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바이오리더]닐 워마 제넥신 대표 "혁신적이지 않은 파이프라인은 정리 대상..이제 주주에게 성과 보여줄 시간"

김명지 기자 2022. 10.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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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파이프라인 4개 선택과 집중..속도와 혁신성 관건"
"임상 2상 공개한 ESMO 현장 반응 뜨거워"
"미 산부인과학회 이사장, 미국 진출 협조 약속"
"1000억 유상증자 핵심 사업에 쓸 것"
닐 워마 제넥신 신임 대표이사가 지난 9월 28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제넥신 제공

지난 3월 제넥신이 임상 2·3상 단계였던 코로나19 백신(GX-19N)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성영철 전 제넥신 회장이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용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지 꼭 1년 만이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특수를 바이오기업들이 엔데믹으로 백신 개발 포기를 선언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은 1년여 전부터 나왔다. 국내에선 이미 접종에 투입된 미국 화이자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자리를 잡고 있는만큼 후발주자인 국산 백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포스텍(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로 일하는 성 회장은 강한 국산화 의지를 밝혔다. 성 전 회장은 “해외에서 개발된 백신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한 최고의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는 빠르게 풍토병으로 전환되고 있다. 제넥신의 주가는 속절없이 미끄러졌다. 2020년 18만원까지 갔던 주가는 2021년 3월 11만원대에서 올해 3월에는 4만원대로 반에 반토막이 났다. 이 회사 주가는 현재 10분의 1토막에 난 2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 3월에는 코로나19 백신을 더는 개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5월 닐 워마 대표이사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대형 제약사도 아니고 바이오 벤처 가운데 외국인 경영자를 영입한 것은 처음이다. 워마 대표는 임명 당시 이미 제넥신의 사외이사 역할을 맡고 있어 내부 사정을 훤히 알고 있었다.

워마 대표는 취임 후 첫 공개 석상에서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을 공개하고, 지난달에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 발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제넥신 주가는 1만 9500원까지 밀렸다. 제넥신의 최대주주인 한독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다.

워마 신임 대표는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신사옥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대표로 취임한 후 핵심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 대한 선별 작업을 계속해 왔다”며 “지난달 진행된 유상증자 결정은 이렇게 선별한 핵심 자산이 상업화로 가는 단계(임상 진행)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워마 대표는 “최근 핵심 파이프라인 4개를 선별했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백신(GX-188E), 장기 지속형 성장호르몬(GX-H9), 림프구 감소증 치료제 (GX-I7), 만성 신장 질환 관련 지속형 빈혈증 치료제(GX-E4) 등 4종이다. 모두 상업화 직전인 임상 3상 단계이거나, 2상 결과가 도출된 물질로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이다.

사업성이 떨어질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성공 가능성이 있는 파이프라인은 주식을 더 발행해서라도 투자를 받아 밀어줘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뜻이다. 워마 대표는 “제넥신은 올해로 기업을 설립한지 23년이 됐다”며 “그만큼 기다려준 투자자 등에게 제품으로 성과를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출신인 워마 대표는 토론토대에서 생리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트리니티 의대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국제 전문경영대(MBA)를 졸업한 뒤 노바티스와 오펙사를 거쳐 중국 면역항암제 바이오벤처인 아이맵 바이오파마의 미국 법인장으로 일하며 이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했다. 캐나다 바이오 전문 경영인이 위기의 제넥신을 구할 수 있을까. 다음은 일문일답.

-1000억원 유상증자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

“제넥신에 들어와 첫번째 목표로 잡은 것이 ‘상업화’였다. 이를 위해 회사가 주력할 파이프라인을 선별했다. 자본을 투자했을 때 가장 빠른 결과를 낼 만한 물질들로 추려냈다. 하지만 상업화를 차질 없이 하려면 임상 진행 등에 자본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돈이 필요했다는 건데, 유상증자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나.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이나 파트너십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수출 계약은 시간이 걸린다. 계약 체결을 기다리느라 현재 진행 중인 임상 프로그램 멈추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의 개발 동력을 잃지 않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도 있지 않나.

