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떨어질 것.. 거래절벽 더 심화 예상"
수도권 규제 점진적 완화 필요
부동산 전문가 5인 분석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연 3%대에 진입했다. 작년 8월 연 0.75%에서 1년여만에 2.25%포인트가 상승했다.
연내 추가 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준금리의 잇달은 인상으로 현재 나타나고 있는 거래절벽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자 부담, 집값 하락 전망 등으로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시장에 변화를 줄 '터닝 포인트'가 없다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추가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 수요자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이 커지며 관망세도 짙어졌다"며 "주택가격이 하락, 조정기에 있는 상황에 아직까지 집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구매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기를 겪으며 주택 거래 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총 9648건으로, 실거래가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6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7268건 대비 74.1% 감소한 수치다.
집값 하락 속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내년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유예 종료, 6월 부동산 관련 세금 기산일을 앞두고 매도자들이 급매물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소유한 주택을 전세로 돌리고 본인은 월세를 선택해 '집값 버티기'에 나서는 수요가 늘며 매매뿐 아니라 임대차 가격도 낙폭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쟁, 이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 등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의 근본적인 원인이 빠른 시간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금리가 고점을 지나 조정되는 덴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금리가 더 올라 현재 연 5%대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6%를 넘어서면 버티기를 포기한 매물이 시장에 풀릴 수 있고, 매매가 아니더라도 시중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전세를 주고 집주인은 월세를 선택하는 현상도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입주물량이 풀리는 만큼 임대차 시장의 낙폭이 더 커질 수 있으며, 전세 가격이 떨어지면 최근 빠르게 오르고 있는 월세 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하락과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지면서 금융권과 건설업의 침체, 취득세·양도세 등 세수 감소 등으로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보다 더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인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것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취해야 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획기적인 세제 개편과 부동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집값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만큼 규제 완화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다만 정부의 공급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은 같았다. 현재 정부는 민간주도를 통해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분양시장 침체, 사업성 악화, 기업의 리스크 관리 등으로 발표된 대책을 실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그동안 너무 빠르게 오른 집값에 껴있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 개입은 서울과 수도권에 남아있는 규제지역을 한단계씩 완화하는 것과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낮춰주는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는 편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부동산 시장 위기가 길어지면 10년 이상의 장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미 규제지역 자체가 의미를 잃은 상황에서 지금처럼 조금씩 규제를 푸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규제지역 등 공급을 막는 제도를 모두 없애는 한편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 거래를 유도하는 대대적인 세제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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