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중고서점이 신간 출판시장 좀먹고 있다 [책&생각]

한겨레 2022. 10. 1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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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서점가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김훈의 <하얼빈> 이다.

출판계와 온·오프라인 서점계가 맺은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2018년 5월부터 현행 규정 시행)은 신간 출판시장의 보호를 위해 발행 후 6개월이 지난 책만 기업형 중고서점에서 판매하도록 했다.

기업형 중고서점은 새 책 출판시장에서 10% 이상의 판매 기회 손실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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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지난해 폐업한 홍대북새통 문고.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현재 국내 서점가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김훈의 <하얼빈>이다. 지난 8월 초에 출간되어 이제 두 달이 지났다. 정가가 1만6000원이다. 인터넷서점들은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규정에 따라서 최대 10% 할인과 5%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그런데 전국에 32개 체인 매장을 둔 기업형 중고서점 ‘개똥이네’는 25% 할인 가격에 해당하는 1만2000원에 이 책을 판매한다. 대여 서비스 가격은 1920원이다.

중고책 판매이므로 가격 할인율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출판계와 온·오프라인 서점계가 맺은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2018년 5월부터 현행 규정 시행)은 신간 출판시장의 보호를 위해 발행 후 6개월이 지난 책만 기업형 중고서점에서 판매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오픈마켓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개똥이네의 사례처럼 민간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은 준수 의무조차 없다. 협약의 의미는 퇴색했고, 규정을 지키는 곳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

국내 최대의 기업형 중고서점은 단연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매장이다.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2017년에 40개이던 매장 수는 2022년 현재 50개로 늘었다. 중고도서 매매는 알라딘의 매출과 순이익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스트셀러인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정가는 1만5000원이지만, 알라딘의 새 책을 판매하는 화면 아래에는 44% 저렴한 8400원짜리 중고책을 직접 배송한다고 안내한다. 중고책 매장에서는 1만500원에 구입할 수 있고, 독자는 책을 읽고 나서 상태가 좋을 경우 7500원에 되팔 수도 있다. 알라딘에서 새 책을 구매한 독자라면 혜택이 추가된다. 이 때문에 수많은 휴남동 서점들은 새 책 판매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책을 펴낸 저자나 출판사의 기대 매출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침체된 오프라인 신간 서점 매장과 달리, 기업형 중고서점들은 넓고 쾌적한 매장에서 새 책과 다름없는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날로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문학, 자기계발서, 어린이책 등의 인기 대중서는 고가로 되팔 수도 있다. 그러니 책의 구입과 판매처로서 기업형 중고서점을 1순위로 먼저 찾고, 책이 없을 경우 다른 구매 경로를 이용하는 독자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중고서점 우선순위 이용률은 2015년에 2.4%이던 것이 2021년에는 4.4%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21년 기준 도서 구매 경로 중 동네서점 이용률이 12.3%인데, 지역에 따라서는 새 책을 판매하는 동네서점보다 중고서점 이용률이 높은 곳이 있을 정도다.

기업형 중고서점은 새 책 출판시장에서 10% 이상의 판매 기회 손실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 출판사, 새 책을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서점, 개인 경영 중고서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 중고품 매매라는 이유로 이를 방치하기에는 규모가 과도해졌고 출판 생태계에 미치는 폐해도 크다. 새 책 판매로 신간을 재생산해야 하는 출판 생태계의 구조를 좀먹는 혼탁한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형 중고서점과 오픈마켓은 발행 후 1년이 지난 책만을 판매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부터 실행되어야 한다.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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