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KBS 한국방송 제공

귀못과 저택의 으스스한 비주얼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모은다. 작품 속 저수지 귀못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다. 이 장소를 떠올리던 박하나는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 보존된 곳이다. 음산하고 무서웠다. 날 것의 자연이 주는 무서움이 있었다"고 했다. 저택에 대해서는 "복도가 길게 만들어져 있었고 문도 많았다. 어두운 공간에 뭐가 있을지 몰라 무서웠다. 삐거덕거리는 나무 소리가 주는 공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으스스한 비주얼의 장소들로 무장한 '귀못'이 단순히 공포만을 안기는 건 아니다. 박하나는 '귀못'에 대해 "'여고괴담' '장화홍련' '전설의 고향' 등 예전의 한국 공포물을 원하시던 분들이 만족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스토리가 있다.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라고 '귀못'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K-공포 영화의 매력을 설명했다. 실제로 '귀못'은 모성애, 희생정신, 욕심 등 인간이 품고 있는 다양한 마음들을 다룬다. '귀못'에 더 큰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하나의 원동력

박하나는 지난 3월 막을 내린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로 호평을 받은데 이어 '태풍의 신부' '세계 다크투어' '귀못'으로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의 원동력은 절실함이다. 박하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엔터테이너를 꿈꿨다고 했다. 무명 시절에는 이상과 다른 현실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당시를 떠올리던 박하나는 "힘든 걸 겪고 나니까 일이 주어졌는데 힘들다고 안 하고 쉬는 게 용납이 안 된다.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박하나는 '귀못'의 파격 변신을 담았다. 그는 관객들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봐 주길, 그리고 '어떤 역할을 줘도 할 수 있을 거다'라는 믿음을 갖길 원한다. "평생 연기하는 게 목표"라는 박하나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절실했던 꿈인 만큼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진중하고 오래전부터 연기력으로 인정받아왔다. 그의 이어질 행보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박하나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귀못'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