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갸웃 '천원짜리 변호사', 오히려 대박 조짐 보이는 까닭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2. 10. 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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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 장르에 기댄 '천원짜리 변호사', 향후 여정이 더욱 궁금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는 모범생 같다.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하나 같이 주류와 기득권 밖에 존재하는 독특한 캐릭터들이지만 이들의 원형, 앙상블, 정서적 공감대와 재미를 만드는 방식 등은 단련되고 인증된 방정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능력과 그에 못지않은 비밀스런 배경을 가진 '독고다이 타입' 주인공의 활약을 코믹한 무드에 과장된 연기로 표현하며 정의 구현의 판타지를 실현한다.

이른바 우리 사회의 거대악 혹은 이너서클이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혈혈단신으로 맞서서 수평을 찾는 이른바 K-히어로물의 문법이다. 유사한 방법으로 통쾌함을 선사한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김과장> 이후 남궁민의 몇몇 전작들, <빈센조>, <우영우>, <열혈사제>, <모범형사>, <트레이서>, <모범택시>, <진검승부> 등 유사한 분위기의 드라마 몇 편이 금방 떠오른다.

갑질이 당연한 세상에 맞서 약자의 편이 되어주는 주인공이 있다. 그런데 역시나 좀 벗어나 있다. 변호사 천지훈(남궁민)은 재벌 회장도 쩔쩔매고, 극중 대형 로펌의 대표가 손녀딸을 트레이닝 차원에서 보낼 만큼 유능함으로 사법계에 이름을 날린 검사 출신 변호사인데, 낙후된 동네 낡은 건물 2층에 다방으로 쓰던 공간을 빌려 별다른 인테리어 없이 사무실로 이용한다. 그마저 월세를 제때 지불하지 못해 건물주를 피해 다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수임료가 단돈 천 원이다. 그럼에도 수입과 거처(7회에 비밀이 밝혀질 예정)와 처지에 비해 천지훈 변호사는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는 수트와 다양한 선글라스 패션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현실적 제약과 설정을 동시에 초탈해 있으면서 능력과 매력은 끝을 알 수 없는 극단적 아웃사이더 주인공 옆에 어쩌다보니 외모부터 집안까지 번듯한데 망가지고 허술하며 인간적인 서브 주인공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귀엽고 착한데 별다른 능력은 없는 조력자들이 일종의 연대를 이루며 호쾌한 한방에 힘을 보탠다.

매화 시작할 때마다 실제 사건, 지명, 인물, 단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언급하지만 초반 에피소드들은 뉴스를 통해 국민적인 공분을 샀던 기시감이 드는 갑질 사건을 직접적인 모티브로 사용한다. 솔직히 <천원짜리 변호사>는 사회면에서 가져온 소스들을 채 소화시키지 않고 덩어리째 그대로 노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직접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공분을 모으는 장치로 활용하고, 의도적으로 유치함을 조장하는 과장된 코믹한 연기 연출과 설정 등으로 중화한 다음, 남궁민에 기대하는 통쾌한 한방이 폭발할 타이밍을 확보한다. 일차원적인 에피소드, 다소 억지가 있는 전개, 숙취로 사무실에서 외박한 딸을 위해 분장버스를 대절하는 식의 과한 상황 설정, 배우들의 매력과 개인기에 심히 의존하는 과장된 코믹 연기톤 등, 이른바 완성도 면에서 갸웃할 부분들이 없지 않지만 남궁민의 캐릭터와 가벼운 드라마라는 정체성으로 설득력을 만든다.

데뷔 초 '리틀 배용준'으로 이름을 알린 남궁민은 현재 마동석과 함께 캐스팅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는 배우로 거듭났다. 그런 만큼 익숙한 기대가 있어서 그런지 남궁민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천지훈 변호사는 극중 스스로도 유희로 즐겼던 백승수(<스토브리그>)의 집요함과 날티가 좀 나는 <김과장>의 김성룡 사이 어딘가 있을 법한 인물이지만 훨씬 더 개그 욕심을 발휘한다. 철없는 농담과 개그 연기,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가벼운 패러디, 입모양을 따서 받아쓴 어처구니없는 결과, 능청스런 PPL 등 이른바 '짤방'이나 '클립'으로 만들 만한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전작인 <검은태양>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추는 김지은(백마리) 또한 훨씬 코믹하고 망가지는 연기로 매력을 더한다.

"그냥 하는 거지 뭐."라는 대사는 이 드라마의 매력을 함축한 한마디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천원짜리 변호사>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너무나 익숙하다. 꽤나 반복되는 메시지고 이야기이지만, 질리지 않고 오히려 대박 조짐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남궁민에게 기대하는 통쾌함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 통쾌함의 방정식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예능처럼 아이디어 고갈 현상이라기보다 서민, 소시민 즉 우리 편에 대한 열망, 현실의 불만족을 시스템 차원의 접근보다 단칼에 해결해줄 알렉산더 왕 같은 히어로를 기다리고 있다는 우울한 현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가 앞으로도 이처럼 계속해 익숙한 기대를 충족하는 모범생으로 남을지, 혹은 <김과장>이나 <스토브리그>처럼 또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발견을 보여줄지 모르겠다. 기대가 되는 건 5화 전후부터 추리극의 면모가 강화되며 몰입의 여지를 만들어봤다는 경험이다. 배우들의 개인기만으로 가볍게 진행되다가 순간 기어를 올려서 잠시 상황을 놓치면 쫓아가기 힘들 정도의 수수께끼가 있는 서스펜스로 전환된다. 개그요소로 깔았던 탐정 만화 덕후라는 설정은 진심을 담은 복선이었던 셈이다. 그 결과 8%로 시작한 시청률은 14%이상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제 주인공을 둘러싼 비밀과 과거가 밝혀지고 구도상 예고된 본격적인 갈등과 성장이란 메인이벤트가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는 연기든, 캐릭터든, 극의 세계관 측면에서든 기존의 스펙트럼 안에 아직은 머물고 있다. 과연 익숙한 기대에 보답해 대박 시청률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방정식을 비틀어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금까지보다 중반으로 향하는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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