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노후 대비 1순위, 연금에 대한 3가지 질문
정부 당국이 연금 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연일 찬반 논란이 뜨겁다. 그래도 전문가들이 꼽는 노후 대비 1순위는 여전히 연금이다. 금리는 오르고 선뜻 투자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요즘, 케이스별로 효율적인 연금 운영법을 정리해봤다.
재테크 빙하기일수록 연금이 기본이다. 일단 연금 준비의 첫걸음은 나의 노후에 매달 들어올 수익과 고정 지출이 어느 정도일지부터 체크하는 것. 현재 국민연금 노후준비서비스 홈페이지(csa.nps.or.kr)나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 (100lifeplan.fss.or.kr), 국민연금 모바일 앱 '내 곁에 국민연금’에서 각종 연금 예상액을 확인해볼 수 있다.
Q1. 국민연금, 추납·임의가입 해야 할까?
국민연금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국내 거주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소득이 있는 사람은 의무로 가입해야 한다. 과거 납부했던 보험료를 연금 받는 시점의 물가로 환산해 연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장점이다. 연금을 받는 동안에도 매년 물가변동률을 반영한다.다만 지난 4월 기준 국민연금 1인당 평균 수령액은 57만6905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물가가 오른 지난 몇 년 사이 추가납입(추납·기존 국민연금 가입자가 경력 단절·사업 중단·건강 악화 등으로 못 낸 보험료를 추후 납부하게 해준 제도), 임의계속가입(만 60세에 납부 기간이 연금 수급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 미만이거나 10년을 채웠어도 수령액을 높이려 65세까지 더 유지하는 제도), 임의가입(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의 자발적 가입 제도), 연기(연금 개시를 늦춰 월 수령액을 높이는 제도) 등의 방법을 이용해 연금 수령액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올 9월부터는 셈이 좀 복잡해졌다. 먼저 연금소득(개인연금·퇴직연금 제외)에 임대소득, 금융소득 등을 합한 연간 합산종합과세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가족에게 적용되던 피부양자 요건이 소득 연 2000만원 이하로 강화되면서 이 기준을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변경되기 때문. 지역가입자가 되면 소득과 재산에 대한 건보료가 부과된다. 이때 만약 추납, 임의가입 등을 통해 월 수령액을 월평균 15만원으로 추산되는 건보료보다 훨씬 높일 수 있다면 평생 받을 국민연금 재테크가 먼저다.
한편 추납을 고민 중인 경력 단절 주부라면 배우자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전업주부 김 모(40) 씨의 경우 과거 6년여 동안 직장 생활을 통해 납부한 보험료가 1300만원 정도 된다. 임의가입으로 상실된 자격을 살리고 최소 납부액인 9만원씩 추납 최대치인 119개월분 1071만원을 추납하면 매월 41만원을 받을 수 있고, 추납하고 지금부터 9만원씩 만 60세까지 계속 납부하면 최대 77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 당연히 최대치를 맞추려던 김 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남편과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데 차라리 우량주에 적립식 투자하거나 변액연금에 가입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 낸 돈보다 받은 연금이 더 많으려면 연금 개시 후로도 수년이 걸릴 텐데 그사이 김 씨의 연금을 포기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2021년 말 기준 한 사람에게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이 생겨서 중복 조정을 통해 연금수령액이 삭감된 경우가 12만2909명이었고, 조정 사유는 대부분 부부간의 사별이었다. 재테크 서적 '연금 부자들’ 저자인 이영주 연금박사상담센터 대표는 "특히 평균 수명이 더 긴 여성 가입자가 사별로 유족연금과 본인연금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며 "추납을 하더라도 연금 개시 전까지 기다렸다 상황을 봐서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현재 유족연금은 사망자의 가입 기간에 따라 기본연금액(20년 가입으로 환산했을 때 연금액)의 40~60%, 배우자가 본인연금을 택하면 본인연금 외 유족연금의 30%를 더 받는다. 김 씨를 예로 들면 25년 가입한 배우자의 예상 연금은 150만원으로, 김 씨가 받을 유족연금은 150만원의 60%인 90만원이다. 반면 수령 기준만 맞춰놓은 본인연금을 택하면 41만원에 유족연금(90만원)의 30%인 27만원을 더 받아도 68만원이다. 물론 부부간 나이 차가 크지 않고 지병이 없다면 임의가입 및 추납을 통해 최소한으로라도 국민연금을 마련해두는 편이 낫다.
Q2. 연금저축계좌 세액공제 한도가 커진다는데, 더 넣을까?
앞서 말했듯 연금저축과 IRP의 장점은 세액공제다.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2023년부터 나이, 소득 규모에 관계없이 연금저축계좌의 세액공제 한도가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상향되며, IRP를 합친 연간 세제 혜택 한도도 총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확대된다.
