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변호사' 김지은, 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2. 10.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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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천원짜리 변호사' 김지은, 사진제공=SBS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김재현 신중훈)에서 김지은이 연기하는 백마리는 법조계 로열패밀리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마지막 기수이자 수석 졸업이라는 타이틀까지 보유한 '법수저'다. 대단한 스펙의 소유자답게 자신감 빼면 시체인, 어느 공간에서든 주눅들지 않고 고개를 쳐드는 당당함을 지녔다. 할아버지(이덕화)의 으름장으로 단돈 천원의 수임료를 받는 어딘가 밉살스러운 천지훈(남궁민) 변호사 밑에서 시보 변호사로 일하게 되는 위기(?)를 겪지만, 좋든 싫든 간에 '법수저'로서 최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천 변호사 밑으로 들어간다. 마리는 얼핏 철부지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만 행동하지 않는다. 주위 사람 말에 귀기울일줄 알며, 그것이 옳거나 맞다고 여겨질 때는 바로 인정하고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다.

첫 주연을 맡은 MBC '검은태양'(2021)에서 김지은은 타인에게 쉽게 동화될 정도로 공감 능력이 뛰어나며 밝고 따뜻한 시선을 지닌 국정원 현장지원팀의 팀원인 유제이를 연기했다. 그는 극의 갈등을 유발한 사건의 시발점이 된 악당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 속 혼돈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인물의 기저를 치밀하게 보여줬다. '검은태양'과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그는 각각 직업 정신과 성취라는 뚜렷한 동기에 따라 움직이는 캐릭터를 연기했고, 그만큼 자극적인 상황에 부닥쳤다. 그러나 김지은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선택과 위기의 기로에서 위태로울지언정 균형을 잃지 않는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그들에게 서서히 공감하고 나아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백마리는 화려한 집안 내력을 과시하거나 사법연수원 마지막 수석 졸업자라는 스펙을 앞세우지 않고 직접 발로 뛰며 인정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뒤따르는 수식들이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는 듯이, '법수저'라는 타이틀을 뛰어넘기 위한 그 이상의 열정을 보여준다. 도화지처럼 김지은의 말간 얼굴은 이러한 마리의 통통 튀고 활화산 같은 성질에 더할 나위 없는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마리는 누가 연기했어도 캐릭터의 과한 에너지가 배우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김지은은 이러한 부담을 완벽한 메이크오버로 인상마저 바꿔버리고, 바뀐 인상을 따라 연기 톤까지 변화시키며 스스로를 탈바꿈했다. 그것이 오버스러워보일지언정 부족하다 느껴지지 않게 캐릭터와 일체된 모습으로 말이다.

'천원짜리 변호사' 김지은, 사진제공=SBS

김지은은 2016년 CF로 데뷔한 후 제대로 된 캐릭터 설명조차 없는 단역과 조연을 전전했고, 7년여 동안 20편이 넘는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기생, 여학생, 간호사, 여종업원 등 그가 주로 맡은 배역의 이름들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어도 단역도 마다하지 않고 기회를 꾸준하게 좇았다. 한 예능에 출연해 "무명 시절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밝혔을 만큼 어려웠던 무명 시절을 겪었고, 지난해 '검은태양'에 출연했을 때까지만 해도 "친구들 집에서 얹혀살고 있다"는 상황을 털어놨다. 인기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된 지금의 상황은 우연한 행운이 아닌 마땅하게 얻어낸 노력의 성취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많은 대중에게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저 배우가 이 캐릭터를 하는 것도, 저 캐릭터를 하는 것도 궁금하다는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고 답했던 그는, 유제이에서 김희아(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를 거쳐 백마리로 건너 오며 자신이 뱉은 말을 확실하게 실천하며 대중이 자신을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김지은의 세 번째 주연작인 '천원짜리 변호사'는 6회 만에 최고 시청률 17%를 넘어섰고, 드라마 초반 첫 번째 타이틀롤인 남궁민에게 향했던 대중의 주목은 이제 김지은에게로 전이되고 있다.  

이에 더해 "열정은 넘치는데 마음대로 안 되는 모습이 예전에 나를 보는 것 같았다"며 '검은태양'의 주연으로 자신을 추천한 남궁민과의 계속되고 있는 인연도, 동료배우에게 열정을 인정받는 성실함으로 배우로서의 진정성에 더한 신뢰를 품게 만든다. 질리지 않게 자신의 재능과 장점을 한 단계씩 증명해온 배우가 드디어 자신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판에 올랐다. 김지은의 활약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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