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향 콤콤한 천연 효모 와인… 홍어와도 얼마나 잘 어울리게요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2. 10.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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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내추럴 와인 전문가의 단골
정구현 ‘내추럴 보이’ 대표
서울 성수동내추럴 와인 바 '미러 성수'의 비트와 상추 줄기(앞)와 삼배체굴./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정구현(38)씨는 대학 시절 와인 동아리를 창설해 회장을 지냈고, 방학이면 유명 와이너리를 찾아 다닐 정도로 어려서부터 와인에 푹 빠져 있었다. 졸업 후 10년 넘게 와인 수입사에서 일하다 2019년 서울 청담동에 내추럴 와인 전문점 ‘내추럴보이’를 차렸다. 그는 “컨벤셔널(기존) 와인으로 와인 경력을 시작했지만 어느덧 내추럴 와인에 빠져들었고 지금은 내추럴 와인을 훨씬 더 많이 마시게 됐다”고 했다. “컨벤셔널 와인은 아무리 비싸도 사람 손이 닿은 인위적 향이 납니다. 내추럴 와인은 포도와 포도껍질의 자연 효모만으로 양조해 그런지, 생과일 같은 천연의 향이 나지요.”

정 대표는 “내추럴 와인은 한식과도 훨씬 잘 어울린다”고 했다. “효모를 억지로 제거하지 않아 발효 향이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한국 전통주나 일본 사케(청주)와 비슷한 뒷맛이 있지요. 간장·된장·식초 등 발효 음식, 맵거나 향신료·허브를 많이 쓴 음식, 젓갈·액젓 등 바닷내 나는 음식과 잘 맞아요. 일반적으로 와인과 맞추기 힘든 홍어, 나물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몰라요! 내추럴 와인이 세계 최초로 유행한 나라가 1980~90년대 일본이고, 앞으로도 한국·홍콩·인도 등 아시아에서 인기 높으리라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내추럴 와인; 취향의 발견’(몽스북)을 펴낸 정 대표는 와인뿐 아니라 음식에도 두루 해박하다. 그에게 내추럴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을 내는 단골 식당 네 곳을 소개해 달라 부탁했다.

미러 성수: 노르딕 요리와 내추럴 와인

“덴마크 코펜하겐 ‘노마’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위를 여러 번 차지하며 노르딕(북유럽) 요리를 세계에 알린 식당입니다. 전통 노르딕 요리를 과학적이고 섬세하게 가다듬으면서 자연 식재료와 일본 누룩, 고대 로마 액젓 양념인 가룸, 정교하게 만든 식초를 사용했지요. 노마는 100% 내추럴 와인만 내는 걸로도 유명했는데, 자연 발효에 집중한 음식에는 자연 효모로 발효한 와인만이 어울린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미러 성수’의 심주석 오너셰프는 내추럴 와인과 노르딕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 완벽한 조합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서울 연남동에서 인기 많던 ‘미러’를 운영하던 심 셰프가 방배동을 거쳐 성수동에 둥지를 틀었다. 성수동에 있는 내추럴 와인 바답게 무심한 듯 시크한 인테리어와 플레이팅(음식 담음새)이 눈에 띈다. 손님이 와인을 가져가면 잔을 주고 따라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키지(corkage)’는 불가하다. 메뉴는 수시로 바뀐다.

비트와 상추 줄기 1만5000원, 삼배체굴 1만6000원, 미러 페어링 세트 8만7000원.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3길 2 2층

어라우즈: 타파스 오마카세

“장준우 셰프는 다재다능한 사람입니다. 요리를 통해서건 글이나 사진을 통해서건, 자신이 경험한 세계의 ‘정확한’ 모습을 순수하게 보여주려는 욕망이 가득합니다. 내추럴 와인만 갖춘 곳은 아니나, 내추럴 와인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도 납득할 수 있는 와인들을 각 지역 음식과 함께 선보입니다.”

장준우씨는 신문사 기자 출신으로 음식을 주제로 글도 쓰고 사진도 찍는 요리사. 와인을 고르면 와인에 맞는 안줏거리 4~5가지를 내주는 ‘타파스 오마카세’로 운영된다. 계절에 따라 음식과 와인 리스트가 바뀐다. 코키지 불가.

타파스 오마카세 5만원. 서울 중구 다산로 32 상가6동 103-1호

청담 소풍: 최상급 한우와 내추럴 샴페인

“유명한 와인 애호가이자 샴페인 전문 수입사를 운영하기도 했던 양세열 대표의 한우 전문점입니다. 잘 익은 샴페인과 다양한 와인, 위스키를 최상급 한우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라구 소면, 간간한 명란탕이나 메뉴판에 없는 비밀 요리 양념갈비 등에 구운 채소를 곁들이면 내추럴 와인과 굉장히 잘 어울려요. 양 대표는 늘 ‘내추럴 와인을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하지만, 사실 전설적인 내추럴 와인·샴페인 와인을 상당히 가지고 있어요. 와인 추천을 부탁하면 깜짝 놀랄 만한 와인·샴페인을 추천받을 수 있어요!”

양념갈비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 2인당 1병 코키지를 받지 않으니 좋은 내추럴 와인이 있다면 들고 갈 만하다.

꽃등심·안심 각 3만5000원, 명란탕 1만2000원. 서울 강남구 언주로150길 48 103호

와인바 뱅뱅: 전주 내추럴 와인 聖地

“‘뱅베’는 전주 맛집 ‘베테랑 칼국수’의 김은성 대표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내추럴 와인 전문 수입사입니다. 손꼽히는 와인 소장가인 김 대표가 자신이 수집하는 와인 대다수가 내추럴 와인임을 깨닫고 차린 수입사죠. 와인바 ‘뱅뱅’은 김 대표가 내추럴 와인을 소비자가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입니다. 내추럴 와인 애호가들을 매혹하는 리스트와 음식으로 서울에서 일부러 전주까지 찾아가는 마니아 팬을 다수 보유했지요.”

화이트 라구 파스타, 나폴리탄 스파게티, 당근 라페 샐러드 등 내추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두루 갖췄다. ‘베테랑 칼국수’ 대표 메뉴인 바닥은 바삭하게 굽고 윗부분은 부드럽게 쪄낸 군만두를 더 이상 내지 않는 건 아쉽다. 코키지 불가.

나폴리탄 스파게티 1만5000원, 당근 라페 샐러드 7000원. 전북 전주시 완산구 태평3길 43-9 1층

정구현 '내추럴보이' 대표(왼쪽)와 그가 쓴 '내추럴 와인; 취향의 발견'./몽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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