그렇다면 절세 혜택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개인연금에 추가납입을 하는 건 어떨까. 답은 '글쎄’다. 당장 절세 효과는 커지지만 수령 시 예상치 못했던 세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납입 시 연간 세제 혜택 한도는 확대되지만, 연금 수령 시 종합과세 적용 기준은 2013년 이후 연간 1200만원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연금계좌로부터 수령하는 연금액이 연간 1200만원이 넘으면 연금 전액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연금계좌로부터 받는 연금액이 연간 1200만원 이하이면 3~5%의 세율로 분리과세를 한다. 그러나 수령액이 연 12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해 종합과세를 적용하고, 이때 세율은 15% 이상이다. 다만 내년부터 사적연금 수령액이 1200만원을 넘을 경우 6.6~49.5%의 종합소득세 혹은 16.5%의 분리과세 중 한 방식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확대된 세제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추가납부를 통해 연금 자산이 많이 모였다면 개인연금 수령 기간을 최대한 늘려 연 1200만원 이하로 수령하게끔 조정하면 된다. 물론 이때 월 수령액을 줄였기 때문에 늘린 기간만큼 오래 살아야 혜택을 받는다.
Q3.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갈아탈까?
경기도에 사는 박 모(65) 씨는 몇 해 전 퇴직금 3억원과 저축한 돈, 은행 대출까지 탈탈 털어 상가에 투자했다. 매월 임대료를 받으면 대출 이자를 갚고도 넉넉하리라 계산했으나 복병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장사가 여의치 않던 임차인이 폐업하고 나간 뒤로 1년 넘게 공실이다. 박 씨는 "이자 내려고 주식도 정리했다. 연금 받아 편히 생활할 걸 괜히 일을 벌였다"며 속상해했다.
직장 생활 12년 차인 최 모(39) 씨는 소속 사업 부문이 계열사로 분리되면서 회사의 권유로 올해 DB형에서 DC형으로 바꿨다. 미국달러채권 투자 상품을 골라 100% 투자하고 있으나 월 납입액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최 씨는 "최근 확인해보니 그 상품이 보통 위험 단계긴 하던데 누적 수익률이 13%더라. 미국이 망할 가능성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 씨와 최 씨의 문제점은 퇴직연금에 대한 지식이 없는 데서 기인한다. 먼저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은커녕 당장 생활비가 빠듯해진 박 씨는 퇴직금을 일시불로 찾은 것을 후회하는 중이다. 실제로 박 씨처럼 퇴직금이 많고 근속연수가 길다면 연금으로 수령하는 편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박 씨의 경우 퇴직소득은 3억원이고 근속연수는 25년이므로 여기 해당하는 퇴직소득세율 6%를 적용하면 일시불 수령 시 약 1800만원의 퇴직소득세가 발생한다. 반면 개인형 IRP로 매년 3000만원씩 10년 동안 연금으로 받으면 초반 10년은 퇴직소득세율의 70%를 연금소득세로 부과하므로 매년 126만원씩 총 1260만원 납부, 일시불 수령보다 540만원을 아끼는 셈이다. 심지어 11년 차부터 연금 수령 시 퇴직소득세율의 60%만 부과하므로 최초 10년은 적은 금액을 수령하고 11년부터 더 많이 수령하는 것으로 조정한다면 더 절세할 수 있다.
최 씨는 DC형 전환 시기가 약간 빨랐다. 승진 기회가 많은 20·30대 직장인과 임금인상률이 높은 직업, 정년이 보장된 기업 근로자는 DB형이 유리하다. 업무상 장기근속이 가능한 최 씨는 DB형으로 있다가 임금피크제나 퇴직 전 DC형으로 전환하는 편이 더 수익을 냈을 것이다.
물론 요즘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이직이 잦다면 DC형이 유리하고,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도 개인형 IRP에 가입하는 게 든든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지난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했다. 디폴트옵션은 DC·IRP 가입자가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사전에 정한 방법대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적립금의 30%를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넣도록 하던 제한을 풀었기 때문에 주식, 채권,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에 100% 투자할 수 있다. 이영주 대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손해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디폴트옵션을 통해 투자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면서 "다만 주식시장의 등락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디폴트옵션 행사 시 가입자가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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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돈이 되는 연금 핫이슈 3
일명 '평생 5% 연금’으로 불리는 '고금리 최저 보증형 개인연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투자 실적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지는 변액연금이지만 투자 실적이 저조해도 연금 수령 시 5% 수익률이 보증된다. 단, 중도 인출, 해지, 일시불 수령 시에는 최저 보증이 되지 않는다. 원금 보장이나 예금자 보호도 되지 않는다. 현재 삼성생명 '탄탄한 변액연금’과 교보생명 '미리보는 내 연금’, DGB생명 '그랑에이지 변액연금’, KDB생명 '오! 행복드림 변액연금보험’ 총 4개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보험사마다 5% 적용 기준이 각각 달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02 "집값 더 떨어지기 전에…" 주택연금 인기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주택연금 가입자는 6923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6.4% 급증했다. 주택연금은 거주·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금을 연금처럼 받다가 사후에 집을 처분해 갚는 제도다.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만 55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이영주 대표는 "주택연금은 가입자의 기대수명과 이자율, 가입 당시 주택 시세를 기준으로 연금액을 산정하다 보니 집값이 꼭짓점일 때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며 "현재 거래가 적더라도 직전 시세가 높기 때문에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추천했다.
03 한국판 401K 백만장자 되려면
1981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인 401K를 도입한 미국에서는 취직하자마자 401K를 통해 주식에 적립식 장기 투자해 백만장자로 은퇴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은퇴 시점까지 20~30년 투자하면 복리의 마술로 100만 달러 이상의 연금 자산이 쌓인다는 것. 실제로 401K는 디폴트옵션으로 연 7%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국내에도 곧 디폴트옵션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일단 은퇴할 때 연금으로 10억을 손에 쥐는 직장인이 나올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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