“은행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작은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은행 대출을 받으면 기업의 부채 비율이 늘어나고, 이는 기업이나 주주에게 더욱 위험하다. 어느 정도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이 회사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6월 말 부채 비율은 25.78%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말(21.7%)와 비교해 늘었다.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529억원과 전환사채 등을 포함한 금융부채가 총 1007억원이다. 제넥신은 올해 지상 9층, 지하 3층 규모의 마곡 신사옥을 완공하고 입주하기도 했다.

-파이프라인에 대한 선별 작업은 어떻게 했나.

“첫 번째는 속도, 두 번째는 시장 경쟁력과 혁신성이다. 제넥신은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여럿 갖고 있지만, 막상 시장에 내놓은 제품은 없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는 ‘후기 단계’의 물질에 우선 순위를 줬다. 연구개발을 오래 했지만, 혁신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파이프라인은 과감히 정리했다.”

'한독 퓨쳐 콤플렉스'와 ‘제넥신 프로젠 바이오 이노베이션 파크’(사진제공 : 한독).ⓒ 뉴스1

워마 대표는 “4개의 파이프라인 가운데 우선 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난 9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한 GX-188E의 임상 2상 결과가 꽤 좋았다”라고 했다. 제넥신이 자궁경부암 치료 백신으로 개발하는 GX-188E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DNA백신이다.

-GX-188E 임상 2상 결과가 매우 좋았나보다.

“제넥신은 말기 자궁경부암 환자 60여명을 대상으로 GX-188E와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의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객관적 반응률(OPR)이 31.7%, 총 생존기간 중앙값은 17.2개월로 나타났다. 키트루다만 투여한 단일 요법일 때 반응률 12.2%, 생존기간 중앙값 9개월이 나온 것과 비교해 효과가 두 배 이상 좋게 나온 것이다. 이같은 2상 결과가 3상에서 입증되면 GX-188E는 치료를 포기해야 했던 말기 암 환자 가운데 적어도 20~40%는 치료 가능 영역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됐다.”

-ESMO 현장 반응은 어땠나.

“당시 발표가 토요일 오전 8시였는데 강연장은 만석이었고 바깥까지 청중이 찼다. 이성종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가 발표자였는데, 발표가 끝난 후 좌장인 로버트 콜먼 미국산부인과학회장이 ‘반응률이 두 배 이상 높다’라고 반복해 말했다. 콜먼 회장은 세션이 끝난 후 따로 만나 ‘미국 진출과 관련한 주요 인사를 잘 알고 있으니 도와주겠다’는 말을 했다.”

-MSD와는 별 얘기가 없었나.

“ESMO 현장에서 MSD 사람도 만났다. MSD는 임상에 쓰는 키트루다를 무상 제공했다. 다른 계약 관계가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다른 제약사들이 우리가 MSD와 파트너 계약이 체결돼 있는지 물어봤다. 이들에게 협상이 열려있다고 답하니 매우 흥미로워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 제넥신 닐 워마 대표이사(왼쪽 첫번째), 이성종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가운데), 우정원 대표가 참석했다./제넥신 제공

-ESMO에 꽤 공을 들인 것 같다.

“사실 ESMO가 열리기 전 4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성공적인 임상 결과는 ESMO와 같은 큰 학술대회에서 ‘멋있게’ 공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성공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제약사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야 한다.”

- 나스닥 상장 목표를 최근 밝혔다.

“사실 나스닥 상장이 나의 목표는 아니다. 제넥신을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키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해야 맞다.”

- 제넥신이 현재 글로벌로 진출할 역량이 있다고 보나.

“아직 아니다. 지금까지는 개발이나 임상 모두 한국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국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라,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하려면 미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그러면 어떻게 글로벌 회사로 만들 건가.

“미국에서 인정받으려면 현지에서 임상과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뿐 아니라 훌륭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미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 규제를 관리할 RA 전문가, 글로벌 라이선스를 관리하는 인력, 사업개발 전문가도 확보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바로 투입해 역량을 나타낼 수 있는 인재는 미국에 많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도 제넥신의 성장 발전을 도울 인력을 발굴하고 역량을 개발하겠지만, 경험이 많은 미국이나 글로벌 인재도 확보해 합류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자본은 어떻게 확보할 생각인가.

