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한국호에 먹구름 몰려온다] 유가 다시 급등하는데 반도체마저.. 4분기 '무역 혹한기' 공포

박정일 2022. 10. 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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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현물가 3개월새 24% 급락
유가, OPEC+ 감산합의 후 반등
"美·중동시장 더 공격적 늘려야"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반대로 에너지 수입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윳값은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올 4분기 수출은 줄고 수입은 더 늘어난다는 뜻이다.

3분기까지 이미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예약해 놓은 가운데, 4분기에는 더 혹독한 '무역 혹한기'가 찾아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수입은 줄이고, 수출의 경우 줄어드는 중국 비중을 미국과 아세안, 중동 등에서 만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수출에 유리한 쪽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동시에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을 위해 금리 인상을 속도조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도체 가격 3개월 새 20% 급락…수출 직격탄= 1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반도체 D램(DDR4 8Gb 2666) 현물 가격은 최근 3달 여 동안 24%가량 급락했다. 현물가격은 당장 필요한 소량의 물량을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대신 수요·공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현물가격이 오르면 필요한 만큼의 반도체를 선제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사재기가 이뤄진다는 뜻이고, 내리면 그 반대다. 이는 1~2개월 뒤 이어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량 구매 계약 협상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가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해당 제품 가격은 지난 2월 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 3월부터 소폭 내림세로 전환했다. 그러다 7월부터 내림세가 급격히 아래로 기울어졌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6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지만, 7월 들어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8월과 9월에는 마이너스 성장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반도체가 우리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정확히 20%다. 지난달 수출액은 574억6000만 달러로 역대 9월 기준 사상 최고실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전 월과 비교해 수출 증가율은 2.8%에 그쳤다. 반도체의 내림세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수출의 4분기 전망은 더 암울하다.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13∼18%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또 다른 메모리 주력제품인 낸드플래시 가격도 같은 기간 15~20%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유가, OPEC+ 감산 합의 이후 반등세…역대급 무역적자 예고= 반대로 원유값은 지난 5일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산유국 협의체가 하루 200만 베럴의 산유량 감산에 합의한 이후 빠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3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던 원유값은 이후 8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찾는 듯 했으나, 감산 합의가 다시 반등에 불을 지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7일 배럴 당 94.36달러에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나흘 전인 지난 3일(88.26달러)보다 6.9% 상승한 숫자다.

시장에서는 올해 무역통계 이후 역대 최대의 무역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연간 무역적자가 480억 달러 규모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2억 달러의 2.3배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지난 2일 내놓았다. 이는 산유국의 감산 합의가 나오기 전의 분석이다.

◇경기회복 답은 수출밖에…"금리 속도조절 필요" 조언도= 전문가들은 현재 여러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수출 회복 외에는 경기 회복을 기대할 만한 요인이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올 하반기에는 반도체와 국제유가, 원자재값이 가장 큰 불안요인"이라며 "사상 최대 무역적자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는 괜찮을 것 같은데, 수출 회복을 기대했던 철강이 포항제철소의 수해 여파로 수출물량이 급감하고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 역시 부담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따른 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의 투자 위축은 당분간 해결할 방법이 없는 만큼, 결국 소비 진작과 수출 증가 외에는 경기침체를 극복할 답이 없다고 조언했다. 소비의 경우 고물가가 결국 발목을 잡을 것이고, 현 정부도 양적 완화보다는 재정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내수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장 실장은 원·달러 환율을 적극 활용해 미국·아세안·중동 시장의 수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의 시점을 조절해 수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도 도움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외국 투자자본의 유출은 금리가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쏠림 현상 때문"이라며 "과거 금리가 미국보다 낮았을 때에도 자본유출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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