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전세금 보증 사고 97%, 5개 업체서 터졌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보증금 미반환 사고
1219건 중 1180건이 5개 업체서 발생
"형사처벌 특단 대책 세워야"
정부가 지난 2020년 임대사업자의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을 의무화한 이후 올해까지 발생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의 97%가 특정 법인 5곳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 업체들 대신 돌려준 전세 보증금만 1000억원이 넘는다.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조치가 악성 업체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10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임대보증금 보증 사고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집계된 보증금 미반환 사고 1219건 중 1180건(97%)이 5개 법인에서 발생했다. 이들이 돌려주지 않아 정부가 대신 물어준 보증금은 총 1021억원이다. 보증 사고가 가장 많았던 업체는 A종합건설로 3년 사이 총 765건, 685억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회사를 포함한 보증 사고 상위 5개 업체 모두 회사명에 ‘건설’ ‘토건’ 등 건설업과 관련된 단어가 포함돼 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다세대주택을 전문적으로 지어 분양 또는 임대하는 ‘빌라 업자’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HUG의 전세금 보증 상품은 세입자가 가입하는 전세금 반환 보증과 임대인이 가입하는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 두 가지다. 가입 주체만 다를 뿐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못 하면 HUG가 대신 돌려주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구조는 똑같다. 정부는 세입자 보호 명목으로 2020년 7월 임대사업자의 보증 가입을 의무화했다. 그 결과 2019년 16만6700가구였던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 주택이 지난해 30만8900가구로 85% 늘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과거부터 보증금 반환 보증 제도에 대한 악용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빌라 업자가 지역 공인중개사와 결탁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신축 빌라의 전세 계약을 맺고 반환 보증에 가입한 후 의도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이를 사전에 적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적정 시세를 알기 어렵고, 확정일자만 받으면 전세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신혼부부나 청년층이 이런 식의 전세 사기를 당할 위험이 높다. 아예 처음부터 임대인과 세입자가 짜고 보증 사고를 낸 후 HUG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나누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보증 사고를 상습적, 또는 고의적으로 일으키는 사업자들을 걸러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HUG는 대신 돌려준 전세금을 갚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 추가 보증을 거부하고 있지만, 세입자가 보증료를 대신 내는 경우는 가입을 허가하고 있다. 보증료를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경우나 임대인과 세입자가 공모(共謀)한 전세 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자체 차원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할 수도 있지만 세입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같은 제도적 허점 탓에 보증 사고 상위 5개 법인 명의로 보증에 가입된 주택이 아직 7624가구 남아 있다.
유경준 의원은 “전세 사기 위험이 큰 특정 법인들이 법적 허점을 악용해 돈을 벌고 세제 혜택까지 누리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형사고발 조치와 함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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