“현재 제넥신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미국 투자자는 바이오 벤처 대상 투자 경험이 많고 자본의 규모도 훨씬 크다. 그래서 제넥신의 투자자의 다양성을 고려해 미국을 포함해 해외 다양한 투자자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 전세계 자본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가능한가.

“지금 주식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단기간의 주가의 흐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자본 시장은 항상 변동성이 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고, 또 내려가다가 올라가기도 한다. 지금 또 떨어져 있지만 다시 올라갈 거라 확신한다. 시기의 문제다.”

- 그렇다면 시기는 언제인가.

“지금은 미국 거점 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지사 설립과 현지 인재 채용을 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3상도 진행을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하다보면 미국 투자자들이 제넥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가 찾아오는 시점이 나스닥 상장의 적기라고 본다. 당장 언제가 된다고 말할 순 없지만, 기회를 모색하고 유리한 상황을 만들면서 적절한 시점에 실행할 생각이다.”

- 상장 방법은 어떻게 보고 있나. IPO(기업공개)를 생각하나.

“IPO를 통해 나스닥 상장에는 성공했지만 시장과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해 말 그대로 거품이 되는 기업들도 많다. IPO 외에도 인수합병(M&A)같은 방법도 있다.”

닐 워마 제넥신 신임 대표이사가 지난 9월 28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제넥신 제공

- 국내 주가 하락을 방어할 전략은 없나.

“제넥신에 온 지 6개월 됐다. 급하게 가다가 체할 수 있다.(웃음) 한국이든 미국이든 상관없이 바이오 기업에 가장 중요한 건 임상 데이터이다. 제넥신은 훌륭한 파이프라인이 많지만 생각보다 임상 데이터가 많지 않다. 지금은 아주 좋은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우리의 중점 과제다.”

- 중국 바이오벤처인 아이맵(i-Mab) 나스닥 상장 과정도 궁금하다.

“12년 동안 미국 휴스턴 바이오기업인 오펙사(Opexa)에서 일했다. 그러다 아이맵(i-Mab) 설립자인 장징우(Jingwu Zang) 박사의 제안으로 그 회사에 합류하게 됐다. 중국 생활 경험도 있고, 미국에서 바이오 기업을 두 곳을 설립한 경험도 있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있던 시점이었다. 아이맵에서 미국에 CMC(제형 및 제조품질관리) 시설, 포뮬레이션 시설을 짓고 인력 채용까지 하면서 코로나19가 터지기 2주 전인 2020년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 제넥신에 합류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제넥신이 창업자인 성영철 전 회장 주도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적절한 후보를 살피는 과정이 있었다. 여러 조건이 있었는데, 이런 조건을 가장 많이 충족한 사람이 나였던 것인지 제안이 왔다. 미중 갈등으로 아이맵의 상황이 좀 어려워지기도 했다. 한국에서 새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넥신은 현재 아이맵과 2개의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어 계속 연결이 된 느낌도 있다.”

- 대학에서 생리학, 대학원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했는데, MBA 학위도 갖고 있다. 스스로는 과학자인가 경영자인가.

“둘 다 인 것 같다, 과학을 사랑하고 과학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연구자의 모습은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MBA 과정을 밟았다. MBA 과정에서 노바티스에서 인턴십을 했다. 운 좋게 일자리 제의가 들어와서 입사하게 됐다. 과학을 배경으로 제약사 경영을 하는 것은 장점이 많다.”

- 한국 정부가 K-바이오를 육성을 위해 의과학자 양성을 내걸었다. 어떻게 보나.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는 과학자가 많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사람들은 의사(MD)보다는 과학자들이 많다. 기업에선 연구 단계의 기업은 연구자만 많으면 된다. 하지만 전임상 단계의 데이터가 나오고 CMC 데이터가 확보되면 그 후부터는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겨야 한다. 회사 전체의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키우려면 계속해서 창의력을 발휘할 인재와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정부의 K-바이오 육성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

“정부가 연구실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이 바이오 벤처를 설립하고 회사를 시작하도록 북돋는 것은 바람직하다. 제넥신에서도 같은 일을 하고 싶다. 연세대와 같은 대학 연구실에 있는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인턴십을 만들어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기업가 정신도 있고 또 과학자이기도 한 차세대 젊은 과학자들이 이제 제넥신을 좋은 파트너로서 보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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