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사 베낀 '우루샷', 써큐란 밀어낸 써큐란 알파.. '미투 영양제'에 약국들 뿔났다

김명지 기자 2022. 10. 1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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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대신 효과 비슷한 건강기능제품 잇따라 '인기'
의약품 판매 감소에 약국들 '울상'
대웅제약 건기식 우루샷(왼쪽)과 일반약 우루사/대웅제약 제공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유명 의약품에 쓰인 기술과 원료로 개발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브랜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약국에서만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규정한 현행법을 피해 자사의 유명 브랜드 약과 비슷한 의약 외품을 만들어 팔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우루사에서 ‘우루샷’으로 인기몰이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지난해 출시한 건강기능식품 우루샷이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루샷은 대웅제약이 숙취해소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의약외품’이다. 우루샷은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등에 입점되면서 종근당의 ‘락토핏’에 이어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약은 종류에 따라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처방 없이 약국에서 파는 일반의약품, 어디서나 구매하는 의약외품으로 나뉜다.

대웅제약은 우루사의 높은 인지도를 이용해 주성분인 UDCA(우르소데옥시콜산)에 비타민 B1와 B2를 첨가해 ‘건강기능식품’으로 내놨다. 이 성분은 담즙 분비를 촉진시켜, 간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을 빠르게 제거한다. 전문의약품 우루사는 UDCA성분 200~300㎎, 일반약 우루사는 50~100㎎, 편의점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우루샷은 30㎎(1알, 15㎎, 1회 2알 복용)이 들어있다.

약국들은 평범한 소비자가 자칫 우루샷을 의약품으로 오인할 염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우루샷 광고에 ‘간(肝)편한’ ‘간해독’, ‘간기능 개선 전문가’ 문구를 사용했다가 과대광고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의약품에 사용하는 문구를 썼다는 것이 이유다. 정작 우루샷의 허가상 효능은 육체피로, 임신수유기나 노년기 등 비타민 B1·B2의 보급으로 간에 대한 내용은 없다.

대한약사회 오원식 건기식 담당이사는 “건기식은 말 그대로 건강한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보조적인 식품인데, 현재 국내 건기식 시장은 환자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계륵된 일반약 새 판로 개척

약사들 사이에서는 우루사(100㎎)가 꾸준히 매출을 내주는 효자 상품으로 통한다. 하지만 대형 제약사 입장에서는 약국 판매로 한정되는 일반약은 ‘계륵’같다. 온라인이 주력이 된 세상에서 ‘오프라인’ 시장으로 한정하고, 가격 인상도 쉽지 않다 보니 매출은 정체되거나 하락했다. 100정으로 구성된 우루사 일반약 한통 가격은 1만 5000원~1만 7000원인데, 2정으로 구성된 우루샷 한 팩은 편의점에서 2500원에 팔린다. 우루샷 여섯 팩만 팔아도 우루사 한 통 값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우루사 일반약 실적은 2019년 이후 하향세로 돌아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웅우루사연질캡슐’ 생산 실적은 2018년 140억 3810만 원, 2019년 148억 7841만 원에서 2020년 106억6339만 원 2021년 (잠정) 88억 579만원으로 추락했다. 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루샷이 하향세를 부채질 한 셈이다.

이미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일반약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보령제약은 일반약인 겔포스의 건강기능제품 버전인 ‘위앤포스’를 출시했다. 동아제약도 2020년 혈행개선 의약품인 써큐란의 일반약 품목허가를 반납하고 아예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했다. 다만 보령제약 위앤포스는 현재 절판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밖에 태극제약은 기미주근깨 의약품인 도미나크림(히드로퀴논 성분)의 화장품 버전인 도미나스 크림을 출시했다.동국제약은 연고 형태의 상처치료제인 ‘마데카솔(센텔라아시아티카 성분)’을 활용한 화장품 ‘마데카’ 크림을 개발해 현재 홈쇼핑에서 팔고 있다.

정부와 약사들은 매출이 정체된 제약사들이 새 시장 판로를 개척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이 ‘약’처럼 취급되는 현상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에선 약국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약국형 맞춤 건기식 소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원식 이사는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의약품 전문가인 약사의 영역에서 이를 바로 잡는 활동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오 이사는 “이르면 내달 산업통상자원부에 건기식 소분사업을 규제 샌드박스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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